웃으며 살어요/알면 좋은 상식

우리 몸의 라디에이터 ‘코’

사오정버섯 2007. 2. 19. 21:56

[권오길의 자연이야기]

 

우리 몸의 라디에이터 ‘코’

두 눈 바로 아래에 붙어있는 코는 얼굴의 제일 중앙에 오뚝 솟아 있어 눈에 가장 잘 띤다. 그래서 ‘돌멩이가 날아들어도 제가 먼저 맞아 눈을 보호해준다’고 억지춘향을 부리는 이도 있다. ‘억지가 사촌보다 낫다’고 하던가. 아무튼 이목구비(耳目口鼻)가 균형과 조화를 잘 이뤄, 곱게 아우러져야 미모(美貌)라 하니 어느 것 하나 중요치 않은 것이 없다. 너무 낮아도 또 높아도, 펑퍼짐해도, 날이 서서 뾰족해도 미인의 코가 아니다. 이런 코는 모두 칼을 맞으니 성형수술의 대상이 된다. 인조인간이 따로 없다.

그런데 얼굴 위에 솟은 부위는 물렁뼈(연골)로 되어 있기에 코 수술을 할 수가 있고, 전쟁에서 귀를 잘랐으니 귀 또한 물렁뼈다. 만일에 코나 귀 뼈가 단단하고 딱딱한 뼈(경골)였다면 어떤 일이 벌어졌겠는가. 다 부서지고 부러져버려 누구하나 제 모양을 한 귀, 코를 가진 사람 없을 뻔했다. 뭉개져버린 레슬러들의 귀때기를 보라.

그런데 코 안에 털은 왜 나있는 것일까. 내 몸에 필요 없는 것은 정녕 없다. 코털도 오래 그냥 두면 길어나 구멍 밖으로 머리를 쑥 내미니 망측스러워 잘라줘야 한다. 손으로 뽑으면 병균이 들어가서 좋지 않으니 삼가는 것이 좋다. 어쨌거나 코털도 다 필요해 있는 것이니, 숨을 들이실 때 공기에 묻어 들어오는 커다란 먼지를 거르는 필터 역할을 한다. 털에는 끈끈한 점액이 자르르 묻어 있어 작은 먼지 알갱이, 세균, 곰팡이, 바이러스를 달라 붙게 한다. 이것이 쌓여 굳어진 덩어리가 코딱지다. 코딱지 두면 살 되랴! 이미 그릇된 것은 그냥 둔다고 전처럼 되지 않는 법이니 눈 딱 감고 사정없이 도려내버려야 한다.

코를 손으로 만지는 바깥코(외비 外鼻)와 그 안에 빈 공간인 비강(鼻腔), 그리고 이 비강에 잇닿아 여러 뼈에 뻗쳐있는 부비강(副鼻腔)으로 나눈다. 그리고 비강은 가운데 칸막이가 둘로 나누고 있으니 그 막(膜)을 코청이라 한다. 송아지 코청을 휜 물푸레나무로 구멍을 뚫으니 그게 코뚜레다. 사람도 그게 필요한 말썽꾸러기가 쌨던데…. 콧구멍으로 들어온 공기는 코청을 경계로 양쪽 비강으로 나뉘어 흘러들고, 다음에는 각 비강의 바깥벽에 세 개의 층으로 된 비갑개(鼻甲介)를 지나간다.

비갑개는 열을 전달하는 기구인 라디에이터(radiator) 닮은 구조를 한다고 보면 된다. 그래서 만일에 아주 차가운 공기 들어오면 여기서 데우고, 더운 공기면 식혀줘서 허파에 들어가게 한다. 허파가 너무 차거나 더운 공기를 만나면 다치니 그것을 예방하는 장치가 바로 코다. 그리고 공기가 너무 건조해도 허파에 해로우니 비갑개에서 습기를 뿜어내어 습도를 조절한다. 라디에이터요 가습기인 코.

먼지·세균이 굳은 덩어리가 코딱지

그렇다면 어째서, 왜 인종에 따라 코가 크고 작을까? 앞에서 말한 공기의 습도와 온도를 연계시켜 생각하면 해답이 바로 나온다. 더운 사막지방이나 추운 북쪽의 사람의 코는 어떤가. 중동사람이나 러시아인의 코는 결코 작은 코가 아니다. 사막지방은 공기가 메마르고 또 북쪽지방은 아주 추워서 거기에 오래 적응해온 사람은 자연히 코주부가 된다. 코가 커야 습도, 온도 조절을 잘할 수 있다. 그런가 하면 열대지방 사람은 납작코에다 짧고 작다. 습기가 많고 온도가 높은 그곳에 사는 사람의 코가 클 필요가 없다. 아하, 코가 납작해지고 우뚝 솟는 것도 다 환경의 탓이다. 환경의 산물이 아닌 것이 없다더니만 열대지방에 사는 원숭이들이 어디 코 큰놈이 있던가.

지금까지 이야기한 것을 간추려 말하면 코는 먼지나 병원균을 거르고 온도와 습도를 조절하여 허파를 보호하는 기관이라는 것. 그리고 코는 뭐니 해도 냄새를 맡는 후각기(嗅覺器)가 아닌가. 감각기관이 다섯이 있으니 그것을 오관(五官 : 눈, 코, 귀, 입, 살갗)이라 하고, 그 중의 하나가 코다. 사람은 주로(90%) 눈이라는 시각기(視覺器)로 자극을 판단하고 감각하지만(수용하지만), 다른 동물은 거진 다 예민한 이 코에 의존하여 산다. 코는 멋으로 붙여놓은 것이 아니다.

강원대학교 생명과학부 교수(okkwon@kangwon.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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