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자의 과학 이야기]
사랑의 묘약 ‘도파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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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든 사랑을 하면 마음이 예뻐지고 눈이 멀어진다. 왜 사랑을 하면 눈이 머는 걸까. 사랑에 빠진 사람에게 연인의 사진을 보여주면 마치 불이 켜지듯 두뇌의 보상중추(補償中樞)가 활발히 반응한다. 보상중추란 음식이나 물 또는 금전적 보상이 주어질 때, 또는 성적(性的) 흥분이 일어날 때 활성화되는 영역이다. 흥미로운 사실은 보상중추가 활발히 작용하면 반대로 상대에 대한 부정적 판단을 하는 두뇌 기능이 감소한다. 일단 상대에 끌리기 시작하면 결실을 맺기 위해 성격이나 인간성을 평가하는 욕구보다는 서로에게 더욱 애착감을 느끼려는 본능이 강하게 작용해 연인의 웬만한 허물은 눈에 들어오지도 않게 되는 것이다. 사랑에 빠지면 뇌의 특수 시스템이 작동해 행복감, 현기증, 불면증, 기대감, 불안을 안겨준다. 뇌에서 화학 흥분제들이 분비되기 때문이다. 사랑을 느낄 때 뇌에서 도파민이라는 화학물질을 분비하는 신경세포들이 활성화된다. 도파민은 만족감과 즐거움을 느끼게 하는 물질로, 사랑이 강렬할수록 이 부위의 활동이 더 활발해진다. 천연 각성제인 페닐에틸아민 역시 사랑에 빠졌을 때 황홀한 느낌을 주는 일등공신이다. 사랑에 빠지면 몽롱하고 어설퍼진다. 유독 그녀 앞에서는 발을 헛디디고 행동이 서투르며 침을 흘리게 된다. 페닐에틸아민 때문이다. 페닐에틸아민은 식품에도 함유돼 있다. 대표적인 것이 초콜릿이다. 기분이 우울하고 슬플 때 초콜릿을 먹고 싶은 것도, 연인에게 초콜릿을 선물로 건네는 것도 다 이런 이유 때문이다. 똑같이 로맨틱한 사랑에 빠지더라도 남녀의 뇌 활동이 다르다. 여성의 뇌는 주로 보상이나 주목을 받으려는 심리와 관련된 부위의 활동이 두드러진 반면, 남성의 뇌는 성적 자극, 시각처리 부위의 활동이 활발하다. 그러나 결혼해서 애를 낳은 젊은 아내가 남편이나 아기에게 사랑을 느낄 때의 두뇌는 똑같이 반응한다. 엄마와 아이의 관계를 묶어주는 데 도움을 주는 옥시토신이 섹스활동 중에도 뇌에서 다량 분비되기 때문이다. 자신의 연인이 고통받는다는 사실을 아는 것만으로도 뇌의 고통 관련 부위가 공감한다. 서로 뜨겁게 사랑하는 연인이 고통스러운 충격을 받을 때, 여성의 뇌는 자신이 고통받을 때와 같은 부위가 대부분 활발하게 반응한다. 단순히 연인의 고통을 보는 것만으로 여성은 감정이입(感情移入)의 반응을 일으키는 것이다. 연인과 헤어지거나 데이트 신청을 거절당하거나 모임에 초대받지 못하는 등 소속된 집단에서 따돌림을 당한다는 사실을 알았을 때, 우리의 뇌는 가슴을 칼로 째는 듯한 큰 아픔을 느낀다. 학교에서 다른 친구들에게 집단 따돌림을 당하는, 이른바 ‘왕따’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마치 무릎을 찧었을 때나 정강이가 차였을 때와 똑같은 고통을 느낀다. 또한 짝사랑에 빠질 때도 보답 없는 애정에 우리의 뇌는 고통스러워한다. 짝사랑은 심각한 병이며 방치하면 자살에 이를 수도 있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이처럼 따돌림을 당하면 전두엽 대뇌피질이 활발하게 활동적으로 변한다. 이 부분은 육체적인 고통을 줄이기 위해 감정을 조절하는 대뇌 부위다. 즉 대뇌는 육체적으로 느껴지는 큰 고통을 줄이기 위해 방어 메커니즘을 가동하는 것이다. 두뇌의 관점에서 보면 따돌림이나 왕따를 하는 행동은 칼로 찌르는 행동과 똑같은 의미일 수도 있다. 왕따를 당하는 회사원이나 학생이 겉으로 멀쩡해 보이더라도 두뇌는 신음하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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