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꿀벌의 대화법

사오정버섯 2007. 2. 23. 22: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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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오길의 자연이야기] 꿀벌의 대화법

(전문게재)

꿀벌이 벌집 아래위로 왔다갔다하면 꽃이 꼭대기 태양이 있는 쪽에, 그리고 태양 방향과 오른쪽으로 60도로 가면서 춤을 춘다면 그 쪽에 꽃이 있다는 뜻이다. 또 둥글게 원무(round dance)를 추면 꽃이 가까이 있다는 것이고, 8자 모양을 3초 만에 한 바퀴 돌면 먹이가 1000m 근방에, 아주 천천히 8초가 걸리면 8km 근방에 꽃밭이 있다는 신호다.

흔히 나비는 ‘백치미인’에, 벌은 ‘지성인’에 비유한다. 이들은 꽃에 날아드는 공통점이 있기에 둘을 묶어 ‘봉접(蜂蝶)’이라 부른다. 물론 나비와 벌을 먼저 유혹하는 것은 꽃임을 누구도 부인하지 못한다.

동물들의 의사소통 방법은 서로 다르다. 대부분의 동물은 소리로 뜻을 전하지만 나비ㆍ나방이는 냄새, 반딧불이는 빛, 박쥐는 초음파로 의사 전달을 한다. 그런데 꿀벌은 온몸을 흔들어 춤추고, 빙글빙글 도는 것으로 정보를 상대에게 전한다. 귀를 잃어 말을 못하는 농아가 몸짓과 손으로 말을 하듯이.

1973년에 동물의 행동을 연구한(이런 학문의 분야를 ‘동물행동학’이라 함) 세 동물학자에게 노벨상이 주어졌다. 틴버겐(Tinbergen), 로렌즈(Lorez), 프리시(Frisch)이다. 우선 틴버겐의 경우 수컷 큰가시고기의 텃세 부리기 실험을 했다. 큰가시고기 수놈은 산란기가 되면 배 바닥이 붉은 혼인색(婚姻色)을 띠게 된다. 가시고기의 텃세를 알아보기 위해서 가짜 고기(모형)를 여럿 만들었다. 모형 물고기의 배에다 붉은색 칠을 한 것, 하지 않은 것을 진짜 수놈 가시고기 가까이 놓아본다. 배에 붉은 칠을 한 것은 그 모양이 고기를 전연 닮지 않았는데도 불구하고 죄다 공격을 받는다. 즉 꼴이나 크기가 문제가 되지 않고 붉은 색깔 바로 그것이 자극이 되어서 공격을 하더라는 것이다.

로렌즈는 오리 새끼를 연구한 인물이다. 가끔 먹이통을 든 할아버지 뒤를 오리 새끼 여러 마리가 쪼르르 따르는 사진(뒷모습)을 본 적이 있을 것이다. 그 영감이 바로 로렌즈다. 부란기(incubator)에서 갓 깬 오리 새끼는 깨어나서 처음 본 가장 큰 물체를 어미로 알고 따른다. 이것을 “인조 어미에 각인 된다”고 하며, 실제로 오리보다 사람을 어미로 여긴다. 물론 다 커서도 그런 행동은 변하지 않고 계속 이어진다.

이제 본론인 꿀벌의 몸짓 이야기로 돌아가보자. 노벨상 수상자 프리시가 천신만고 끝에 얻은 연구결과다. 꿀벌들이 뭘 어떻게 알고 귀신같이 꿀 가득한 꽃을 찾아갔다가 제 집으로 되돌아온단 말인가. 집에서 20리(8㎞)나 떨어진 곳을 다녀온다?

프리시는 벌의 행동을 관찰하다보니 좀 색다른 짓을 보게 되었다. 엉덩이를 흔드는 ‘꼬리춤(waggle dance)’을 추는데, 크게 보아 8자 모양을 그리고 있는 게 아닌가. 어떤 때는 빠르게 또 어떤 때는 느릿느릿 8자형으로 돈다. 이 벌은 얼마 전 꿀과 꽃가루를 따온 놈으로 둘레에 여러 친구 벌들이 모여든다. 얼마 동안 쳐다보고 있던 친구들은 알았다는 듯이 떼를 지어 자신 있게 멀리 날아나간다.

프리시는 꿀벌들이 8자를 그리면서 꽃이 있는 방향과 거리를 친구에게 알리고 있다는 것을 읽게 되었다. 만일 벌집을 아래위로 왔다갔다하면 꽃이 꼭대기 태양이 있는 쪽에, 그리고 태양 방향과 오른쪽으로 60도로 가면서 춤을 춘다면 그 쪽에 꽃이 있다! 꼬리춤의 방향에 따라 꽃이 있는 쪽을 알아낸다. 만일 둥글게 ‘원무(round dance)’를 추면 꽃이 집 가까이 있다는 것이고, 8자 모양을 3초 만에 한 바퀴 돌면 먹이가 1000m 근방에, 아주 천천히 8초가 걸리면 8㎞ 근방에 꽃밭이 있다는 신호다.

프리시는 꿀벌들이 춤을 추는 속도에도 비밀이 있음을 밝혀냈다. 춤추는 속도가 느릴수록 먹이감은 멀리에 있다. 이렇게 하여 꿀벌들은 밀원(蜜源)이 있는 방향과 거리를 서로 알려준다. 물론 춤을 추는 것은 맑은 날에 한한다. 막 다녀온 놈의 몸에서 꽃향기가 물씬 풍기고 꿀 냄새가 진동한다. 그 친구의 춤에 여러 친구들은 강한 충격을 받는다!
주변은 온통 이런 비밀스러움으로 둘러싸여 있으니 독자들도 자연의 신비로움에 호기심을 가져볼 것이다. 아는 것만큼 보이고 보이는 것만큼 느낀다고 했던가.

강원대 생명과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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