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동물·곤충/곤충류·나비

거미의 사랑

사오정버섯 2007. 2. 23. 22:24

첨부이미지

[권오길의 자연이야기] 거미의 사랑

거미가 이렇게 많다보니 구애(求愛) 방법도 다양하다. 수놈 거미의 머리에 붙어있는 제2 부속지(附屬肢, 다른 곤충에서는 작은 턱에 해당)인 각수(脚鬚, 다리수염)가 변형된 것이 일종의 교미기(交尾器)다. 짝짓기 때가 가까워 오면 수놈은 특수한 거미줄로 ‘정자집’을 만든다. 이렇게 만들어진 정자집에 정액을 한 방울 떨어뜨리고 이것을 각수로 잡아당겨서 암놈의 질(膣)에 집어넣으니 그것이 교미다.

종마다 조금씩 구애 방법이 다르다. 대부분의 수놈은 온 사방을 돌아다니면서 암놈을 찾는다. 암놈이 쳐놓은 줄을 따라 가면서 줄만 보고도 같은 종의 암놈인지, 성적으로 성숙한 암놈인지, 또 교미 준비가 된 놈인지를 알아낸다. 대부분은 페로몬(pheromone) 냄새를 맡고 인지하는데, 어떤 거미(예를 들면 jumping spider)는 눈으로 알아차린다.

수거미의 구애방법을 몇 가지만 보자. 어떤 녀석들은 암놈을 만나면 구애고 뭐고 없이 막무가내로 달려들어 짝짓기를 해버리는가 하면, 암놈에게 먹히는 것을 예방하기 위해서(먹이감으로 잘못 알고 잡아먹는다. 수놈이 암놈보다 훨씬 작다) 조심스럽고 정교한 구애를 하는 녀석들도 있다. 정자집을 끄집어내어 율동적으로 흔들어대는 놈, 다리로 암놈 몸을 톡톡 두드리거나 세게 치는 놈, 각수를 암놈 앞에서 흔드는 녀석, 마른 이파리를 부드럽게 두드려 소리로 유인하는 것들 등 정말 다양하기 짝이 없다.

다음 녀석을 보라! 암놈을 보면 저돌적으로 달려들어 거미줄로 돌돌 말아 보쌈을 하는 녀석도 있다. 암놈은 얼마든지 도망칠 수가 있지만 교미가 끝날 때까지 그렇게 죽은 듯 꼼짝않고 있다. 내숭을 떠는 암거미! 어떤 수컷은 벌레를 한 마리 잡아 줄로 말아서 그것을 암놈에게 선물한다. 암놈이 그 벌레를 먹고 있는 동안에 짝짓기는 끝이 난다. 만일에 벌레를 잡지 못하면 작은 자갈을 줄로 싸서 암놈에게 준다. 이런 야만적이고 비열한 수놈이 어디 있담!? 잡혀 먹히는 것이 겁나서 암놈의 턱을 못쓰게 만들어버린다고 하니 말이다. 독자 여러분이 구애를 한다면 어느 수단을 쓰겠는가. 남심(男心)과 여심(女心)이 여기에 다 들어있으니 잘 골라볼 것이다.

정자집에 정액 떨어뜨려

짝짓기로 씨를 받은 암놈은 무슨 짓을 하고 있을까. 알을 담아둘 고치주머니 만들기에 온 힘을 다 쏟아 붓는다. 알주머니를 만들어서 거기에 몇 개 또는 수천 개의 알을 넣기도 하지만, 여러 개의 알주머니를 만들어 몇 개씩 나눠넣기도 한다. 대부분의 암놈은 알주머니에 알을 낳은 다음에, 아뿔싸, 바로 죽어버리지만 어떤 놈은 알이 깨인 뒤 새끼를 보살핀 후에 영면(永眠)한다. 그런가하면 어떤 종은 10년, 길게는 25년을 사는 무리도 있다.

알주머니는 일반적으로 구형이거나 원반 모양이고, 보통은 그것을 돌에 달라붙이고 거미줄로 덮어둔다. 여기저기에 알집을 붙여두니 ‘거미 알 슬 듯’이란 말이 생겨났을 터. 그런가하면 어떤 암놈은 알주머니를 턱이나 꼬리의 방적돌기(紡績突起, 거미줄을 짜는 부위)에 달고 다닌다. 그러다가 알이 부화할 즈음이면 이빨로 고치를 물어뜯어서 새끼들을 흘러나오게 한다. 물밀듯이 사방으로 퍼져 나가는 새끼거미 떼를 상상할 수 있겠는가. 필자는 시골 뒷간에서, 또 밭고랑에서 그들의 행진을 자주 보았다. 일부러 고치를 찢어버리거나 뜯어버리는 개구쟁이 짓도 서슴없이 했었다. 지금은 그 짓을 못한다. 늙어봐야 생명의 고귀함을 느끼게 되나보다.

강원대학교 생명과학부 교수(okkwon@kangwon.ac.kr)

'새·동물·곤충 > 곤충류·나비' 카테고리의 다른 글

매미와 선비정신  (0) 2007.02.23
지렁이의 섹스  (0) 2007.02.23
귀뚜라미의 8주 인생  (0) 2007.02.23
고추잠자리의 교미  (0) 2007.02.23
더듬이를 네 개나 가진 달팽이  (0) 2007.02.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