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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을 나는 유일한 포유류, 박쥐

사오정버섯 2007. 2. 23. 2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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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오길의 자연이야기] 하늘을 나는 유일한 포유류, 박쥐

‘편복지역()’이란 다른 말로 ‘박쥐구실’인데, 제 이익을 노려 유리한 편에만 붙좇는 행동을 이르는 말이다. 박쥐는 낮에는 짐승 행세를 하고, 밤에는 새가 되어 하늘을 나는 유일한 포유류(젖빨이동물)다. 짐승들이 있는 곳에서는 날개를 접어 “나는 짐승”이라 하고, 새 무리한테서는 날개를 펴서 “나는 새”라고 편의에 따라 이랬다저랬다, 또 이리 붙고 저리 붙고 하여 반복무상(反覆無常), 지조 없는 행세를 한다. 하늘의 박쥐와 땅의 해바라기 외에도 ‘박쥐족’ ‘박쥐의 두 마음’을 가진 인간도 많다. 희지도 검지도 않은 회색인간 말이다.

생물의 행태를 보는 생각이나 눈은 지역이나 민족에 따라 다르다. 박쥐는 중국어로 ‘편복()’이다. 편복의 ‘’과 행복을 의미하는 ‘福’의 발음이 같아서 중국인은 박쥐를 경사와 행운의 상징으로 여겨 공경하여 받든다. 지구상에 1000종이 넘는 박쥐가 살고 있으니 그놈들의 생태만큼이나 사람 생각도 천태만상이다. 서양에서는 악의 상징이나 악마의 대명사로 생각한다니 말이다.

박쥐는 머리와 몸통이 쥐를 빼닮았고, 앞·뒷다리 사이에 있는 넓은 비막(飛膜)으로 날 수 있어 모습은 완전 새다. 그래서 날개와 손, 둘을 다 가졌다는 뜻으로 익수류(翼手類)라 한다. 특히 앞다리는 엄지발가락을 제외하고 발톱이 모두 숨겨져 있고, 뒷다리는 발가락이 죄다 밖으로 튀어나와 있다. 하여, 박쥐는 머리를 아래로 둔 채 동굴 벽에 대롱대롱 매달려 있는 것이리라.

박쥐는 주로 동굴에 서식하지만 폐갱(廢坑)이나 폐가(廢家), 다리 틈새, 고목 속 등지에도 산다. 야행성 동물로, 우리나라 것들은 주로 나방이나 풍뎅이, 모기 같은 곤충을 잡아먹지만 외국의 박쥐는 과일을 먹거나 꽃의 꿀을 빨아먹는 놈, 물고기를 잡아먹는 녀석, 소나 말 등 가축의 피를 빠는 흡혈박쥐도 있다. 하지만 박쥐는 해충을 잡아먹으니 사람에게 유익한 동물이다. 뿐만 아니라 박쥐를 훈련시켜 깊은 동굴에 폭탄을 집어넣으려는 시도도 있었다고 하니 사람의 꿈은 동굴같이 깊다.

박쥐는 동면하는 동물을 대표한다. 평소 활동할 때는 체온이 36~41℃이지만 겨울잠에 빠지면 6℃까지 떨어져 에너지 소비를 줄인다. 그리고 박쥐는 한 배에 새끼 한 마리를 낳는다. 박쥐 암수는 살이 찐 가을에 짝짓기를 한다. 그러나 난자와 정자가 곧바로 수정하지 않고 그대로 있다가 봄이 되어서야 수정을 한다. 이것은 북극곰 등 힘든 월동을 하는 동물의 공통특성으로, 지연수정(遲延受精)이라 한다. 또 난자와 정자가 수정이 되었더라도 발생(發生)을 하지 않고 수정란(受精卵) 상태로 머무는 지연발생(遲延發生)도 있다. 봄이 와도 겨우내 굶어 여윈 몸이라 생식에 정신을 팔 수가 없으니 미리 준비를 해둔다.

박쥐는 오랜 동굴생활에 눈이 퇴화하고 대신 귀가 밝아졌다. 그래서 코에서 발사한 소리가 장애물이나 먹잇감에 닿았다 돌아오는 것으로 물체를 감지하는 반향탐지(反嚮探知)를 한다. 놈들은 잠잘 때 외에는 계속 콧구멍에서 소리를 발사하니 쉴 때는 보통 1초에 5회, 날아다닐 때는 20~30회 정도라 한다. 소리(17가지의 신호가 있다함)의 메아리(echo)로 상대방의 성(性), 방해물, 공격위협까지도 알아낸다. ‘하늘을 나는 포유류’, 이 재미나는 동물도 같잖은 인간 꼬락서니가 보기 싫어 저승으로 떠나가고들 있단다. 저걸 어쩌나?

강원대학교 생명과학부 교수(okkwon@kangwon.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