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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챙이도 친족(親族)을 알아본다

사오정버섯 2007. 2. 23. 2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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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오길의 자연이야기] 올챙이도 친족(親族)을 알아본다

근래 와서 논틀밭틀에서 ‘꼬마 개구리’를 자주 만난다. ‘올챙이 개구리 된 지 몇 해나 되나’란 가난하게 지내다가 겨우 좀 형편이 편 사람이 지나치게 잰 체함을 핀잔줄 때 쓰는 말이다. 그리고 ‘올챙이적 생각은 못하고 개구리 된 생각만 한다’는 말은 성공한 자가 그 전의 미천(微賤)하던 때를 생각지 못하고 오만한 행동을 한다는 비꼼이다. 한데 개구리가 올챙이적만 생각하고 있다면 또 어쩌겠는가? 죽도 밥도 아닌 얼간이 마마보이(mamma's boy)가 그렇게 해서 생겨난다.

올챙이는 물에 살면서 아가미로 호흡한다. 원래 잡식성에다 ‘올챙이 배’를 하고 꼬리까지 달고 다녔다. 하지만 뒷다리, 앞다리가 생기면서 꼬리는 흡수되어 없어지고, 땅으로 올라와서 허파호흡을 하게 된다. 식성도 벌레를 먹는 육식성으로 바뀐다. 이것이 드라마틱한 올챙이의 변태다. 쓰라리고 고된 탈바꿈이 어엿한 개구리를 탄생시킨 것이다!

그런데 올챙이는 왜 떼를 짓는 것일까. 물고기떼(schools), 새 집단(flocks), 원숭이 무리(troops)는 생존에 어떤 점이 유리한가. 그리고 한 종족끼리 귀신같이 서로를 알아차리고 모여든다. 이런 것을 친족인지(親族認知·kinship)라 하는데, 겨레붙이를 알아보는 데 어떤 방법으로 무슨 신호를 보내서 의사소통을 할까.

우선 떼를 지으면 어떤 점이 생존에 유리한가를 보자. 물고기나 새 떼도 비슷하다. 무엇보다 여러 마리가 있으면 먹이를 찾기가 쉽고, 따로 있는 것보다 천적인 포식자를 쉽게 발견하여(눈이 많으니) 도망치기가 용이하다. 소리 지르기, 경고 페로몬(alarm pheromone) 분비 등으로 옆 친구들을 도망가 숨게 한다. 또 포식자를 발견하면 갑작스레 퍼떡거리며 날거나 세차게 물살을 가르며 달려 나가면서 포식자를 겁먹게 한다. 마지막으로 먹잇감이 너무 많으면 천적이 혼란을 일으켜 못 잡아먹는 약점도 교묘하게 이용한다.

다음은 친족인지에 대한 이야기다. 동물은 종류에 따라 친숙도(親熟度)를 높이는 방법이 있으니 주로 페로몬, 소리, 빛 등을 많이 쓴다. 한 수조에 서로 다른 두 어미에게서 난 올챙이들을 뒤섞어 두면 나중에는 두 패거리로 나눠진다고 한다. 어떻게 편 가르기를 하는 것일까. 첫째 태어나 같이 지내므로 친숙해진다는 것이고, 둘째는 친속(親屬)끼리의 냄새나 특수한 몸의 표지(標識)·색깔 등으로 친족과 비(非)친족을 구분해내며, 셋째 인지인자(因子)가 있어서 배우지 않고도 본능적으로 알아낸다는 것이다. 피는 물보다 짙다!

그리고 올챙이 때 몸에 해가 없는 색소를 묻혀 놓고 커서 사방으로 퍼져나간 뒤 논에서 노니는 분포를 조사해봤더니 끼리끼리 모여 있었다는 것이다. 개구리도 같은 배의 친구를 잊지 않고 지낸다니…. 엉뚱한 해석일지 몰라도, 동물행동학자들은 그것들이 서로를 알아보아 근친교배를 피하고자 그럴 것이라고 해석한다.

식물도 친족을 알아본다고 하면 믿기지 않겠지만 실제로 그들도 서로 신호를 보내면서 같은 무리를 알아차린다. 배추밭에는 배추만 심고 무밭에는 무만 심지 그것을 섞어 심지 않는다. 끼리끼리는 경쟁을 하면서도 협력을 하나, 섞어 심으면 서로 화학물질을 분비해 상대를 못 자라게 한다. 식물도 친족을 인지한다. 벌레가 달려들면 식물은 옆의 친구에게 알려준다! 풀은 그저 풀이 아니다.

강원대학교 생명과학부 교수(okkwon@kangwon.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