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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경이 둘로 갈라진 파충류, 뱀

사오정버섯 2007. 2. 23. 2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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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오길의 자연이야기] 음경이 둘로 갈라진 파충류, 뱀

▲ 월악산에서 잡힌 백사.
‘같은 물도 소가 마시면 젖을 만들고(牛飮水成乳) 뱀이 먹으면 독이 된다(巳蛇水成毒)’고 한다. 이슬을 따먹는 벌은 꿀을 받아내고…. 사람도 마음먹기에 따라 좋은 사람이 되기도 하고 나쁘게도 된다. 마음 하나 열면 드넓은 우주를 덮을 수 있으나 닫으면 송곳구멍 하나도 어렵다. 일체유심조(一切唯心造)라! 이승에서 못된 짓 많이 하면 뱀이 되어 다시 태어난다고 하더라!

뱀은 ‘배암’의 준말이다. 뱀이라 하면 보통 뱀과 도마뱀을 합쳐 부르기도 한다. 우리나라에는 겨우 뱀 11종과 도마뱀 5종이 산다. 뱀에는 유혈목이, 구렁이, 무자치, 살모사 등이 있고 도마뱀에는 장지뱀, 도마뱀 등이 있다. 이것은 기껏해야 열대우림지대의 큰 나무 한 그루에 사는 뱀의 종류다.

뱀이란 말만 들어도 등이 오싹해지고 머리카락이 쭈뼛 솟는다. 모골이 송연하다! 아마도 긴 몸뚱이의 꿈틀거림도 그렇지만 약 올리는 듯 날름거리는 혓바닥에다 움직임 하나 없는 붙박이 눈알 때문에 징그럽고 무섭다. 뱀의 눈은 청맹과니나 다름없고 귀머거리에다 코의 기능도 형편없다. 하여 눈과 귀, 코의 몫을 두 갈래로 짜개진 혓바닥이 도맡아 한다. 혀를 내었다 들였다 하면서 공기 중의 습기나 냄새분자를 묻혀 들여서, 입 천장에 있는 야콥손기관(Jacobson’s organ)에 묻혀서 감각을 느낀다. 그리고 눈과 코 사이에 나있는 작은 ‘구멍기관(pit organ)’은 0.003℃까지도 구별한다. 뱀의 주된 먹잇감은 새나 쥐 같은 열을 내는 온혈동물이기에 열(적외선) 탐지기를 뱀이 갖고 있는 셈이다.

뱀은 네다리동물(사지동물)에 속하지만 다리는 퇴화하고 몸 속에 다리뼈의 흔적만이 남아있다. 바위 틈새나 논두렁의 굴 안에 숨어있는 쥐를 잡으려면 네 다리가 거치적거릴 것이다. 그런데 쓸데없는 군일을 하여 도리어 실패하게 될 때를 화사첨족(畵蛇添足)이라 하고, 줄여서 사족(蛇足)이라 한다. 뱀을 그리면서 실물에 없는 네 다리를 그려 넣었으니 웃기는 일이다.

뱀의 몸은 비늘로 싸여있다. 특히 배 비늘(복린;腹鱗)을 곧추세워 앞으로 기어가며 뒤로 되미끄러지는 것을 막는다. 그리고 꾸불꾸불, 지그재그로 움직이는 뱀 운동을 사행(蛇行)이라 한다. 담벼락에 반쯤 들어간 뱀 꼬리를 움켜잡고 아무리 당겨도 비늘 때문에 빠져나오지 않는다. ‘뒤로 가지 않는 뱀’은 과학의 속성을 닮았다. 과학이 어디 뒷걸음질을 하던가. 곧장 앞만 보고 달려가는 것이 과학이다.

뱀의 또 다른 특징은 음경(陰莖)이 둘로 갈라져 있는 것이다. 이를 ‘반음경(hemipenis)’이라 한다. 우수 경칩이 가까워오는 때이른 초봄, 땅굴 속에서 떼 지어 겨울잠 자고 있던 뱀들이 갑자기 요동을 치면서 난리가 난다. 암수가 서로 뒤엉켜 몸을 칭칭 감고 비틀며 부비고 문지르며 상대를 흥분시키느라 깨물기까지 한다. 그런데 음경이 하나라면(떠받치는 팔다리가 없어서 껴안지 못하니) 삽입된 것이 빠져버릴 수가 있다. 다행히 집어넣은 반음경 끝을 양 옆으로 짝 벌려서 몸을 고정한다. 다 살게 돼 있다더니만…. 한데, 뱀이나 개구리 같은 야생동물을 잡는 것은 물론이고 얻어먹기만 해도 걸린다(?)는 것을 모르고 계시는 독자는 없으시겠지. 참 잘한 처사다!

강원대학교 생명과학부 교수(okkwon@kangwon.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