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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꺼비의 일생

사오정버섯 2007. 2. 23. 20:33
Bufo bufo-gargarizans

독을 뿜어 둔한 몸을 지킨다
두꺼비의 일생

설화에 자주 등장해 우리에게 친숙한 두꺼비가 특정야생동물로 지정될만큼 멸종위기에 처해 있다. 10년에 걸쳐 어렵게 촬영한 포접과 산란 장면 등 두꺼비의 숨겨진 생활사를 살펴보자.

 

글●사진/전영호 (한국생명과학사진연구회 회장)

 

 

리는 어린 시절 '두꺼비지네'의 설화를 들어왔다. 제물로 바쳐진 처녀를 살리기 위해 지네와 싸우다 죽은 두꺼비. 그래서 두꺼비는 징그럽지만 우리와 친숙한 동물이다. 두꺼비는 개구리목(目) 두꺼비과(科)에 속하며 오스트레일리아 등 일부 지역을 제외한 전세계에 약 10속(屬) 1백30종이 분포한다. 우리나라에는 두꺼비(지정번호 양-6)와 물두꺼비(지정번호 양-7) 2종이 있는데, 두꺼비는 제주도를 제외한 전지역에 분포하고 물두꺼비(한국 특산종)는 강원도, 지리산, 광릉 등 산간 계류에서 서식한다.

두꺼비는 우리나라 양서류 중 가장 큰 동물이다. 몸길이는 10 ~ 12cm 정도. 껌벅이는 큰 눈, 일자로 꽉 다문 입, 둔한 몸짓, 두껍고 건조하며 오돌도돌한 피부, 어슬렁 어슬렁 기어다는 모습 등이 인상적이다. 개구리와 달리 울음주머니가 없어 수컷이 암컷을 부를 때 목에서 소리를 낸다.


곤충(게아제비)이 두꺼비 올챙이를 잡아먹는 모습

포접


겨울이면 추위를 피해 굴이나 땅 속에서 겨울잠을 자고 3월초에 깨어난다. 이때 두꺼비는 무논처럼 새끼가 살기에 적당한 산란 장소를 찾아 수 km까지 이동한다.

과천의 청계산 기슭과 의왕의 백운저수지 근처의 무논에서 해마다 수십마리의 두꺼비가 모여 짝을 짓는 장면이 관찰된다. 수컷들은 암컷과 포접(抱接, 체외수정을 위해 껴안은 채 알에 정자를 뿌리는 행위)하기 위해 서로 치열한 싸움을 벌이며, 승자는 암컷의 등 위에 올라가 가슴을 꼭 껴안는다. 근육이 잘 발달된 앞다리 때문에 수컷이 암컷을 한번 껴안으면 잘 떨어지지 않는다. 너무 꽉 껴안은 나머지 포접 후 암컷의 가슴에는 흰 상처가 남는다.


방어


개구리는 위험에 닥치면 펄쩍 뛰어 도망간다. 그러나 두꺼비는 그렇지 못하기 때문에 대신 몸을 팽창시키고 머리를 숙여 적의 코앞에 다가선다. 이때 귀샘에서는 흰빛의 독액(부포톡신)이 분비된다. 이 독액이 다른 동물의 구강이나 점막에 묻으면 염증을 일으키고 신경을 마비시킨다.

사냥


두꺼비는 반드시 움직이는 것을 잡아먹는다. 먹이가 움직이면 재빨리 먹이를 주시하다가 다시 먹이가 움직이면 혀로 순식간에 낚아채 삼킨다. 실험실에서는 파리 유충인 구더기로 사육한다.

한쌍


암컷(오른쪽)은 수컷에 비해 몸이 크며 다리가 짧다. 또 피부 융기가 조밀하며 무늬가 좀더 넓게 퍼져 있다.

두꺼비는 산란기를 제외하고 대부분 육상에서 생활한다. 또 낮에는 돌이나 풀 밑처럼 습한 곳에 숨어 있다가 밤이 되면 지렁이, 땅강아지, 집게벌레, 파리, 모기, 개미, 등 작은 벌레를 잡아먹는 야행성 동물이다.


물두꺼비


물두꺼비의 몸길이는 4 ~ 6.5cm 정도. 크기가 작고 수중생활을 한다는 점이 두꺼비와 다르다. 고려대 윤병일 교수가 처음으로 국제학회에 보고해 세상에 알려졌다.

주로 높은 산의 계류에 살며 파리같은 작은 곤충이나 지렁이를 즐겨 먹는다. 산란 시기는 5 ~ 6월경. 유속이 완만한 계류 웅덩이에 끈 모양의 알주머니 2줄을 산란한다. 이때 알주머니를 돌에 말거나 모래에 섞어 급류에 떠내려가지 않게 만든다. 대개 1회에 1천개의 알을 낳는다.


산란


암컷은 포접 상태에서 앞으로 이동하며 누에가 실을 뽑듯이 한천질에 싸인 두 줄의 알을 낳는다.
1995년 3월 과천에서는 논을 밭으로 변경하기 위해 논으로 흘러 들어가는 물길을 냇가 방향으로 바꾼 일이 있었다. 그러자 두꺼비들은 산란을 못하고 방황하다가 임시 양어장에서 대량으로 산란하고 말았다. 그나마 양어장이 없었으면 어떻게 됐을까.
의왕의 산란 장소도 세계 연극제 행사장으로 사용될 계획이어서 조만간 사라질 위험에 처해 있다. 이밖에도 전국의 무논이 주택지, 공장 단지, 밭 등으로 이용되는 추세다. 따라서 두꺼비의 산란 장소는 계속 감소될 수밖에 없다.


길이가 무려 10m에 이르며 알의 개수는 2천5백 ~ 8천개 정도. 알이 부화돼 올챙이로 변하는 기간은 2주다.

변태


부화후 약 한달이 지나면 뒷다리가 나온다. 이후 1 ~ 2개월만에 성체가 된다.

올챙이


무리를 지어 생활하며 먹이 쟁탈전이 치열하다. 한천질이 분해되면서 밖으로 나온 올챙이들은 해캄, 이끼 등을 먹으며 자란다.

수난


두꺼비 올챙이(왼쪽)는 개구리 올챙이(오른쪽)에 비해 힘이 약하며, 훨씬 검어서 쉽게 식별된다. 그래서 개구리 올챙이를 비롯해 게아재비, 물자라, 잠자리 등의 유충에게 먹힌다. 또한 육상 생활을 막 시작한 어린 두꺼비는 이동 속도가 느려 뱀이나 새에게 잡혀먹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