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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쥐의 마지막 안식처 / 제주 만장굴

사오정버섯 2007. 2. 23. 20:41
박쥐의 마지막 안식처
제주 만장굴

제주도 북제주군 동김녕리에 있는 만장굴

제주 만장굴은 세계에서 가장 큰 용암 동굴로 알려져 있지만 해마다 3, 4천 마리의 박쥐들이 겨울잠을 자는 곳으로도 유명하다. 우리 나라에서 가장 많은 박쥐들이 모여 겨울을 난다는 박쥐들의 천국, 만장굴을 <까치> 자연 파수꾼들이 찾았다.
<까치> 자연 파수꾼/문영균, 박진석(제주 하귀 초등 5)

"우와! 박쥐다, 박쥐. 진짜 박쥐야."
"으~ 드라큐라가 나타날것만 같아."

영균이와 진석이는 몇 백 마리의 박쥐가 다닥다닥 붙어 있는 것을 보자마자 박취처럼 서로에게 바짝 다가갔다. 평소에도 친하긴 하지만 으스스한 동굴 안에서는 더욱 친해질 수밖에 없다!

처음엔 캄캄한 굴에 익숙지 못해 아무 것도 보이지 않더니 주위의 물체가 보이기 시작하자 <까치> 자연 파수꾼들은 기겁을 했다. "박쥐들이 깰지도 모르니 조용히 하자. 손전등을 비출 때에도 박쥐들이 놀라 날아오를지 모르니 갑자기 불을 켜서 비추지 말고 주위에서부터 점점 가까이 가며 비춰야 한다." 바닥이 미꾸러워 조심조심 걸으며 영균이와 진석이는 양영민 선생님(하귀 초등학교 교사)을 따랐다.

▲ 새끼를 낳으려고 동굴 속에 모여든 암컷 박쥐들. (사진: 석동인)


▲ 박쥐가 나는 모습.

한국 최대의 박쥐 서식지

북제주군 구좌읍 동김녕리에 있는 만장굴은 세계에서 가장 큰 용얌 동굴로 국내에서 보기 드문 박쥐 집단 서식지이기도 하다. 오래 전부터 주민들 사이에서 '만쟁이굴'로 불려온 만장굴이 세상에 알려진 것은 1958년 이후였다. 총 길이가 13.4킬로미터나 되는 만장굴은 석회 동굴에 비해 구조가 단순해 거미지네 말고는 다른 생물이 별로 없다. 우리나라 제일의 관광 동굴로도 유명한 만장굴은 자연보호 때문에 입구에서부터 1킬로미터까지만 공개되었을 뿐 더 이상은 개발되지 않고 있다.

박쥐는 동굴 입구에서 3.8킬로미터 떨어진 만장굴 지하 막장에 있는데, 이 곳에선 우리 나라의 대표적인 박쥐인 관박쥐긴가락박쥐가 수백, 수천 마리씩 모여 겨울잠을 잔다. 이곳은 온도 변화가 거의 없고 일반인에게 공개되지 않았기 때문에 사람의 발길이 닿지 않아 빛과 소음을 싫어하는 박쥐에겐 안성맞춤이다.

▶ 박쥐뿐만 아니라 운좋게도 거미를 한마리 발견했다.

박쥐도 함께 사는 지구

"너희들은 텔레비전이나 공포 영화 속에서만 박쥐를 봤겠지만 선생님이 어렸을 때만 해도 밤이면 박쥐가 동네에서 날아다니는 걸 쉽게 볼 수 있었단다. 박쥐는 보통 사람들이 알고 있는 것처럼 무섭거나 해로운 동물이 아니란다." 선생님의 말씀이 믿겨지지 않는지 영균이는 고개를 갸우뚱거린다.

사실 박쥐는 인간에게 해로운 곤충을 잡아먹고 사는 이로운 동물이다. 우리나라는 아직 박쥐에 대한 조사가 구체적으로 이뤄지지 않고 있지만 유럽에선 포획금지법까지 만들어 박쥐를 보호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선 박쥐를 달여 먹으면 병을 고치는 데 좋다는 말이 있어 박쥐를 약용으로 잡는 사람들이 간혹 있기까지 한데......

얼마 전에는 만장굴 중간 부분에 입구를 하나 더 만든다는 보도가 있었다. 자꾸만 개발이 되다 보면 주위에 민감한 박쥐들이 모두 도망갈 텐데. 만장굴은 해마다 약 3,4천 마리나 되는 박쥐들이 겨울잠을 자는 한국 최대의 박쥐 서식지가 아닌가! 다행히 그것은 잘못된 기사임이 밝혀졌지만 안심을 할 수는 없다. "개발도 좋지만 박쥐들도 살곳이 있어야죠" <까치> 자연 파수꾼들의 외침이 동굴 안 가득히 울려퍼졌다.

글/황재수 기자 사진/강성철 기자

▲ 동굴 속에 사는 곱등이. ▲ 박쥐의 옆얼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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