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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딧불이의 대화법 - 형설지공

사오정버섯 2007. 2. 19. 17: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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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반딧불이의 대화법

‘형설지공(螢雪之功)’,

반딧불의 불빛과 눈 내린 밤의 눈 빛으로 쉬지 않고 공부하여 이룩한 성공이란 뜻이다.

형(螢)은 반딧불이요 설(雪)은 겨울 눈이다. 중국 진(晉)나라 고사에 손강(孫江)과 차윤(車胤)에 관한 이야기가 나온다.

“손강은 겨울이면 항상 눈 빛에 비추어 책을 읽었고, 차윤은 여름에는 낡은 명주 주머니에 반딧불이를 많이 잡아넣어 그 빛으로 책을 비추어 낮처럼 공부하였다.”

반딧불이를 ‘개똥벌레’ ‘반디’ ‘반딧벌레’ ‘반딧불’ 등 여러가지로 부르고 있다. 생물학에서 쓰는 표준 우리말 이름은 ‘반딧불이’다.

한자로는 형화(螢火), 영어로는 ‘firefly’다.

우리나라에 서식하는 반딧불이는 모두 8종으로 기록되어 있고, 실제로 채집이 잘되는 것은 애반딧불이, 파파라반딧불이, 운문산반딧불이, 늦반딧불이 등 4종이며, 세계적으로 2000여종이 넘는다고 한다.

알고 보면 이 곤충은 빛으로 말을 한다.

암수가, 또 같은 종끼리 깜빡깜빡 빛을 내어서 서로 의사소통을 한다.

다시 말하면 종마다 빛의 강도, 깜빡거리는 시간, 간격 등이 달라서 끼리는 쉽게 서로를 알아차린다.

여기서 우리는 왜 도시에서는 반딧불이를 볼 수 없는가를 유추할 수가 있다. 전깃불이 밝아서 암수가 서로 신호를 알아볼 수 없으니 살 수가 없다. 그래서 불빛이 없다시피 하는 심신산골에 반딧불이가 찾아드는 것이다.

시골의 전깃불이나 자동차 불빛도 이들의 삶을 방해한다고 한다. 컴컴한 어둠에서야 반딧불이가 살 수 있다!

반딧불이가 발광하는 곳은 배의 가장 끝마디다.

필자가 어릴 때는 녀석들을 잡아서 꼬리를 잘라 이마에 쓱 문질러서 ‘귀신놀이’를 했다.

이마나 볼에서 계속 은빛을 내고 있으니 그것이 바로 반딧불이 빛, 형광(螢光)이다. 어둔 밤 동구밭 어귀에 별똥별(유성, 流星)을 보는 듯 많이도 날아다녔었는데….

반딧불이는 알→애벌레→번데기→성충의 생활사를 갖는 완전변태를 한다.

이것은 일종의 딱정벌레(갑충, 甲蟲, beetle)에 속하는 소형 곤충으로, 보통 반딧불이는 알, 유충, 번데기, 성충 등 모든 시기에 빛을 낸다.

암놈이 “나 여기 있소” 하고 신호를 보내면 수컷이 당장 알아차리고 달려오는 것이다.

암놈들은 수놈에 비해 덩치가 조금 크지만 하나같이 날개가 퇴화하여 날지를 못한다. 풀 속에 숨어서 반짝반짝 수놈을 꼬드기는 길밖에 없다.

반딧불이는 먹이를 찾아다니면서 아까운 시간을 내버릴 틈이 없다. 보름을 살면서 짝을 만나 새끼 치는 것도 서둘러야 한다.

때문에 성충이 될 때는 입이 퇴화해버리고, 또 이미 지방을 몸에 그득 쌓고 나와서 살아있는 동안 아무것도 먹지 않는다.

유충(애벌레)은 물에 사는 것과 땅에 사는 것이 있다. 우리나라에 사는 여덟 종 중에서 애반딧불이(‘애’는 ‘작다’란 뜻임) 한 종만 물에서 살고 나머지는 모두 땅에서 산다.

그것들이 뭘 먹고 살까? 반딧불이 유충 중 물에 사는 애반딧불이는 ‘다슬기’를 잡아먹고, 나머지 것들은 밭가 풀숲에 사는 ‘달팽이’를 먹이로 한다.

이제 겨울이 왔다. 유충들은 매서운 칼 추위를 피해 물 속이나 가랑잎 더미에 몸을 묻고 겨울을 보낸다.

늦봄(4~5월)에 갑자기 번데기로 바뀌어서 2주 정도 지난 다음에 우화(羽化)한다. 즉 성충이 되어 비상(飛翔)하게 된다.

5월 초가 되면 그들의 낢을 볼 수가 있지만, 유독 늦반딧불이는 7월 초가 되어야 성충이 된다.

지금 보는 반딧불이가 바로 ‘늦반딧불이’로 서리가 내리는 때까지 관찰이 가능하다.

주변에서 반딧불이가 자꾸 사라지고 있다고 걱정이 태산이다. 가장 중요한 것이 먹이다. 결국 물의 다슬기와 땅의 달팽이를 보호하는 것이 바로 우리 개똥이를 보호하는 길이다.

살충제, 즉 농약이나 제초제가 먹이감을 죽이기에 이것의 사용을 금하는 것이 가장 시급하다. 그러면 우리가 먹을 게 없는데 어쩌지?

유기농법이 최상의 비법이다. 너도 살고 나도 사는 길을 찾아야 할 것이다. 상생(相生)의 길 말이다.

권오길 : 강원대학교 생명과학부 교수(okkwon@kangwon.ac.kr)

출처 : [권오길의 자연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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