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땅위에서 태어나는 10만t급 선박들

사오정버섯 2007. 2. 19. 16:05
땅위에서 태어나는 10만t급 선박들
30년 통념 깬 ‘선박 육상건조 기술’
레일 깔아 바지선까지 공기부양 이동…
깊은 바다로 끌고간 후 바지선은 잠수시켜

현대중공업은 지난 2004년 10월 조선업계의 오랜 상식을 깨뜨렸다. ‘배는 도크 속에서 건조해야 한다’는 낡은 통념을 뒤집고 육상에서 선박을 건조해 바다에 진수시켰다. 도크는 선박을 최종 조립하는 일종의 대형 웅덩이로, 크레인과 더불어 조선업의 상징으로 꼽히는 설비. 조선업체들은 지난 30년 동안 도크 속에서 선박을 최종 조립한 뒤, 여기에 바닷물을 채워 선박을 진수시켜 왔다. 그래서 현대중공업이 처음 육상에서 선박을 건조하겠다고 발표했을 때, 세계 조선업계는 반신반의하며 고개를 흔들었다.

현대중공업이 선박 육상 건조라는 초유의 제작 방식을 도입한 것은 지난 3~4년 동안 유례없는 조선 호황기를 타고 선박 수주가 급증하면서다. 현대중공업은 울산 조선소에 있는 9개 도크가 모자랄 정도로 수주 물량이 넘치자 육상 건조라는 기발한 아이디어를 냈다. 도크 건립 비용도 절감하고 상대적으로 여유가 있는 해양 플랜트 제작시설을 활용해 배를 건조하기로 했다.


보통 배 한 척은 가로, 세로, 높이가 각각 15m쯤 되는 대형 블록 160여 개로 구성된다. 우선 블록을 먼저 만든 뒤 이를 하나하나 용접하면서 조립해 길이 300m가 넘는 초대형 선박을 건조한다. 현대중공업은 육상 건조를 위해 우선 세계 최대 규모인 1500t급 크레인을 스웨덴에서 도입했다. 엔진룸 등 무게가 최고 700t까지 나가는 대형 블록을 지탱하기 위해서는 초대형 크레인이 필수적이었다.

문제는 철근 무게만 2만t이 넘는 10만t급 선박을 어떻게 육상에서 바다로 옮기느냐는 것. 선박의 바닥 면에 집중되는 엄청난 마찰력 때문에 잘못 힘을 가했다가는 배가 파손될 우려가 높았다. 고민 끝에 현대중공업이 선택한 것은 공기부양 방식. 선박 밑으로 스키드 레일(skid rail)을 깐 뒤, 공기부양설비를 활용해 배를 지면에서 약간 띄운 뒤 조금씩 옆으로 밀어 바다에 떠 있는 바지선에 옮겨 싣는 식이었다. 이후 바지선을 수심 30m가 넘는 심해로 끌고 나가 반(半)잠수시켜 건조된 선박을 바다에 띄웠다. 프로젝트팀은 이를 위해 관제탑을 제외하고는 물 아래로 완전히 가라앉는 특수 바지선도 제작했다.

얼핏 보기에 원리는 간단하지만 척당 1억5000만 달러가 넘는 고가의 선박을 손상 없이 육상에서 건조해 바다에 옮기기 위해서는 작업 단계마다 한 치의 오차도 없는 정밀함이 요구됐다고 한다. 프로젝트를 이끌었던 양영태 이사는 “참고할 자료도 마땅치 않은 상황에서 시스템을 개발하느라 1년 5개월간 엄청난 시행착오를 겪었다”면서 “지금은 육상 건조 방식이 도크 방식 못지않은 생산성을 갖추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현대중공업은 지금까지 총 6척의 선박을 육상 건조 방식으로 제작했으며, 선박 제작 기간도 85일에서 도크 방식과 비슷한 55일로 단축했다.

현대중공업 관계자는 “육상 건조 방식 활용 덕분에 추가적인 도크 건설 없이 연간 10%의 선박을 더 만들 수 있게 됐다”면서 “해외 선주들이 선박 조기 인도에 감탄, 감사의 편지를 보내기도 했다”고 말했다.

조형래기자 hrcho@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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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 중공업 해얄사업부에서 건조한

실물 과정은 차후 올리겠읍니다-현대중공업 이중환대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