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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단벌레의 꿈

사오정버섯 2007. 2. 19. 15:33

비단벌레의 꿈

 

동명왕릉 능원구역 무덤에서 출토된 금동투조일상문장식이 있다.

복숭아씨를 반으로 갈라놓은 모양의 중심에 해를 상징하는 삼족오(세발 까마귀)가 날개를 활짝 편 모양으로 투조되었다. 삼족오 주변으로는 그름 무늬와 봉황 무늬가 새겨져 있다. 정교하면서도 역동적인 문양에서  고구려 미술의 진취적인 기상을 느낄 수 있다. 

 

이 금동투각판 뒤에는 나무판을 대고 그 사이에 비단벌레의 속날개를 깔아 바탕을 만들었다.

비단벌레의 속 날개를 무늬로 사용하는 방식은 고구려를 비롯한 백제와 신라 등 삼국의 고유한 장식기법으로 신라의 금관총에서 출토된 마구나 일본 호류지(법륭사)에 소장된 옥충주자玉蟲廚子에서도 대표적으로 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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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구려 금동투조일상문장식

 

옥충주자는 중층 불당 형태로 만들어 작은 부처를 모셔두는 일종의 불감이다.  

일본에서는 비단벌레를  옥충玉蟲이라 부르는 데서 옥충주자라 불려진다.

높이 20cm 정도의 목제 가옥 형태인데 기와 막새 두공 치미까지 완벽한 고건축의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 옥충주자의 지붕 합각 아래쪽 처마지붕의  층단을 이루고 있는 독특한 모습은 흔치 않은 예로서 고건축을 연구하는 사람들에게 관심의 대상이 되고 있다. 그 흔치 않은 층단지붕의 모습이 우리의 부여 출토 산경문전山景文塼의 선각 그림에서도 보이고 있는 점에서 옥충주자도 백제의 영향을 받았거나 백제 인에 의해 직접 만들어졌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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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MBC가 재현한 비단벌레 장식 말안장. 28일 국립경주박물관에 기증돼 전시에 들어간다. /연합

 

비단벌레는 딱장벌레과에 속한다.

비단벌레의 날개는 빛나는 신비로운 금녹색 두 날개를 갖고 있다. 마치 단청의 뇌록과 장단육색인듯 하고 그 채색은 우림법을 쓴 듯 2빛 3빛으로 은은하고 조화롭다.

 

일찍이 우리의 선조들은  비단벌레의 죽어서도 색이 바라지 않는 날개를 이용해서 의복 허리띠 마구 등의 장신구를 만들었다. 비단벌레 날개 수천 장을 가지고 장식한  황남대총 마구는 일본이 그토록 자랑으로 여기는 옥충주자보다 200년 이상 앞선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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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단벌레 장식 말안장(세부)/ 비단벌레의 날개를 이어붙였다. /연합

 

이 비단벌레의 신비가 한 다큐멘터리PD의 노력으로 세상에 모습을 드러냈다.

'다큐멘터리 천년 불사의 꿈-비단벌레'를 제작한 울산MBC 박준영PD는 지난해 국내 최초로 비단벌레 서식지 확인과 활공장면을 촬영하는데 성공했다.

 

그는 경주 황남대총 남분 출토 비단벌레 장식 말안장을 재현하기 비단벌레 날개를 확보하지 못해 애태우다 지난해 11월 일본 시즈오카현에서 20년째 비단벌레를 연구하고 있는 아시자씨를 만나 비단벌레 표본 1천세트를 기증받아 안장을 재현해 내는데 성공하여 28일 국립경주박물관에 기증돼 곧 일반에 전시될 예정이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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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단벌레 실물. 갑각류  곤충의 일종으로 그 빛이 오색 영롱하다. /연합

 

우리나라에 서식하는 비단벌레는 현재 관찰조차 어려운 보호 종인데다 동종인 일본산 비단벌레도 1년에 불과 400여 마리 밖에 채집할 수 없을 정도로 귀한 곤충이다. 현대는 각종 농약과 심각한 공해로 많은 종의 동식물이 지구상에서 사라지고 있다. 요즈음에는 소똥구리나 장수풍뎅이 무당벌레마저 희귀해져서 애완동물처럼 비싼 값에 거래가 되고 있는 모양이다.

삼국시대, 이 땅에 지천으로 살았을 비단벌레가 그 아름다운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실로 1500년 만에 비단벌레의 오색영롱한 꿈을 재현해 낸 울산MBC와 박준영PD의 노력에 아낌없는 찬사를 드리면서 참으로 신비한 자연의 아름다움에 경탄해 마지않는다

 

복원된 비단벌레장식 말갖춤 세부장식

첨부이미지 ▲ 1973~1975년 경북 경주에서 발굴조사된 신라고분 황남대총 남분에서 나온 비단벌레장식 말갖춤(馬具)이 복원됐다. 사진은 비단벌레 날개로 장식된 안장 뒷가리개 세부모습. /경주박물관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