웃으며 살어요/유머·황당·엽기

백수와 백조의 사랑이야기 (제11화)

사오정버섯 2009. 11. 12. 22:17
 
사오정의 쉼터
 

제목 : 백수와 백조의 사랑이야기 (제11화)

 

38

I Will Always Love You - Whitney Houston 

 

어리연

 

-----백수------

 
에휴....이 한여름 ,
더구나 휴가철에 어디가서 차를 빌린담.

예상에도 없는 인원이 두 명씩이나 불어나서
도저히 친구 놈의 소형 자동차로는 움직일 수가 없게 되버렸다.

나와 그녀, 친구 부부 거기에 그녀들의 친구 둘 까지 여섯 명이 가려면
봉고가 아닌 다음엔 차가 두 대가 필요했다.

그나마 추가 인원이 여자니까 참는다....^^;

아~ 이 자식은 걍 렌트 하자니까 꼭 어디서 구해보라고 난리람.
하긴 젤 싼 차가 하루 최하 55,000원은 되는데 그 돈이 아깝긴 하겠지.

사람들이 차랑 마누라는 빌려 주는게 아니라는데
도대체 이걸 어디가서 빌린담.

회사 다닐 때가 좋았는데...
기름값 걱정도 안하고..
팔지 말았을 걸 하는 후회가 진하게 밀려든다.

문득 일가족이 모여 사는 친구 녀석이 떠 올랐다.
그 놈거랑 형거랑 매형거랑 어쩌구 저쩌구 해서
집에 차가 3~4 대는 됐다.

형이랑도 친하고 하니까 말만 잘하면 될 것도 같다.
하긴 나 회사 다닐 때 그 자식이 나한테 바가지 씌운 것도
많으니까 완전 쌩은 못 까겠지.^^

 

 

수련

 


------백조--------


이년들은 할 일 없으면 집에 자빠져 있지
뭘 남들 쌍쌍으로 가는데 끼고 난리람.

은미 이 년이 더 밉다.
지는 결혼 했다 이거지?

왜 지가 발 벗고 나서서 같이 가자고 설레발이야~~~!!!
기집애들...애인들 없으면 지네끼리 가서 현지조달을 하던지.

암튼 내색도 못하고 출발 날짜는 다가왔다.
근데 이 인간은 차 구해온다 더니 왜 이렇게 연락이 없담.

전화를 했다.

"여기 지금 다 모여 있거든, 차 구했어?"

"어? 어....지금 가는 길이야."

"차종이 뭐야?"

"어....넌, 잘 모를거야. 라보라고. 다마스 사촌 쯤 되는거.."

"라보? 우리나라에 그런 차도 있어?"

"응....있어. 그런게. 암튼 다 왔으니까 끊어."

들어본 것도 같은데 뭐더라? 외제찬가?^^
다마스는 알겠는데...
그럼 그것도 승합찬가? 아님 뭐지?

은미 신랑 한테 물어봤더니 "라보요?" 하고 고개를
갸우뚱 하더니 잠시 후 표정이 일그러진다.

뭔데요~~ 하고 다시 물어 보는데 빠앙! 하고 경적이 울렸다.

기절하는 줄 알았다....

0.5톤 미니 트럭이었다!!!!

 

 

목련

 

 

-------백수-------

 
역시나 였다....-.-

새끼는... 차 멀쩡한 거 같은데 뭐 쇼바가 나갔네
어쩌네 하며 핑계람.

그러면서 지가 납품 때문에 며칠전에 중고로 산
트럭이 있는데 그거라도 빌려가겠냔다.

낡고 귀엽지도 않은 라보(LABO) 트럭이었다....-.-
무슨 물건 팔러 가는 것도 아닌데 난감했다.

물론 나야 상관없지만 아무래도 여자들이 많은데.....

그래도 가만히 생각해보니 그녀는 승용차에 타고
나만 이차에 타면 될 것 같았다.

뒤에는 짐도 싣고....
뭐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그거라도 빌려 주는게 어디람.

역시나 사람들의 표정이 압권이었다.

ㅠ.ㅠ 그문 어카라구....!!

 

 

누린내풀

 

 

--------백조-------------
차를 보니까 생각났다.
맞아, 저 차 이름이 라보였지...ㅜ.ㅜ

솔직히 조금 실망한 건 사실이다.
그래도 저사람 주변머리에 차를 빌린것만 해도 대견하단 생각도 들었다.

뭐 어쩔 수 없지.
그치만 그때 속마음은 그 차에 타고 싶은 맘이 안 드는 건 사실이었다.

그가 "넌 편하게 저 차 타고 와." 라고 하는데
나도 모르게 "그래도... 될 까." 라고 말해 버렸다.

아주 잠시... 쓸쓸해 하는 것 같았지만
"그러엄~~" 하고 이내 밝게 웃으며 나를 승용차에 밀어 넣었다.

...하지만 타는 순간부터 후회하기 시작했다.

서해안 고속도로를 타기 시작할 때부터 그가 우리 차 앞뒤를
오가며 손을 흔들어 댔다.

모자와 선글라스를 벗어서 흔들며 빵빵 경적도 울려댔다.
그런 모습이 우스꽝스러운지 친구들은 연신 깔깔댄다.

짐칸에 아이스박스와 온갖 짐을 실은 채 밝은 얼굴로 고속도로를 달리고 있는 그의 모습이
고단한 일상을 자신의 아이들에게 들키지 않으려고 애쓰는,
외로운 가장 같았다.

어쨌건 지금 앉아 있는 자리는 내 자리가 아닌 것 같았다.

친구 신랑이 길 안 막힐 때 쉬지 말고 가자는 걸 화장실이
급하다며 쉬어가자고 졸라서 휴게소에서 내렸다.

화장실 앞에서 그가 "너 급했구나?" 하며 놀린다.

트럭에 타겠다니까 불편하다며 눈치없이 자꾸
밀어낼라 그런걸 밀치고 올라탔다.

다시 서해안으로 향하는 길...
의자는 다소 불편했지만 마음은 세상 어느 곳 보다도 편했다.

 

 

흰꽃나도샤프란

 

 

--------백수--------


고속도로에서 왔다갔다 하며
그녀를 향해 손을 흔드는데 영 표정이 밝지가 않았다.

왜 그런지 물론 알것 같다.
그래서 그런 기분 안들게 장난을 친건데 반응이 없었다.

휴게소에서 화장실에 다녀온 그녀를 보니 눈이 빨개졌다.

미안하다.
좀 좋은 차를 빌려왔으면 이런 일이 없었을텐데.

에어컨이 가스가 떨어졌는지 잘 안 나와서
창문을 열지 않으면 무척 더웠다.

이 자식이 부채랑 수건을 갖다 논 이유를 알 것 같았다....-.-

그런데 그녀가 창문을 거의 올리더니 대신 부채질을 해 줬다.

시원했다....

어느덧 <무창포 해수욕장>이라는 표지판이 눈에 들어왔다.

"니이야아아~~~ 바다다~~~~~냐흥~~~~!!!!!! "

 

 

상사화

 


-------백조--------

 
얼마만에 와보는 바다간가...ㅠ.ㅠ
눈물이 앞을 가렸다.

바닷가 앞 방갈로 비스무리한데다가
자리를 잡자 마자 물로 돌진했다.

물도 깊지 않은게 놀기에 딱 좋았다.
뒤에서 이 인간이 물을 뿌리며
"오~~ 수영복 잘 받는데~~!!" 하며 놀린다.

이 늑대....
하긴 내가 며칠 전부터 몇끼를 굶었는데...^^;

엄마는 내가 밥을 안 먹으니까 처지를 비관해서 그러는 줄 알고
중매 서 줄테니까 너무 그러지 말랜다...ㅠ.ㅠ

엄마야!!
이 인간이 물 밑에서 갑자기 목마를 태우며 일어섰다.

아....제발 일년이 오늘 같기만 하여라...^^;

 

 

미모사

 

 

-------백수---------

 
오~~~^^
설마했다....

그녀가 당당하게 비키니를 입고 나왔다.
솔직히 아랫배가 살짝 나왔지만 그런게 더 보기 좋았다.^^

넘 비쩍 마른 여자는 왠지 쫌 부담스럽다.
모...선천적으로 마른 거야 어쩔 수 엄지만..-.-

친구네 부부랑 서로 목마를 태우고
기마전을 하며 놀았다.

음...이 여자 그동안 친구한테 쌓인게 많았나 보다.
무슨 남자들 보다 더 격하게 덤벼들더니 일격에 무너 뜨렸다.

말 그대로 장난이 아니었다.

근데 그녀의 친구들이 외로워 보인다.
그런 눈빛을 예전에 본적이 있다.

대학 때 M.T를 갔을 때였다.
조용한 동네 였는데 우리 옆에는 모 여대 학생들이 왔었다.

술 먹고 담날 오전에 강가에서
서로 물에 밀어 넣고 보트도 뒤집어가며 놀았는데

그 때 그녀들이 강가에 앉아
우리과 남여 학생들이 깔깔 거리던 모습을 넋을 놓고 바라 보던 기억이 난다.

모...우리도 어쩔수 엄썼다.
전날 그 여자들이랑 몰래 술먹다 걸려서 울과 여학생들한테
디지게 혼났었으니까...-.-

넘 외로움 느끼지 않게 그녀 친구들이랑도
적당히 장난도 치고 놀았다.

 

 

덩이괭이밥

 

 

------백조-------


삼겹살에 무슨 꿀이라도 묻혀놨나 보다.
왜 이렇게 달게 넘어가는지 모르겠다...^^;

그가 번개탄에다가 철망을 얻어서
구워내는 삼겹살은 정말 예술이었다.

이 인간 아무래도 한 두번 놀러 다닌 솜씨가 아니었다.

캔맥주도 뜨끈한 것을 아이스 박스 얼음에 대고
문지르더니 금방 얼음같이 차갑게 만들어서 내놓았다.

이 정도면 나중에 부려 먹고 살기 괜찮을 것 같았다...*^^;

저녁에 물이 빠진 바닷가에 나가 조개를 잡는 재미도 쏠쏠했다.
천천히 손을 맞잡고 걸으며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다....

 

 

괭이밥

 

 

--------백수------

 
삼겹살 세 근이 어디로 없어 졌는지 모르겠다.
좀 남으면 낼 아침에 볶아 먹을라 그랬는데..-.-

보통 여자들이 남자보다 속이 깊다고 하는데
크고 넓기도 한 것 같다.

조개도 좀 줍고 산책을 한 후 본격적으로
음주가무에 들어갔다.

술 먹이기 게임을 했는데
대학 때 써먹던 이런저런 방법으로 했더니
나한테는 술을 마실 기회가 오질 않았다....-.-

결국 오늘도 시체 처리 전담반 역할을 해야 했다..ㅠ.ㅠ

 

 

뻐꾹나리

 

 

---------백조--------

 
바닷길이 열린다....
오, 놀라워라!!

그래서 이 인간이 여길 오자 그랬구나.

화장하고 있는데 빨리 나오라고 닦달을 해서
나가봤더니 장관 이었다.

조개랑 소라, 고동 등을 잡는 재미에
술이 덜 깬 아픔도 잊었다...^^

근데 이 인간 겁 되게 많았다.
조그만 게도 손으로 못 잡고 물까봐 벌벌 떨었다.

아....나이가 몇 갠데 그런 것도 못 만지고...
"오빠 개구리 같은 것도 손으로 못 잡지?" 했더니

"어." 그런다.
......아무래도 교육을 다시 시켜야 할 것 같다.

그래도 요리는 잘한다.
조개탕을 끓여 주었는데 개운한게 아주 그만 이었다.

가게 차리면 주방장은 구할 필요가 없을 것 같다...^^;

 

 

어저귀

 

 

-------백수------


여자들의 실체를 보고야 말았다.
빨리 나오라니까 무슨 세수도 안 하고 화장을 한담.

"나 이뻐?" 하고 물어봐서
'으응..." 하고 어정쩡하게 대답했다가 바로
한 대 걷어 차였다....-.-

앞으로 몸조심 해얄 거 같다.

그녀가 겟벌에서 게를 덥썩 잡더니
'어우~~ 맛있겠다. 그지." 하며 나에게 건네준다.

근데 못잡고 떨어뜨리니까 엄청 깬단다.
그런 것도 손으로 못 잡느냐고..-.-

하긴 내가 생각해도 가끔씩
내가 군대 다녀온거 맞나 할 때가 있다.

씨.....못 만지는 걸 어떠카라구...ㅜ.ㅜ

조개국을 후룩후룩 퍼 마시며 "캬~~~" 하는 폼이
딱 우리동네 술꾼 아저씨들 같았다.

이제 조금씩 본 모습이 드러나려나 보다....-.-;

 

 

수련

 

 

-------백조-------


사흘 째 되는 날 딴데로 옮기자고 빨리 짐을 싸랜다.
씨....귀찮은데 걍 한 군데 있지..

강원도 영월 서강으로 간단다.
혹시 동강 아니냐고 했더니 그 옆에 서강이 있단다.

하여간 별 이상한 데를 다 알고 있다니까...


근데 도착해 보니 무척 좋았다.

단종이 유배 됐었다는 청령포 라는 곳 부근이었는데
강물이 유유히 흐르는 것이 마치 영화 <흐르는 강물처럼>의 한 장면이 생각났다.

역시.... 내가 사람 보는 눈은 있다니까...^^;


이 기기배들.....트럭 몰고 왔다고 비웃었었지?
트럭의 필요성이 드러났다. ^^

시골길에서 트럭 뒤에 타고 "오빠~~ 달려~~" 를 외쳤더니
기지배들 얼른 옮겨 타고 신났댄다.

솔직히 서울에서야 이런 걸 어디서 해본담..^^;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유유히 달리는 이 기분.....

최고다~~~!!!

 

 

산호유등

 

 

-------백수-------


민박집 아저씨한테 인사를 드렸더니
귀에다 대고 "야 넌 어떻게 올 때마다 여자가 바뀌냐?" 하고 묻는다.

대학 동창들이랑 후배들이랑 몇 번 왔는데
이 아저씨는 여자는 무조건 애인인 줄 안다....-.-

혹시 그녀가 들었으면 저땔 뻔 했다....^^;

여자들...트럭 뒤에 타라고 했더니 첨엔 싫다고 빼더니
한 번 타보더니 완존히 맛 들렸다.

시도 때도 없이 태워 달란다.
무슨 오토바이도 아니고 "빠라바라밤~~" 이 뭐람....^^

한적하고 조용한 시골길을 오가며 하루해를 넘겼다.

계속................

 

 

호접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