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백수와 백조의 사랑이야기 (제9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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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시나무새
능소화
-----백수-----------
넘 덥고 힘들다.
밤이 됐는데도 더위가 가시질 않는다.
의류 땡처리를 하는 친구가 넘 바쁘다고 일주일만 도와 달랬다.
오늘이 6일 째...
안산으로 의정부로 경기도 일대를
돌아 다니며 집에도 못 들어가고
물건들을 세고 진열하고 거둬 들이고 있다.
안 할라 그랬는데 놈이 50만원을 쳐준다는 말에 그만
넘어가 버렸다.
요즘 같이 어려울 때 50만원이 어디람. ^^
돈을 받으면 그녀에게 무엇을 해 줄까 하는 상상에 빠졌다.
커플링을 해 줄까. 아니 그건 너무 이른가?
아님 멋진 옷 한벌?
음.....옷이라면 여기에도 천지에 깔렸는데...^^;
아님 정동진 바닷가라도 한 번?
그건 넘 속 보이는 것 같고-.-;
어쩐다.....즐거운 고민에 빠져있을 때였다.
"얌마! 옷 안 나르고 뭘 해!!"
친구 녀석이었다....
"어? 응, 해야지."
"빙시같이 왜 혼자 씩씩 웃고 지랄이야."
"-.-...."
그래! 그래도 좋다!
낼이면 난 그녀에게 간다~~~!!
아흥~~ 신난다.^^
나팔꽃
------백조--------
아웅....곤란하다.
며칠 전, 친구 애 돌집에 갔었는데
거기서 친구 남편네 쪽 사람중의 하나가
날 한 번 소개 시켜 달랬단다.
첨엔 싫다고 했는데 이 기집애가 한 번만 만나보라고
통사정을 하는 것이었다.
정말 싫다고 짜증을 부렸더니
"너, 만나는 남자도 없으면서 왤케 팅켜." 하고 부아를 긁는 것이었다.
......남 약점 잡는데는 도가 튼 년 이었다.
"어우~~ 있어!! 있으니까 그만해."
"누구? 누군데 그래? 너 혹시 지난 번에 은미네
집들이서 본 그 사람 만나니?"
...차마 그렇다고 대답하지 못 했다.
내가 나쁜 년이다....ㅜ.ㅜ
제발 한 번만 만나보라고 하는데 어쩔수 없이
반승낙을 했더니 그만 오늘로 날짜를 덜컥 잡아 버렸다.
자기 남편 회사 선임이라 그런다고
자기 사정을 한 번만 봐달라는데 매정하게 거절하기가 어려웠다.
그래도 그한테 미안함을 지울 순 없었다.
이럴때 곁에 있으면 좀 좋아.
자기 사정도 급한 사람이 친구 일을 거들어 준다며
다니는게 화가 난다.
언제 끝날지도 모른다나.
사람이 좋은것과 미련스러운 것은 구분했음 좋겠다.
집에도 못 들어가고 그게 뭐람.
어쨌건 약속장소로 들어서는 발걸음이 무거웠다.
참나리
-------백수-------
샤워를 마치고 수고했다고
고기나 먹으러 가자는 친구에게
돈부터 달랬더니 "아~ 그 자식." 하며 면박을 준다.-.-
"야아~~ 빨리 돈 조오~~~"
"알았어, 안 떼어 먹을 테니까 회식이나 하고 가자고."
"나 급하게 갈 때가 있다니까."
"아이... 치사한 색끼. 알았어, 여깄어."
빳빳한 10만원권 다섯장 이었다.
야~~~~호!!
백화점으로 직행했다.
뭘 사야 될지 몰라서 갈등을 때리다 목걸이를
사기로 하고 이것저것을 둘러 보았다.
음.....근데 가격이 만만찮다.
좀 맘에 드는 건 30~40만원을 가볍게 뛰어 넘었다.
아무래도 정동진은 담에 가얄 거 같다...^^;
어차피 이 돈은 그녀를 위해 쓰기로 맘 먹은 거니까
아낌없이 쓰기로 했다.
백화점을 나올 때 이미 주머니는
개털이었지만 기분은 최고였다.
이제 그녀를 깜짝 놀라게 할 일만 남았다.^^
얘한테는 일이 바빠서 언제 끝날지도 모른다고
뻥을 쳐 두었다.
가자, 그녀의 집 앞으로!!
호야
--------백조---------
간만에 와보는 호텔 커피숍이었다.
갠적으론 꼭 선 볼 때만 오는 것 같아서
호텔 커피숍은 별루다.
남자는 그런데로 괜찮은 사람이었다.
다만 내가 그 사람에게 별 호감이 없다는 것이 문제였다.
한 번 그렇게 생각하니
몸에 밴 듯한 매너와 예의도 왠지
그의 많은 맞선 경력에서 우러난 것처럼 보였다.
친구가 자리를 비켜 준 후 늘 그렇듯
비슷비슷한 질문과 답변이 오고 갔다.
내가 맞선을 싫어하는 이유 중 하나가
바로 이런 것 때문이다.
불편했다.
그냥 반바지를 입고 아이스크림을 들고
그 백수와 함께 거리를 활보하고 싶어졌다.
커피만 마시고 오고 싶었지만
친구 얼굴을 봐서 식사까지 하기로 했다.
무슨 스카이 라운지로 데리고 갔다.
음......오늘 이 녀석 월급을 뽕빨 내버릴까 하는
생각을 잠시 했다....-.-
식사 후 그사람이 잠시 자리를 비웠을 때
백수에게 전화를 걸었다.
근데 받지를 않는다.
우씨~~ 이 인간 도대체 무슨 일이 그리 바쁘담.
취직을 그렇게 열심히 알아보던지.
암튼 도움이 안되는 인간이다.
호야
---------백수---------
집 앞에 와서 전화를 했더니 안 받는다.
쫌 아까 전화를 안 받았더니 삐졌나..?
거야 깜짝 놀래 줄라고 그런 거지.
암튼 이 속 좁은 여자 같으니라구
내가 지 줄라구 이쁘게 포장도 해 왔는데...
어디 딴데 가 있나?
하긴 백조라고 꼭 집에 있으란 법도 없지.
혹시 화장실에서 응가를 하거나 샤워를 하는건 아닐까.
한 번 더 해보니 아예 꺼져있다.
쫌 있다 해야지 하구 골목길에 주저 앉았다.
오늘 저녁은 오랜만에 선선한 바람이 부는 것 같다.
호야
----------백조---------
그냥 지하철 타고 간다니까
그건 예의가 아니죠 하며 기어이 차에 태운다.
지네 집 가는 방향이라는데 더이상 거절할 수가 없었다.
별루 맘에 없는 사람이랑 먹은 저녁이라 그런지 속이 부대낀다.
그 백수랑 골뱅이에 쏘주나 먹었으면...
근데 차 안에서 그 인간한테 전화가 왔다.
곤란했다.
내려서 할 맘으로 전화를 꺼버렸다.
누구한테 온 전환데 안 받냐고 묻는다.
난 원래 모르는 전화번호는 안 받는다고 했더니
그럼 자기가 전화해도 안 받을거냐고 물어 온다.
당근이지, 앞으로 너에게 맞는 여자 찾아서 잘 살아라...
골목 어귀에 내려 달랬더니 잠시만 기다리라더니
차 트렁크에서 꽃다발을 꺼내 건네준다.
...드라마를 좀 보긴 했나보다.
고맙긴 하지만 부담스럽다.
좋은 사람인 것 같긴 하다.
버리긴 아까워, 들고 터덜터덜 걷고 있는데
집 앞에 왠 이상한 사람이 문에 기대서 쿨쿨 자고 있다.
아빠한테 전화해서 데리러 나오라고 할려다 자세히 보니
그 백수였다...........ㅠ.ㅠ
우선 꽃을 던져버리고...^^;
반가움과 화가 동시에 치밀어 올랐다.
"여기서 모해~~" 하며 흔들어 깨웠더니
잠이 들깬 헤멀건 눈으로 쳐다본다....ㅠ.ㅠ
황하코스모스
--------백수---------
씨....전화도 꺼 놓구
어디서 모하는 거람.
앉아 있으니까 슬슬 졸음이 왔다.
지난 일주일간 새벽까지 이 매장 저 매장을 돌아 다녔더니
좀 지친 것 같다.
깜빡 잠이 드는것 같았는데 누군가가 깨웠다.
정장을 차려 입은 디게 이쁜 여자였다.
누군지 저 여자 앤은 디게 좋겠다 생각하며
눈을 비비니...... 그녀였다....ㅠ.ㅠ
근데 막 화를 낸다.
어디있다 왔냐고,
연락도 안 돼고, 남 좋은 일만 해주고 다니냐고.....
씨...그건 내가 할 말이지...
지야 말로 어디있다 왔는지 연락도 안 돼고...
근데 선물을 건네 줬더니 그녀가 운다.
화내다가 울다가...
아무래도 여자의 마음은 알 수가 없다.
앞으론 깜짝쇼를 하지 말아야겠다....-.-
우는 모습도 물론 예쁘지만
밝게 웃는 그녀의 얼굴이 더욱 사랑스럽다.
그녀의 웃는 모습을 내가 만들고 그리고 지켜 주어야 겠다.
말 없이 그녀를 안아주었다.
박주가리
---------백조---------
기대고 자느라 뭉개진 꽃더미 속에서
무언가를 꺼내준다.
예쁜 목걸이였다.
가격이 만만찮아 보이는 목걸이를 보니
이걸 해 주느라고 그동안 수고를 했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서
눈물이 흘렀다.
바보같은 남자다.
사정 뻔히 아는데 이런 걸 해 주느라고 집에도
못 들어가고 고생을 한담.
고마움과 안스러움에 목이 메였다.
그가 어정쩡하지만 따스하게 날 안아줬다.
그날..... 우리는 서로의 입에 매운 골뱅이를
떠 넣어주며 늦도록 소주잔을 기울였다.
그가 나의 웃는 모습이 젤로 예쁘다고 했다.
그래서 나는.....
오빠만 보면 웃음이 절로 나온다고 했다
울산 파래소폭포
--------백수--------
일욜이다.
그리고 그녀를 만난지 일주일이 넘었다.
무언가 그녀를 만나 해얄거 같은데
웬지 답이 안나오는 셤처럼 갑갑하다.
아쒸.....이럴 줄 알았으면
직장 다닐 때 돈이라도 좀 모아놀 걸.
혼자 있을 땐 돈이 그리 절실한 줄 몰랐는데
아무래도 여친이 생기니까 좀 부담스럽다.
모... 데이트야 기양 하믄 되지만
지금 이 나이에 무언가 가진게 없다는게 불안해지기 시작한다.
하긴 직장 다닐 때 빚 안진거만 해도 어디야-.-
얄팍한 통장이 오늘따라 안쓰럽게 느껴진다.
근데 저 p.c방 알바하는 애는 왜 자꾸 내가 화장실 갈때마다
불안한 눈길로 야리지..
내가 대포를 깔라 그런지 아나보다.
에이, 아무리 동네라도 옷 좀 신경써서 입고 다녀야지.
-----백조-----
씨.....드뎌 뽀록났다.
눈치 빠른 뇬들.
"너 글코 그런 사이라며?" 하고
무슨 큰 일이라도 난 것처럼 호들갑을 떨어댔다.
근데 차마 "백수"라는 단어는 입에 올리기 뭐한지
"너 앞으로 어떻게 할 거야." 혹은
"심각한 사이니?" 하며 빙 돌려 말한다.
어떡하긴!! 내가 뭐 지금 살림이라도 차린댔나?
남자, 여자 만나는게 다 글코 그렇지. 모....
만나다가 좋으면 계속 사귀는 거고 아님 찠어지든지....
글고... 심각한 사이면 어쩔건데!
지들이 큰 언니라도 되는 듯 걱정스런 표정들이다.
냅둬, 자기 인생 자기가 사는거지.
내가 뭐 마누라 있는 유부남이랑 바람이라도 폈냐고...
더 열 받는건 그가 해준 목걸이를 보더니
"이거 짝퉁아냐?" 하는 것 이었다.
이년들이 정말 오래 살기 싫은가....
한참 열 받았는데 그 인간한테 전화가 왔다.
미국 능소화
----------백수---------
모하냐고 그녀에게 전화를 걸었다.
근데 웬지 전화를 받는 목소리가 칼칼하다.
어디냐고 물어보니까 걍 친구들이랑 있댄다.
언제까지 있을 거냐니깐 모른단다....-.-
지가 좀 있다 전화한다고 끊으란다.
쫌 짜증이 날라 그런다.
이씨~~~~~ㅠ.ㅠ
아무래도 딴 놈을 만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일요일이자나~~~
맞선 보기 딱 존날 아니냐구.....ㅠ.ㅠ
수염가래
---------백조----------
이 인간도 양반이랑은 거리가 먼가보다.
어쩜 지 얘기 하고 있을 때 전화를 걸게 뭐람.
눈치 빠른 기지배들이 "그럼, 그렇지......"하는 눈길로 쳐다본다.
뭐 꼭 그가 놀아서가 아니라 난 원래 남들 있는데서
애교 같은건 못 떤다.
친구들의 호기심어린 눈빛도 부담스럽고 해서
내가 좀 있다 연락한다 했더니 "아써...." 하며 뚝 끊어버린다.
이런, 씨........골뱅이, 아니 밴댕이.....
하여간 소심하긴, 꼭 울 아빠처럼.....
문득, 아이스크림 우리끼리 먹었다고 삐지는 아빠를 보며
한숨짓던 엄마의 얼굴이 생각났다.
하여간 전화도 꼭 타이밍 안 맞게 하기는.....
암튼 2차 수다는 선배 언니네 까페에서 시작하기로 하고 일어섰다.
오늘은 그를 만나기 힘들 것 같다...
계속.................
설악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