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르메리아-사오정
<< 백수와 만화방 아가씨 >>
백수의 사랑이야기-7편 (첫만남-백수의 어설픈 시도)
백수 :
만화방을 가다가 아직도 붙어 있는
그때 그 영화포스터를 보았다.
순간 이 영화를 그녀와 보고 싶다는 충동이 일었다.
이번 주가 이 영화 마지막 상영인거 같다.
그녀가 나와 이 영화를 봐줄 것 같은 느낌은 별루
안들었지만 바로 티켓을 예매하러 극장으로 달려갔다.
그녀와 영화를 같이 본다는 상상은 너무나 황홀하다.
만화방아가씨 :
만화방바닥을 쓴 먼지를 밖으로 버리다가
멀리서 달려오는 그 백수녀석을 보았다.
어찌보면 귀엽다.
내가 밖에 나와 있으면 이 녀석이 자길 기다린 줄 알겠다.
안으로 들어갔다.
얼마 안 있어 그가 들이 닥치리라.
숨을 헐떡이며...
한참이 지났는데도 그 녀석이 안 들어온다.
왜 안 들어오는 걸까?
먼지도 없는 쓰레받기를 들고 밖으로 나가 보았다.
백수 :
드디어 영화표를 샀다.
내일 아침 일찍 만화방가서 멋있게 보러 가자고
말해야겠다.
만화방아가씨 :
이 녀석이 어디 간걸까?
그녀석이 하루종일 나타나지 않았다.
백수 :
늦잠을 잤다.
만화방에 가니 사람들이 많다.
전번에 본 노란추리닝 그 녀석도 있다.
피시에스 안테나로 콧구멍을 후비고 있다.
이빨도 엄청 누른거 같다.
하여간 이렇게 사람 많은데서 그녀에게 말할 용기가 없다.
그녀와 오늘따라 눈이 자주 마주쳤다.
내일은 진짜로 일찍 와서 말해야겠다.
만화방아가씨 :
저 백수녀석이 날 좋아는 하는거 같은데...
내 생각인가?
그 녀석과 눈이 자주 마주친다.
지금 그녀석이 날보고 무얼 생각할까.
궁금하다. 그 녀석 너무 말이 없다.
추리닝(또 한번 특별출연):
옆에 있는 백수같은게 자꾸 쳐다본다.
아마 피시에스없는 녀석같다.
이 피시에스에 눈독들이는게 틀림없다.
그래서 이건 절대 안된다고 씩 웃어 보여줬다.
백수 :
아침 일찍 왔더니 손님이 아무도 없다.
잘됐다. 꼭 말해야지.
근데 막상 영화표를 꺼내니 그녀에게 말할 용기가 없다.
그녀가 날 껌벅껌벅 쳐다본다.
만화방아가씨 :
그 백수 녀석이 오랜만에 아침 일찍 문열자 마자 왔다.
날 쳐다보는 것이 무슨 할 말이 있는 거 같다.
혹시나 싶어 그때 케익 혹시 자기가 준거냐고 물어봤다.
백수 :
말할까 말까 망설이고 있는데.
그녀가 "저기요 혹시 케익 그쪽이 준 거에요?"
라고 물어봤다.
엥! 그럼 지금까지 내가 준건지도 몰랐단 말이야?
"예? 아... 예." 라고만 말했다.
만화방아가씨 :
햐... 저 녀석이 준거가 맞구나...
전혀 그런 센스가 없는 거 같이 보이는 녀석인데...
놀라웠다.
그리고 그 답이 무척이나 반가웠다.
백수 :
그녀가 말 붙인게 용기가 됐을까?
그래서 영화표를 꺼내며
"영화표가 있는데요...
거시기요...
요번 주말에 시간이 되시면...
같이 보러 안 갈래요...?
제가요... 뭐랄까.
그래도 단골이잖아요..."
만화방아가씨 :
훗 그녀석이 영화를 보러 간잰다.
영화표를 보니 내가 그때 자기랑 보러갈려고 했던 그 영화다.
그리고 나서도 또 한번 더 본 영화다.
아마 집에 뒷북이 있는거 같다.
그리고 심심할 때마다 치는거 같다.
그냥 자꾸 웃음이 나왔다.
백수 :
왜 자꾸 웃는거야...?
보기 싫으면 안 본다고 말하면 되지.
사람 쪽팔리게 말이다.
다시 용기를 내어
"만화방 때문에 그러시다면
제가 대신 봐 드릴 수도 있는데...
같이 보러 안 가실래요?"
라고 말했다.
나 지금 떨고 있냐?...
만화방아가씨 :
???
녀석이 지금 상당히 정신상태가 불안하다.
만화방 우서씨가 봐주면
이 영환 저 혼자 보러 갈까요?
백수 :
이 여자 예리한 여자다.
내가 말실수한 걸 눈치채다니...
아이씨 보러 갈건지 안갈건지
빨리 대답이나 해주면 좋겠다.
숨이 막힌다.
만화방아가씨 :
보러 갈까? 말까?
이 녀석 가지고 노는게 재밌다.
어린 것이... 귀엽기도 하다.
"아직 주말에 무슨 일이 생길지 잘 모르겠네요.
그리고 아무리 단골이래도 그렇지...
다 큰 처녀가 아무나하고 영화를 보러 가요?"
그 녀석의 얼굴이 불그락거린다.
아휴... 재밌다.
꽃사과
백수 :
역시 그녀가 나하고 영화보러 가기 싫어하는구나.
짤없이 거절인가 부다.
내일부터 쪽팔려서 어떻게 만화방 나오나...
괜히 영화보러 가자구 그랬나보다.
에그 바보야.
그냥 만화책이나 보며 그녀 얼굴이나 쳐다 보는건데...
흑흑.
만화방아가씨 :
"우서씨 이 티켓 나줘요.
제가 가지고 있다가
주말에 시간을 낼 수 있다 싶으면 전화를 할께요.
여기 그때 적어준 전화번 맞죠?
그리구 가게 되면 딸랑 영화만 보는 거 아니겠죠?
전 스테이크를 참 좋아해요..."
백수 :
야 이거 거절한거 아니지?...
"아 예... 스테키... 그 뭐시라고요?...
울 아부지 지갑을 삥쳐서라도 그거 사드릴께요... 하하.
그럼 안녕히... 꼭 전화주세요."
야호...
윽 기쁜 나머지 정신없이 나오다
달려오던 꼬마 자전거와 부딪쳐 걸려 넘어졌다
지나가던 어떤 여자가 걱정스러운지 깔깔 웃는다.
괜찮다고 꼬마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다.
아프다. 그래도 이게 대수냐...? 하하...
만화방아가씨 :
이제 이 영화 대사까지 다 외우게 생겼네...
이번 주말은 문닫고 미장원이나 다녀와야겠다.
그 녀석 나가고 나서 뻑 소리가 났다.
뭔 소린가 싶어 나가보았다.
어떤 꼬마가 자전거를 끌며
"개자식 쪽팔려 주껐다."
그러며 투덜거리고 있었다.
그리고 그 녀석은 저기 멀리 날듯이 뛰어가고 있다.
귀엽다.
노루귀-사오정
백수 :
이틀동안 전화기를 부여잡고
그녀의 목소리를 기다렸다.
그러나 그녀의 전화는 오지 않았다.
아부지가 "저 녀석이 취직 못하더니 드디어 실성했구나"
하며 혀를 차신다.
아직 동정의 눈빛이 남아 있는 걸루 봐서
내가 아버지 비상금 훔쳐낸걸 모르시나 부다.
만화방아가씨 :
그 백수녀석이 만화방을 이틀동안 안나왔다.
좀 이야기 오래했다 싶으면
그 다음날은 꼭 안나오는 거 같다.
내일은 전화를 해야겠다.
주말이 자꾸 기다려지는건...
백수 :
아침부터 밥도 제대로 못 먹고
전화기 근처만 배회하고 있다.
자꾸 아부지 엄마만 찾는 전화다.
그런 사람 안 산다고 했다.
드디어 저녁에 왠지 그녀 음성같지 않는 사람이 날 찾았다.
그래서 내가 그 사람인디요. 라고 대답했더니...
저 지윤인데요. 저 아시죠 그랬다.
앗 그녀다.
근데 전화받는 목소리가 왠지 그녀 목소리같지 않다.
예전에 나한테 장난 전화한 그 여자목소리 같다.
어쨌든 제발 다음 말은 내일시간이 되니
보러가자고 그랬음 좋겠다...
그런데... 시간이 도저히 안 나겠다고 그런다.
흑... 매정한 사람.
그 소릴 듣고 바로 전화를 끊었다.
괴로움에 괴성을 질렀다.
아버지 어머니가 달려왔다.
좀 무안해서 아무 것도 아니라 그랬는데
엄마가 내일 병원에 같이 가잰다.
아! 죽고 싶다.
만화방아가씨 :
드디어 약간은 설레는 맘으로 전화를 했다.
이 녀석이 시큰둥하게 받더니
내가 말을 끝마치기 전에 끊어 버린다.
뭐 인~기 다 있노?...
내일 시간이 도저히 안 나겠... 딸깍. 는데
하지만 아주 특별히 단골이라
시간을 내보겠다라고 그럴려 했는데...
우쒸 다시 전화를 했다.
무슨 개울음소릴 내더니 감사합니다만 연발했다.
내일 영화관 앞에서 만나기로 했다.
흠... 자꾸 거울에 눈이 가는 건 왜일까?
백수 :
그녀가 다시 전화 왔다.
갑자기 전화 왜 끊었냐고 뭐라 그런다.
순간 정신이 들어 한자 한자 똑똑히 들었다.
"내일 극장 앞에서 봐요."
오옴음...(감격의 울음을 애써 참는 소리)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야호!... 야...
엄마가 달려오시더니 당장 병원 가잰다.
그 소리가 내 귀에 들어올리 없다.
내일 아침 일찍 목욕탕엘 가야지.
내일 입고 갈 속옷에서부터 양말까지
머리맡에 챙겨두고
그녀가 내 꿈에 나타나길 바라며 잠자리에 들었다.
... 계속...
...^_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