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뱀에 물려서 세상 떠난 인천 어부.
바다뱀은 한국의 일반인들에게 무척이나 생소한 단어이다.
삼면이 바다에 둘러싸여 있지만 비교적 북쪽에 위치한 바다들이라서 따뜻한 온도를 좋아하는 바다뱀이 살고 있지 않기때문이다.
그런데 지금부터 이십년도 훨씬 전, 그러니까 80년대 초에 인천에서 출항한 안강망 어선의 선원 하나가 바다뱀에 물려 죽은 사건이 발생했다.
세월이 가면서그 일은 까맣게 잊혀서 수산 관련 연구기관에서도 모르고 있는 사건이 됐고 우리나라와 바다뱀은도 별개의 세계에 사는 존재가 되고 말았지만 실은 아무것도 모르는 한국의 어부들이 겁없이 바다뱀과 마치 이웃집 강아지 만나듯 자주 대면하는 삶을 살아오던 때가 있었다..
이야기를 더 진행하기 전 바다뱀의 전모를 먼저 소개해 본다.
바다뱀은 육상의 사자나 악어처럼 남쪽 아열대 또는 열대에 사는 열대 생물인데 세계의 오대양 중에 단지 태평양과 인도양, 두 곳에만 서식한다.
원래 육지에서 살던 코브라 같은 독사가 먹이를 쫓아 물가로 내려가다가 아예 물속으로 들어가는 진화를 거쳐 물속에 사는 존재가 되었다.
바다뱀의 종류는 약 62 종이나 된다. 종류가 많은 만큼 생김생김과 습성도 다양하다.
크기 변화가 극심하여 작은 것은 50센티 크기의 작은 바다뱀에서 큰 것은 3미터가 넘는 바다뱀도 있다.
대개는 1미터 내외이다.
타이거 상어라는 것이 가끔 바다뱀을 잡아먹을 뿐 이 생김생김도 껄그러워 보이는 바다뱀을 좋아하는 육식 어류는 별로 없다. 바다뱀은 바다에 살지만 파충류라서 아가미가 없다. 따라서 자주 수면위로 올라와 호흡을 해야 한다. 수면에 머리를 내놓고 호흡을 하는 시간은 극히 짧다. 그러나 그 찰나의 순간을 놓치지 않는 바다뱀 천적이 하나있다. 위의 동영상에서 보듯 물수리다. 동영상은 물수리가 왜 바다뱀의 최대 천적인지를 극명하게 보여준다.
바다뱀은 진화의 정도에 따라 두 종류로 나누인다.
한 종류는 육지의 독사에 가깝고 한 종류는 바다의 어류에 가깝다. 독사에 가까운 종류는 sea krait라고 불리 우는데 62개종에서 단지 다섯 종류 밖에 되지 않는다.
이 종류는 뱀과 같이 자주 갯가 근처 땅으로 올라오기도 하고 새끼를 땅에 올라와 낳기도 한다.
이 중에는 강을 따라 멀리 상류로 올라가는 종류도 있다.
바다뱀은 물이 짠 바다에 사는데 필리핀 루손도의 한 민물 호수에 이렇게 바다에서 멀리까지 올라와 사는 민물 바다뱀도 있다.
그리고 나머지 대부분은 영어로 sea snake라고 불리 우는 종류다. 땅과는 무관하게 바다속에서만 산다.
한국에서는 sea krait를 바다 독사,sea snake를 진성 바다뱀이라고 번역되어 있는데 어쩐지 그 말이 그 말 같아서 어색한 번역으로 느껴진다.
바다뱀은 한 종만 빼고 60여개의 종 모두가 정도의 차이는 있을망정
최강의 독을 가진 한 바다뱀의 독은 육상 독사 중에 역시 최강의 맹독을 가졌다는 아프리카의 맘바나 오스트레리아의 타이판 독사의 그 것들보다 열배에 달하는 맹독이니까 세계 최고의 맹렬 독사는 바다에 산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바다뱀들이 가장 많이 몰려 사는 호주 북방의 대 산호초 일대에서는 벰에 물린 사람들을 치료 하기 위한 혈청 원료로서 바다뱀만 잡는 어선들이 있다
어획 방법은 그물이 아니라 주낙 낚시를 사용하는 것이다 .
바다뱀잡이 어업이 다른 어업과; 다른 것은 잡은 어획물을 다시 바다에 놔준다는 어로 작업상의 특징이다. 독액만 빼면 다시 바다로 돌려 보내서 다음에 다시 잡을 수 있게 자원을 보존하는 것이다.
바다뱀이 지독한 독사지만 바다뱀에게 물려 죽는 사람은 극히 적다.
그것은 여러 이유가 있다.
바다뱀은 의외로 극히 온순하다.
그래서 먼저사람을 공격하는 일이 거의 없다.
단 거칠게 건드리면 반항한다.
더해서 입이 매우 작다.
사람을 물어서 큰 상처를 줄 만큼 크게 입을 벌리기가 쉽지가 않다.
또 독 이빨이 2-4미리 크기밖에 되지 않아 물려도 치명적인 양의 독액을 주입 할만큼 깊숙한 상처를 만들기가 용이치 않다.
또 다른 이유로 독샘에 가지고 있는 독액의 양이 경우에 따라 다르지만 치사량이 될 만큼 항상 충분하지는 않다.
바다뱀의 기본 소개는 이 정도로 해두고 아까 서두에서 이야기 한 인천 선원의 이야기로 돌아가 보자.
70년대에도 이미 한국 연안에 어족이 상당히 고갈되어 출어한 어선들이 고전을 면치 못했었다.
그 때 불황을 타개하고자 과감히 흑산도 남쪽 먼 동중국해까지 내려가서 새 어장을 개척한 어선 선장이 있었다.
지금 군산 수협의 조합장으로 있던 임성식씨이다.
젊은 시절 자기 배를 직접 운영하던 임 조합장은 빈약한 조업에 고전을 하다가 어느 가을에 작심하고 연료를 다량 적재하고 무작정 아무도 가보지 않은 새 어장을 찾아 남쪽으로 항해했다.
양자강 입구의 위도까지 내려가서 조업한 결과는 엄청난 성공이었다. 그가 만선으로 돌아오자 서해안 전 항구에 대박의 소문이 나고 어선들은 너도나도 동중국해로 선수를 향했다.
7,80년대 한국 어선의 동중국해 어장은 중국과 끊임없는 마찰을 만들어 냈지만 쇠퇴 일로에 있던 서해안 어업에 활로를 불러준 공신이었다. 선원들이 날씨마저 북쪽과 전혀 다른 남쪽 바다로 내려가서 그물을 내리자 낯선 고기들이 올라왔다
북쪽 바다에서는 보지도 못했던 열대 고기인 황새치[노인과 바다에 나오는 어류]가 그물에 걸리는가 하면 진기한 바다 거북이들이 잡혀서 올라왔다.
그 무렵 동중국해로 출어하던 어선들은 안강망 어선이었다.
신주머니 같은 그물을 묵직한 닻에 묶어서 해저에 설치해 놓고 조류에 의해서 바닷 고기가 그물안에 밀려 들면 그물을 건져내는 그런 어법이다.
그래서 조류가 빠르게 움직이는 사리 때가 이 어선들의 조업시기이다
우리가 잘 아는 갈치나 조기 등이 주로 이 어법으로 잡는다.
고기들이 신주머니 같은 안강망 그물 안으로 빠른 조류에 의해 일단 밀려 들어가면 다시 되돌아 나오기는커녕 계속 밀려 들어오는 다른 고기들의 압력에 의해서 대개 죽기 마련이다.
그 단단한 거북이도 거지반 다 죽어서 건져진다
그러나 그물을 인양하기 직전에 밀려 들어간 고기는 상당수가 살아서 올라오기도 한다.
선원들은 바다 거북이가 올라오면 죽어 있건 살아 있건 재수가 없다고 바다에 다 버렸었다.
서양에서 고급 스프의 원료로 쓰는 바다 거북이가 미신 많은 한국 어부들에게는 단지 손대면 재수 없는 금단의 대상으로 밖에 안보였던 것이었다.
동중국해 출어가 거듭됨에 따라 한 이상한 고기가 잡히기 시작했다
기다란 그 것은 갯장어나 어린 갈치인 풀치를 닮았었다 그것이 무엇인지도 몰랐지만 생긴 것도 어쩐지 이상해고 만져본 감촉도 꺼림직 해서 선원들은 거두지 않고 바다에 다 버렸었다.
그 기다란 고기의 거의 전부는 죽어서 인양되었다.
어쩌다가 산 놈이 잡힐 때도 있었는데 갑판에 내려놓으면 기진맥진해서 흐느적거리다가 죽어버리기 일수였다. 꼬리는 배 젓는 노 같이 넓적한 것이 어쩐지 그 뱀 같은 몸집과 어울리지가 않았다.
그물을 꺼내 보면 상반신은 그물에 있고 하반신만 그물코 밖으로 내밀고 있는 경우도 있었다.
호기심으로 살펴보려고 손으로 그 꼬리 쪽을 잡아 당겨보면 탄력이 전혀 없어서 툭하고 끊어져 버렸다.
다른 어류와 달리 파충류였던 바다뱀의 살은 무를 대로 물렀던 것이다.
하여간 이름을 알 수 없었던 그 생물은 여러모로 별로 즐겁게 보이는 존재가 아니었다. 그리고 얼마 안 되어서 그것이 바다뱀이라는 정보가 돌아서 정체는 확인했지만 맹독을 가진 것이라고는 선원들은 전혀 생각지를 않았었다.
동중국해에 출어하는 수만의 선원들이 바다뱀이 맹독을 가진 독사라는 사실을 전혀 모르는 채 몇 년이 지났다 간간히 TV를 통해서 외국 해양 프로에서 바다뱀을 본 선원들 사이에 그 것이 독사인지도 모른다는 말이 돌았지만 그들이 잡는 비실비실한 바다뱀은 그런 것과는 다를 것이라는 생각이 대부분이어서
깊이 새겨 듣지를 않았었다.
바다뱀과 뱃사람과의 대면이 이렇듯 아무런 일이 없이 몇 년이 지났다.
그러다가 80년대 초 드디어 일이 터졌다. 인천에서 출항한 안강망 어선 하나가 건진 그물에 그 바다의 독사가 걸려 올라 온 것 이었다 드물게도 그 독사는 살아서 꼼지락거렸다
여기에 선원 하나가 발동한 엉뚱한 장난기에 그 뱀을 들어 올렸다 생각해보면 그는 그 때 술에 취해 있었던 것 같다
“ 야-! 뱀이라는 것이 왜 이렇게 비실거리냐? 임마! 너도 자존심이 있으면 물어봐!”
그는 상식외의 짓을 했다.
뱀의 작은 입에 새끼 손가락을 집어넣은 것이었다
동시에 그는 따끔한 고통을 느끼고 비명을 질렀다.
“어엇! 이게 무네?”
선장은 그 것을 보고 외쳤다
“ 야! 그 것 바다에 처넣고 고기나 추려!”
그래서 바다뱀은 바다로 던져졌고 그는 다시 작업으로 돌아왔다.
그러나 그는 물린 손가락이 아파 오면서 부어오르는 것을 보았다.
그래도 작업 중에 원체 작은 부상들을 많이 당하는 선원이 직업인지라 그는 그저 무시하고 작업을 계속했다. 그러나 시간이 갈수록 심해지는 어지러움과 구토증을 느끼고 그는 선장에게 말했다
“저 어지러워서 좀 누워 있어야 겠어요."
바쁜 작업중에 쉬겠다는 선원의 청에 선장은 짜증이 났으나 그의 안색을 보니 창백해져 있어 허락을 했다. 그는 힘들어 보이는 발걸음으로 선실로 돌아갔다. 그리고 한 시간쯤 뒤에 작업을 마치고 그의 용태를 보러온 선장은 그가 뻣뻣한 시체가 된 것을 보고 경악을 했다
바다뱀의 독이 그를 죽인 것이다.
그의 사망으로 어선은 조업도 마치지 못하고 시체를 싣고 먼 길을 되돌아서 인천으로 돌아와야 했다.
소문은 빨랐다.
그 뒤부터 동중국해로 출어하는 선원들은 바다뱀을 겁을 먹고 살모사 다루듯이 조심스럽게 다루었다.
그러나 언제나 이단이란 있는 법이어서 그물에 잡혀 올라오면 그대로 바다에 버려지던 바다뱀을 선원 중에 독이 있으면 살모사처럼 정력에 좋은 영양가도 있지 않겠느냐고 그 것을 말려서 가져와 다려 먹는 사람도 있었다고 하니 비극이 만든 희극이라고 해야 할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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