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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최대의 웅덩이, 천갱지봉(天坑地缝) - 이준만씨

사오정버섯 2007. 11. 9. 15:05

세계 최대의 웅덩이, 천갱지봉(天坑地缝)

 

자연의 신비라지만 이런 풍경이 있을수가

 

 

구당협의 모습(우측의 절벽 높이가 해발 1,500정도이다)

 

▼ 운영자 알림: 도깨비뉴스 독자 이준만씨는 중국의 오지를 탐험하는 취미가 있다고 합니다. 그래서 지난번엔 '샹그릴라'를 다녀와 소개해 주기도 했습니다.

 

이번엔 중국인도 제대로 알지 못하고 신도 알 수 없는 천갱지봉을 다녀왔다고 합니다. 다녀온 이준만씨는 천갱지봉의 비경은 말로 표현할 수 없고 신이 봐도 입이 벌어질 만한 곳이라고 짧게 그 느낌을 전했습니다.

 

지난번 이준만씨의 사진을 본 독자들은 크게 보여줄 것을 부탁해 이번엔 큰 사진도 함께 넣었습니다. 정말 입이 딱 벌어질 사진들 뿐이니 감상하시고 이준만씨께 작은 댓글이라도 올려줄 것을 당부합니다. ^^;

 

세계 최대의 웅덩이, 천갱지봉(天坑地缝)

 

천갱(天坑)에서...

바깥에서 문을 두드리는 소리에 일어나보니 새벽4시였다. 장강의 새벽 바람을 맞으며, 삼국지역사의 현장을 찾아 떠난 방랑자, 아무 준비도 하지 못하고 막연히 떠난 방랑자는 지금 장강의 한가운데 서있다.

 

봉절 선착장에 도착하니 새벽 5시였다. 이곳에서는 오직 우리 둘만이 내렸다. 배는 우리 둘이 내리자 곧 바로 떠나 버렸다. 배안의 많은 여행객들은 깊은 잠에 들었으리라. 우리를 어느 황량한 벌판에 버리고 황급히 도망가는 듯한 아쉬움에 떠나는 배를 뒤돌아 보았다.

 

우선 우리는 잠시 구당협을 바라보고, 봉절에서 약 5시간 떨어져있는  천갱지봉(天坑地缝)을 가보기로 하였다. 사실 이곳은 한국 인터넷 사이트에서는 눈을 씻고 찾아  볼수 없는 지명이다. 중국사람들도 잘 모르는 곳이다. 가이드북에도 잘 나타나지 않는 지명이지만, 우리는 탐험(?)을 하기로 한 것이다.

☞ 구당협 사진 크게 보기 

 

버스는 잠시후 봉절을 벗어나 장강의 바지선을 타고는 강을 건너 달리기 시작했다. 산길을 돌고 돌아 가는 길에 감귤나무들이 마치 제주도의 감귤밭처럼 꾸며져 있었다. 온통 해발 1,000m 가 넘는 바위산에 조금씩 바위를 깨서 얕은 담장을 만들고 조그맣게 감귤밭을 만든 모습이 마치 내가 지금 제주도에 와 있나 라는 착각을 하게 만들었다. 돌과 감귤밭 마치 제주도의 인상이다.

 

가는 도중에 산수 풍경이 너무나 아름다웠다. 산의 형세는 계림의 산과 같은 형태이고, 천길 낭떠러지 아래 보이는, 구절양장 같은 길고 긴 하천의 물은 마치 구채구의 에머럴드 빛을 띄고 있었다.  이런 오지에서 중국의 절경들인 계림의 산과 구채구의 물빛을 동시에 볼 수 있다는 것이 너무 환상적이었다.

 

누구도 이런 풍경을 볼 수 없었을 것이란 기쁨에 젖어 있었다. 이런 높은 고원,그리고 깍아내릴듯한 절벽사이로 드문드문 보이는 마을들, 계곡에는 에머랄드 빛의 하천들이 구불구불 끊임없이 이어져 있었다.

 

 

 

천갱지봉 가는 길에 있는 아름다움 한기문(旱夔门)풍경구.  ☞ 큰 사진으로 보기

 

갖은 고생끝에 천갱 입구에 도착하였다. 관광객들은 아무도 없었다.

팻말을 보니 AAAA급 풍경구였다. 그렇다면 국가 최고급 관광지가 확실한데 하면서 천갱으로 다가갔다. 천갱의 꼭대기에 선 순간, 나도 모르게 입이 딱 벌어졌다. 한참 동안을 멍하니 서 있으며 바라보기만 하였다.

 

신이 만들었다고 해도 믿어지지 않았다. 하물며 아무리 자연의 신비라 하지만 어떻게 이런 풍경이 있을수가….

 

 

 

 

하늘에서 바라본 천갱의 모습. ☞ 큰 사진으로 보기

 

지명상 중경시 봉절현(奉节县)에서 91km떨어진 형죽향(荆竹乡)소채촌(小寨村)지리학상 부르기는 용암깔대기식 지모라고 한다. 지표고도 1,331m  깊이 666.2m, 웅덩이의 입구는 직경 622m, 웅덩이 바닥은 직경 522m 의 깔대기식 웅덩이다. 총용적 1억9천 평방미터, 족히 운남의 큰 호수 천지의 물을 저장할 수 있는 웅덩이다. 지금은 유네스코에 자연유산으로 '천하제 1갱(天下第一坑)'이라는 이름으로 신청해 놓은 상태다.

 

수직을 깍아내린 절벽으로 북쪽 방향으로 300m 깊이의 지점에 폭 2-10m정도의 난간부분이 있다. 중간 부분인 절벽, 그리고 그 밑으로는 절벽에 조금씩 있는 흙을 의지하여 울창한 수풀이 있었다. 여름에는 온갖 야생화가 만발하고, 사람의 손길이 닿지 않은 이곳은 야생의 천국이라고 할 수 있다. 수풀 사이로 지그재그로 만든 2,000여개가 넘는 계단을 따라 바닥으로 내려갈 수 있다. 바닥의 동굴까지 갔다 오는데 약 4시간이 걸린다고 하였다.

 

 

 

 

멀리 보이는 조그만 오두막집이 있다(깊이 300m). ☞ 큰 사진으로 보기

 

약 300m 깊이의 중간의 아득한 곳에 작은 집이 하나 보였다. 저런 곳에서도 사람이 살다니 어떻게 살수 있을까 하면서 우리는 계단을 따라 내려갔다. 그것은 일반집이 아닌 휴게소 였다. 여러가지 음식과 음료수 등을 팔고 있었다. 또한 힘든 등산객들을 위해 가마꾼들이 대기하고 있었다.

 

우리는 온통 땀으로 범벅이 된 채 쉴사이도 없이 다시 바닥으로 내려갔다. 깊은 샘에 있는 수풀속에는 들꽃들이 가득하게 피어 그 아름다움을 더해주었지만 바닥에 다가오자 멀쩡한 하늘인데도 절벽을 타고 약한 물방울들이 떨어져서 어둠속에서 마치 비가 오는 듯하였다. 이제 거의 바닥에 다가와서는 하늘을 보니 조그맣게 하늘만 보였다. 마치 우리는 깊은 우물에 갇혀 있는 개구리의 모습과도 같았다.

 

 

 

 

깊이 300m의 오두막집부터 2000여개의 계단을 이용하여 바닥까지 내려간다. ☞ 큰 사진으로 보기

 

바닥에 도착하여 보니, 높이 100m, 폭 60m의 어마어마한 동굴이 보이는 데 온통 까맣게만 보여 들어갈 엄두가 나지 않았다. 이 동굴의 이름은 천창(天窗)이다. 이곳은 마치 지옥으로 들어가는 관문과 같았다.

 

2002년 8월 영국,미국,중국 지질학자 15명이 천갱지봉의 지질조사를 하였다. 탐사 결과 천갱에서 지하로 5km떨어진 곳의 지봉(地缝)의 미궁협(迷宫峡)과 연결이 되었다.

 

 

 

 

밑에서 하늘을 향해 바라본 천갱의 모습. ☞ 큰 사진으로 보기

 

여름에는 지봉(地缝)의 미궁협(迷宫峡)에서 흘러내린 물이 이 동굴로 많은 물이 흘러나와 거대한 폭포가 되어 버린다고 한다.

 

빛이 약하게 들어오는 곳까지 발길을 올려보고서 동굴을 들어가려고 하니 동굴안에서는 박쥐가 간간이 날아 다니고, 동굴 천장에서는 물이 떨어지는 소리가 마치 천둥치는 소리같아, 나의 발걸음은 자꾸 뒷걸음 치는 내 자신을 발견하고는 우리는 이곳을 빠져 나오기 시작하였다.

 

지봉(地缝) 으로...

이마에 흐르는 땀을 연신 훔쳐내면서 우리는 천갱을 빠져나와 다음 목적지인 지봉(地缝)을 가야만 하였다. 그러나 많은 시간이 없기에 우리는 짐을 맡겨놓은 곳으로 가서 지봉에 대해 물어보니 이와 비슷하게 한없이 걸어 내려가고 올라와야 하지만 천갱과는 다른 모습의 계곡이라고 하였다.

 

2002년 세계 지질학자들이 조사한 바로는, 이 곳은 V자형 카르스트 지형으로, 동굴이 100여개, 지하로 흐르는 하천이 약 100km,계곡의 폭은 최고 좁은 곳이 2m, 최고 깊은 곳은 900m, 구경 가능한 천정협(天井峡 ) 계곡은 약 7.5m 정도이지만 , 총 계곡의 길이는 37km가 된다.

깊이와 폭의 비율이 1:10 정도 이다. 

 

 

 

   

 

지봉의 천정협(天井峡 ) 계곡의 모습. ☞ 큰 사진으로 보기

 

각 계곡의 동굴 입구에는 여러가지 형상의 모습이 있다. 코끼리의 모습, 원숭이의 모습을 한 바위, 커다란 개만한 두꺼비가 동굴을 지키는 모습 등의 여러 기이한 바위의 모습이 마치 불교에 나오는 지옥으로 가는 18단계의 문을 지키는 여러 사자상들의 모습이 다양하다.

 

어느 계곡은 사람이 한 사람 빠져 나갈 수 있는 틈사이지만 높이는 매우 높아 하늘이 보이질 않을 정도 였다.

 

 

 

   

 

우측의 수풀아래 마치 원숭이가 계곡을 내려 보고 있는 모습이다. ☞ 큰 사진으로 보기

 

중국에서 남들이 발길 닿지 않는 곳으로 여행을 많이 한다고 하지만 이와 같은 천갱지봉(天坑地缝)의 모습은 나에게 많은 충격을 주었다. 여기까지 와서 이곳을 보지 않고 그냥 지나쳤다면 나는 무척 서운했을 거라는 생각에 힘든 여정이지만 충격적인 자연의 신비를 본 것에 만족하여 우리는 힘든 줄도 모르면서 걷고 또 걸었다.

 

우리는 지봉까지 구경을 마치고 천천히 걸어서 三角坝까지 갔다. 이 산촌에도 서서히 노을이 지고 어둠이 밀려오고 있었다. 마을 주위의 모든 산은 마치 수호신처럼, 바위산이 우뚝 병풍처럼 처져있었다.

 

도깨비뉴스 블로거= 이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