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건모 “난 음악적으로 귀가 얇아진 한량”
김건모 가수
출생 : 1968년 1월 13일
소속사 : 제이엔터컴
학력 : 서울예술대학 국악과
데뷔앨범 : 1992년 1집 앨범 [잠 못드는 밤 비는 내리고]
수상 : 2001년 제16회 골든디스크상 본상(미안해요)
경력 : 2001년 2월 한국방문의해 명예홍보사절
가수 김건모가 2년 만에 11집을 내고 타이틀곡 '허수아비'로 활동한다.
"'소맥(소주+맥주)'이 좋겠죠?" 김건모(39)다운첫마디.
컵에 소주를 살짝 붓고 맥주를 따른 후 허공에 한바퀴 '휙~' 돌린다. '구력' 오래된 애주가의 마술처럼 '폭탄주'는 한방울도 쏟기지 않는다. 보통 스타라면, 이미지를 위해 술 먹는 걸 꼭꼭 감추는데 이 남자는 매번 "녹음 땐 술을 먹어야 노래가 제 맛"이라고 떠든다.
"19살 때부터 성격이 이랬어요. 거의 매일 술 먹는데 감출 필요가 있나요? 술 안 먹는다고 해놓고 대중이 오며가며 제가 술 먹는 걸 보면 거짓말한 게 들통 나잖아요. '뻥쟁이'가 되긴 싫어요. 제가 술 안 먹고 전도하러 다니면 이 목소리가 안 나와요. 껄껄껄."
시원하게 한잔 들이켠 후 "어~ 이제 살 것 같다"며 흰 이를 온통 드러내고 웃는다. 2년 전 레이 찰스에 빠져 솔(Soul)에 잔뜩 버무린 10집을 내놓았을 때와는 화색부터 다르다. 당시 음반은 2만~3만 장 판매에 불과, 15년간 1천300만 장 판매 기록을 보유한 그를 무색하게 했다. 그땐 방송 활동도 하기 싫었고 회사원들이 퇴직금 받아 귀농하고 싶듯 그도 그런 심정이었다고 한다.
"사람의 기분이 그럴 때가 있잖아요."
그런데 이번엔 "느낌이 좋다" "기분이 '업'됐다"는 말을 남발한다.
"음악적으로 '업'이 되면 대한민국 가수 누구라도 힘이 날 걸요? 큭큭큭."
방송 활동도 열심히 하고 타이틀곡에 이어 여러 곡으로 활동할 거란 말도 강조한다. 그에게 기를 불어넣은 건 친구 작사가 김태윤과 후배 작곡가 황찬희ㆍ윤일상.
"과거엔 제 주장이 강했는데 저, 이번 작업하면서 음악적으로 귀가 얇아졌어요.
후배 작곡가들 얘기 들으니 그게 맞더라고요. 녹음 때 다시 하라면 다시 하고, 전 마음에 안 들어도 그들이 'O.K'하면 그만부르고. 킬킬."
순도 100%의 발라드곡인 타이틀곡 '허수아비' 등 주로 타인의 가슴에서 나온 곡들이지만 노랫말은 온통 김건모 얘기다. '반성문' '한량'은 그 중 압권. "내 얘기를써, 내 얘기를. 욕 빼고 방송될 만한 걸로"라고 밤새 써온 가사를 타박해 김태윤과 말다툼도 벌였다.
'다리에 털이 많아서/발목이 너무 굵어서/화장이 너무 짙어서/얼굴이 나를 닮아서/다 갖춘 여잔 없단 엄마의 소중한 말씀/난 그냥 생각 없이 흘려들었어/내 생애 황금 같은 시절은 가고/이제야 그때 그 말이 귓가에 울려~'('반성문' 中)
'음주와 가무 속에 사는 나지만/내 할 일 다 하고 노니까~/하루는 한잔 술에 취하고/하루는 사랑으로 취한다/가진 것 상관없이 이 세상/늘 웃으면서 살고 싶은 나니까~'('한량' 中)
"한량은 남자들의 꿈이에요. 졸리면 자고, 밥 먹고 싶으면 먹고, 결혼도 하고 싶을 때 하고. 그러면서 티 안나게 자기 일도 하고요. 어제 술 먹었던 김건모가 어느 날 공연을 하고 있는 거예요. 저, 괜찮은 한량 아닌가요?"
그러나 '싱어(Singer)'를 통해선 16년째인 가수 생활에 대한 진지한 성찰도 한다. 과거의 기억에 집착하지 않으면 마음이 편해진다는 것이 그의 지론. 우리 나이로 40살이 되니 어른이 된 것 같다고도 했다. "30대 남자는 다 애예요."
결혼 얘기를 빼놓을 수 없다. 그는 노래 가사처럼 떠나간 여자들이 그립다며 머리를 긁적였다.
"하지만 지금은 할 일이 많아서 결혼할 수 없어요. 16년째? 이제 시작인 걸요. 공연도 더 많이 하고 싶고. 지난해 제 공연장에 여전히 많은 관객이 찾아오는 걸 보고 정신차렸죠. 초대권을 뿌렸나? 큭큭. 그래요, 제 기분이 '업'된 것 중에 공연도 있어요. 평소 제가 함께 음악하고 싶은 연주자들이 다 참여하거든요."
31일 울산 KBS홀에서 열리는 '김건모 라이브 콘서트'에는 강수호(드럼), 이태윤(베이스), 최태완(키보드) 등 최고로 꼽히는 연주자들이 뭉친다.
"이태윤 씨는 제가 5번 만나 설득했어요. '그래 하자'는 말에 '난 좋은 곡을 열심히 노래하면 되는구나'라고 마음이 벅찼죠. 에릭 클랩튼처럼 말 안하고 노래만 하는 공연이 좋아요."
해외 활동에 대한 욕심은 없을까. 신승훈ㆍ이승철 등 90년대를 풍미한 가수들이해외 시장 개척에 매진하고 있기 때문이다. 김건모의 말이 박장대소를 하게 만든다.
"전 외국 나갈 생각 없어요. 다 나가면 집은 누가 봐요. 저라도 서울을 지켜야죠, 헤헤. 전 여기가 좋아요. 나가면 소주값 비싸고. 고향 생각 나고 엄마 보고 싶어 전화비 나오고, 한국식당은 더 비싸고. 돈이 더 들어요. 푸하하."(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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