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금만 달라도 틀리는 꽃들
▲ 돌채송화
ⓒ2005 김민수
꽃과 색깔은 똑같습니다. 수술은 10개, 암술은 5개를 가지고 있는 것도 똑같죠. 그런데 이파리가 다르고 피는 곳도 달라 그 이름이 다른 꽃들이 있습니다. 물론 뿌리를 내리다 보면 간혹은 '땅'이라는 이름이 들어가도 '돌'에 피는 경우도 있고, '돌'이라는 이름이 들어가도 '땅'에 피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러나 아주 작은 차이 때문에 다른 이름으로 불리는 똑같은 꽃을 피우는 꽃들을 모아보았습니다.
그 꽃이 그 꽃 같은데 돌채송화, 말똥비름, 땅채송화, 주걱비름이라는 각기 다른 이름을 가지고 있는 꽃들을 하나 둘 구분할 수 있기까지 몇 번 눈맞춤을 했을까 생각해 보았습니다. 맨 처음 시골생활을 하면서 말똥비름이 돌나물인 줄 알고 반찬거리가 뜰에 지천으로 있다고 좋아했는데 돌나물이 아니라서 실망을 하기도 했지만 그 꽃들이 피어나는데 어찌나 예쁜지 배로 들어가는 것보다 눈에 넣어두는 것이 훨씬 더 좋았습니다.
올해는 비슷한 꽃 중에서 오늘 소개해 드리는 것과 돌나물까지 담아볼 요량이었습니다. 그러나 아쉽게도 돌나물은 나물로 먹기 위해 뜰에 심기도 할 터인데 오히려 만나기가 더 어려웠습니다. 결국 돌나물의 꽃은 아직까지 담질 못했습니다.
꽃은 절대로 기다려주질 않습니다. 차일피일 미루다 산제비난이 핀 것 같아 봄에 새순이 올라오는 것을 보아두었던 곳에 갔습니다. 작년에 가까스로 한 개체를 담고는 그 곳을 몇 번이나 배회를 했지만 만날 수 없었던 꽃이었기에 더욱 애착이 갔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런데 오늘 그 곳에 가보니 이미 꽃은 지고 말았습니다. 다시 일년을 기다려야 꽃이 핀 모습을 만날 수 있는 것입니다.
▲ 주걱비름-이파리 끝부분이 둥글둥글 주걱같이 생겼다.
ⓒ2005 김민수
결국은 가장 가까이 있어서 언제든지 담을 수 있을 것이라 여겼던 돌나물꽃만 담질 못하고 올해 담고자 계획했던 비슷한 꽃을 다 모아 비교할 수 있었습니다. 꽃만 보면 누구인지 전혀 알 수 없는 꽃들, 그래도 그 이름들을 하나 둘 불러주니 기분이 좋습니다.
기다려 주지 않고 지는 꽃들, 그 꽃들이 있어 또 내년이 기다려지고 그 꽃이 지고 나면 피어날 꽃들이 있기에 또 하루가 새롭습니다. 날마다 그 들판이 그 들판 같은데 그 안에서 수 많은 변화들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아주 작은 변화들이 쌓이고 쌓여 어느 날 갑자기 혁명처럼 들판을 뒤바꿔 놓습니다. 한 순간에 변하는 것 같지만, 그 한 순간을 위해 수많은 순간들이 있었다는 것을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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