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 옛날 복숭아 빛 같은 뺨에 자태가 고운 소화라는
임금의 눈에 띄어 하룻밤 사이
빈의 자리에 오른 여인네가 어디 한 둘이었겠습니까?
혹시나 임금이 자기 처소에 가까이 왔는데 돌아가지는 않았는가 싶어
어느 여름날
권세를 누렸던 빈이었다면 초상도 거창했겠지만
잊혀진 구중궁궐의 한 여인은 초상조차도 치루어 지지 않고 "담장가에 묻혀 내일이라도 오실 임금님을 기다리겠노라"라고 한 애닮픈 유언을 남긴채 그렇게 사라져 갔습니다.
이듬해 여름,
'소화'가 살았던 처소의 담장을 덮으며 주홍빛 꽃이 넝쿨을 따라 주렁주렁 피어났는데 조금이라도 더 멀리 밖을 보려고 높게, 발자국 소리를 들으려고 꽃잎을 넓게 벌린 꽃이 피었으니 그것이 능소화입니다.
'흐드러지게 핀 저 능소화보다 그녀가 더 아름답고 요염했다' 읽은지 오래되 책제목도 잊어버렸지만 내게 처음으로 다가온 능소화 이미지는 주홍빛 화려함 뒤에 숨겨져있는 외로움이었죠.
(능소화 사진은 06년 여름에 사오정 집근처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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