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오길의 자연이야기] 해바라기는 어떻게 해를 따라다니나? | |
차가운 날 몸을 데우려고 햇볕을 쬐는 것이 ‘해 바라보기’다. 이 당 저 당을 옮겨 다니는 줏대 없는 정객(政客)을 해바라기 또는 철새라 부르던가. 그러나 그런 못난이들을 이런 고상한 생물들에 비유하는 것은 지극히 모독적이다. 해바라기가 해를 따르고, 철새가 길 따라 오가는 데는 심오한 과학이 숨어있는 고매한 생명현상이기에 하는 말이다. 해바라기의 향일성(向日性), 해를 바라보고 따르는 성질은 일종의 일주성(日週性) 리듬(rhythm)이다. 일주성 리듬이란 매일 정해진 시간에 주기적으로 일어나는 반응을 말하고, 늦은 오후에만 꽃이 피는 분꽃, 밤이면 잎을 오그려버리는 미모사의 수면운동 등과 같은 것이다. 식물뿐만이 아니다. 원생동물에서 사람까지 일주성 리듬을 나타내지 않는 동물을 찾아보기 어렵다. 새벽녘 정해진 시간에 닭장의 장닭이 홰를 치며 울어 제친다거나, 사람이 정해진 시간에 1초도 틀리지 않고 아침 눈이 뜨이는 것도 마찬가지 현상이다. 일주성 리듬이 일어나는 것은 생체시계(biological clock) 때문으로 본다. 한 생물이 갖는 유전자가 시계단백질(clock protein)을 만들어내고 그것이 시계바늘을 일정하게 돌아가게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상세한 메커니즘은 아직 밝혀내지 못하고 있다. 해바라기의 일주현상에는 무엇보다 태양이 중요한 요인이고, 태양과 수직맞섬을 함으로써 광합성을 극대화 할 수 있는 것은 물론이고, 꽃을 볕으로 데워서 벌 나비를 더 많이 날아오게 유인하는 것이다. 해바라기는 국화과(菊花科) 식물이라는 것을 알고 들면 이해가 훨씬 빠르다. 알다시피 국화는 여러 개의 꽃이 모여서 하나의 꽃송이를 이룬다. 꽃잎처럼 보이는 것이 하나의 꽃으로 그 속에 암술, 수술, 씨방이 다 들어있다. 마찬가지로 해바라기도 씨방(씨가 될 방) 하나하나에 아주 작은 암술이 나있고 그 아래에 수술이 숨어있다. 다시 말하면 해바라기 씨앗 수 만큼의 꽃이 피어있는 것이다. 해바라기 꽃은 머리 모양을 하기에 두상화(頭狀花)라 부른다. 두상의 가운데(머리 꽃의 대부분을 차지함) 있는 많은 꽃들을 중심화(中心花)라 하고, 이것이 양성화(兩性花)로 씨를 맺는다. 그런데 바깥 가장자리에 샛노랗고 커다란 꽃들이 빙 둘러 나있지 않은가. 이것을 혓바닥 꼴이라 하여 설상화(舌狀花)라 하는데, 씨를 맺지 않는 중성화(中性花)다. 그럼 씨도 맺지 못하는 주제에 꽃을 왜 피운단 말인가? 중심화가 발달하지 않아서 봉접(蜂蝶)이 꽃을 알아보지 못하기에 이런 가짜 꽃을 피워서 곤충들에게 “나 여기 있다”고 알리는 것이다. 결론이다. 어떻게 꽃과 잎사귀가 태양과 90도로 얼굴을 맞두는가를 알아보자. 먼저 해바라기는 다른 식물에 비해 성장속도가 빠르다는 점을 염두에 새겨 둬야 한다. 잎과 줄기는 어느 것이나 태양 쪽으로 향하는 양성주광성(陽性走光性), 즉 해굽성을 나타낸다. 햇빛을 받는 쪽의 잎과 줄기에 있는 생장 호르몬인 옥신(auxin) 등은 햇빛을 받으면 파괴되어 세포는 세포분열이 느려지고, 반대 쪽(응달 쪽)은 호르몬이 그대로 있어 세포분열이 빨라져 자연히 해 쪽으로 굽어지게 된다. 그것이 해굽성이다. 아주 빠르게 성장하는 해바라기는 계속해서 태양을 똑바로 바라보게끔 세포분열이 일어나 그렇게 해를 바라보게 된다. 물론 여기에는 생물시계라는 것과도 연관이 있다. 서산에 해가 지고 나면 해바라기는 여태 바라보고 따르던 길라잡이 사랑을 잃고 만다. 해바라기는 안다. 내일 아침에 저 해가 동쪽에서 다시 떠오른다는 것을. 해바라기는 머리에 과연 몇 개의 씨앗을 이고 있을까? 궁금하기 짝이 없다! 강원대학교 생명과학부 교수(okkwon@kangwon.ac.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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