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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새 좋은 까치

사오정버섯 2007. 2. 23. 2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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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오길의 자연이야기] 먹새 좋은 까치

우리 시골에서는 까치를 ‘깐치’라 부른다. 이 새가 가까이 와서 울면 길조(吉兆)가 생긴다고 믿었던 재수 좋은 새, 길조(吉鳥)가 지금은 천하의 천덕꾸러기가 되고 말았다. 반가운 손님 온다고 알려주던 너 아니더냐? 그래서 희작(喜鵲)이라 불렀겠다! 과수원 과일 좀 파먹고, 철탑이나 전봇대에 집 지으면서 물어온 철사 줄이 정전을 일으킨다고 너를 쏘아 죽이기에 이르렀다. 고약하다. 어제의 선(善)이 오늘은 악(惡)이 되는 수가 드문데…. 인심도 변덕이 심해서 믿을 게 못 되는 줄 알고는 있었지만 심하되 심하다.

까치는 까마귀 과(科)에 속하는 텃새로 까막까치 모두가 우리와는 친근한 새다. 감이나 대추를 따더라도 ‘까치밥’을 남겨두는 배려의 민족이 우리다. 씨앗을 심어도 셋을 꼽아서 하나는 하늘(새)이, 다른 하나는 땅(벌레)이 먹고 나머지는 내가 먹겠다고 여유를 부리는 국민이다. 그런데 옛날 분들도 까치를 탐탁잖게 생각하지 않았나 싶다. ‘까까’ 우는 새의 이름 뒤에 ‘치’자를 붙여서 ‘까치’라 불렀으니 말이다. 보통 낮춤말에 ‘치’자를 붙인다. 그치, 저치, 갈치, 양아치, 여치, 가물치 등등 그런 예가 많다. 그 옛날에도 잡식성인 이 녀석이 곡식에 해를 끼쳤기에 그렇게 이름 짓지 않았나 싶다. 그리고 문헌을 보니 옛 사람들은 까치를 구이하거나 볶음으로 해서 먹었던 모양이다. 까마귀는 정력에 좋다하여 씨가 말랐다고 하지만 까치 먹는 이야기는 금시초문이다.

까치의 날개 끝은 짙은 보라색이고, 꼬리는 푸른색 광택을 내며, 어깨 깃과 배는 흰색이고, 나머지는 모두 검은색을 띤다. 얼마나 예쁜 배색(配色)을 하고 있는지 모른다. 발가락은 넷으로, 나무에 앉으면 셋은 앞으로 하나는 뒤쪽으로 하여 가지를 꽉 붙잡는다. 까치의 걸음걸이도 특색이 있어서, 엉금엉금 걷기도 하고, ‘까치걸음’이라 하여 두 발을 모아 조촘거리며 종종걸음을 하고, 가끔은 날렵하게 깡충깡충 뛰기도 한다.

까치의 텃세, 제 영역 지키기는 알아줘야 한다. 오뉴월이면 새끼를 까고 나오는데, 이때면 동네 조무래기들이(필자도 포함됨) 긴 장대를 들고 까치집 똥구멍을 쑤셔댄다. 사람이나 동물이나 어린 것들은 장난을 하지 않고는 살지 못한다. 까치 놈이 강한 부리로 쪼면서 달려들기에 중무장을 해야 했다. 그래서 머리에는 박바가지를 뒤집어쓴다. 휙휙 무섭게 달려든다. 개구쟁이들이야 장난이지만 까치는 죽기 아니면 살기다. 그렇지 않겠는가. 자식이 다치게 생겼으니 그럴 만도 하다.

사람이나 고양이는 물론이고 새를 잡아먹고 사는 황조롱이나 수리 무리에게도 심하게 텃세 부린다. 덩치가 몇 배나 되는 험악한 독수리도 까치에게 걸리면 날개를 접어야할 판이다. 텃세는 보통 1.5~3㎞나 되는데 그 안에 무엇이든 들면 난리가 난다. 못 보던 사람이 동네 어귀에 나타났다면 깍깍 울어젖힌다. 실은 여기에서 “까치가 울면 손님이 온다”고 믿게 된 것이다.

까치는 뭐든지 잘 먹는 먹새 좋은 잡식성 동물이다. 벌레는 물론이고 씨앗, 과일 등 닥치는 대로 먹는다. 사람도 식성이 좋아야 건강하고 오래 살며, 그런 사람은 성질도 유하고 대범하며 심지가 깊다. 입맛 까다로운 사람치고 성질머리 더럽지 않은 사람이 없는 법. 까치는 준비성도 있어서, 가을철이면 한겨울에 찾아먹으려고 먹이를 물어다가 언덕배기 양지 바른 곳의 잔디 밑이나 돌 아래에 몰래 쑤셔 넣어둔다. 까마귀도 그 짓을 하는데 어디다 숨겼는지 몰라 다 못 찾아 먹으니, 기억을 못 할 때 “까마귀 고기를 먹었나”라고 하는 것이다. 어쨌거나 옛정을 생각해서라도 이 아름다운 새를 푸대접하지 말자꾸나. 까 까 까!

강원대학교 생명과학부 교수(okkwon@kangwon.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