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오길의 자연이야기]올빼미의 지혜 | |
‘올빼미’의 어원은 무엇일까? 항상 그런 게 궁금하단 말이야! 발품 팔아 채집을 하던 그 옛날의 이야기다. 거진 30년이 다 되어가는 어느 여름날의 저문 저녁, 막차를 놓치고 읍내 여인숙을 찾아 저 남쪽 진도(珍島)의 섬, 밤길을 터벅터벅 걸으면서 달빛 어린 솔밭에서 들려오던 올빼미의 울부짖음을 잊지 못한다.
올빼미(Korean Wood Owl)는 천연기념물 제324호인 텃새다. 올빼미과(科)에는 크게 올빼미 소쩍새 부엉이가 속하며 소쩍새와 부엉이는 다 같이 머리 꼭대기에 2개의 긴 귀(耳) 꼴을 하는 깃털 묶음인 뿔귀(羽角·우각)가 있으나 올빼미는 그것이 없어 쉽게 구별이 된다. 올빼미는 철저한 야행성이다. 한데, 낮에만 장님인 줄 알았더니만 밤에도 당달봉사라니 우습다. 먹이를 눈이 아닌 소리로 잡는다고 하니 말이다. 올빼미가 날 때는 소리가 거의 나지 않는다. 그리고 얼굴의 눈알 둘레가 심장 모양(heart-shaped)으로 둥그렇게 파졌으니 거기서 소리를 모아 귀에 전달한다. 개나 고양이의 청각이 예리하다고 하지만 올빼미는 그것들보다 4배나 소리를 더 잘 듣는다. 올빼미는 양쪽 귀가 비대칭이다. 오른쪽 귓구멍이 약간 아래로 처져 있기에 아래쪽 소리에 더 예민하다. 두 귀가 듣는 것에 시차가 생기고 그래서 공간개념이 형성돼 사냥감이 있는 거리와 위치를 안다. 똑같은 시간에 양쪽 귀에 같은 소리가 도달하면 혼란이 오게 된다. 손가락 하나를 눈앞에 놓고 이 눈 저 눈을 감아보면 그것의 위치가 다르게 보이지만 두 눈으로 보면 중간쯤에 고정되어 3차원으로 보이는 것도 비슷한 원리라 하겠다. 새의 눈은 고정되어 있어 눈알(안구)을 움직이지 못한다. 때문에 새들은 머리를 재빨리 이리저리 돌려서(올빼미는 270°까지 돌림) 먹잇감을 찾거나 적을 피한다. 그리고 조류는 다리를 오므려 앉으면 자동적으로 힘줄(tendon)이 잡아당겨져서 발가락이 홰나 가지를 꽉 붙잡게 되므로 깊은 잠이 들어도 떨어지지 않는다. ‘새 대가리’라고 하지만 삶의 전략은 우리 인간을 능가하고 남음이 있다. 올빼미는 일부일처(一夫一妻)로, 매년 같은 장소에 산란한다. 고목이 된 참나무나 밤나무에 저절로 생긴 밑둥치 구멍에 2~3개의 알을 낳는다. 무엇보다 서양에서는 올빼미를 학문과 지혜의 심벌로 친다. 밤새워 공부하라는 의미를 가진 동물이라서 학교나 도서관, 서점 앞에 그림이나 조형물이 나붙어 있고, 선물가게에서도 장난감 올빼미를 흔히 볼 수 있다. 낮에는 자고 밤에 주로 일을 보는 사람을 ‘올빼미형’이라고 하던가. 올빼미 사촌인 부엉이에도 얽힌 말이 많다. ‘부엉이 곳간(庫間)’에는 이것저것 주워다 놓아 없는 것이 없고, ‘부엉이 셈’이란 어리석어 이해타산이 불분명한 때를 말한다. 저 깊은 밤 올빼미 울음소리를 자장가 삼아 꿈나라로 가는 이 즐거움은 자손에게 길이길이 유산으로 넘겨줘야 할 텐데…. 천연기념물(멸종위기생물)이 되어버린 올빼미라 하는 소리다. 강원대학교 생명과학부 교수(okkwon@kangwon.ac.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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