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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빼미의 지혜

사오정버섯 2007. 2. 23. 2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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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오길의 자연이야기]올빼미의 지혜

‘올빼미’의 어원은 무엇일까? 항상 그런 게 궁금하단 말이야! 발품 팔아 채집을 하던 그 옛날의 이야기다. 거진 30년이 다 되어가는 어느 여름날의 저문 저녁, 막차를 놓치고 읍내 여인숙을 찾아 저 남쪽 진도(珍島)의 섬, 밤길을 터벅터벅 걸으면서 달빛 어린 솔밭에서 들려오던 올빼미의 울부짖음을 잊지 못한다.

우우! 우우! 우후후후후! 후텁지근한 공기의 진동음이다! 왜 그 소리가 그렇게 처량하고 섬뜩했던지. 허기진 배 때문에 더 그랬는지 모른다. 새를 전공했다면 귀를 곧추세우고 소나무 밑으로 달려가 소리를 채집하고 사진도 찍었겠으나 달팽이를 찾아 나선 길손이라 그냥 지나치고 만다.

올빼미(Korean Wood Owl)는 천연기념물 제324호인 텃새다. 올빼미과(科)에는 크게 올빼미 소쩍새 부엉이가 속하며 소쩍새와 부엉이는 다 같이 머리 꼭대기에 2개의 긴 귀(耳) 꼴을 하는 깃털 묶음인 뿔귀(羽角·우각)가 있으나 올빼미는 그것이 없어 쉽게 구별이 된다.

올빼미는 철저한 야행성이다. 한데, 낮에만 장님인 줄 알았더니만 밤에도 당달봉사라니 우습다. 먹이를 눈이 아닌 소리로 잡는다고 하니 말이다. 올빼미가 날 때는 소리가 거의 나지 않는다. 그리고 얼굴의 눈알 둘레가 심장 모양(heart-shaped)으로 둥그렇게 파졌으니 거기서 소리를 모아 귀에 전달한다. 개나 고양이의 청각이 예리하다고 하지만 올빼미는 그것들보다 4배나 소리를 더 잘 듣는다. 올빼미는 양쪽 귀가 비대칭이다. 오른쪽 귓구멍이 약간 아래로 처져 있기에 아래쪽 소리에 더 예민하다. 두 귀가 듣는 것에 시차가 생기고 그래서 공간개념이 형성돼 사냥감이 있는 거리와 위치를 안다. 똑같은 시간에 양쪽 귀에 같은 소리가 도달하면 혼란이 오게 된다. 손가락 하나를 눈앞에 놓고 이 눈 저 눈을 감아보면 그것의 위치가 다르게 보이지만 두 눈으로 보면 중간쯤에 고정되어 3차원으로 보이는 것도 비슷한 원리라 하겠다.

새의 눈은 고정되어 있어 눈알(안구)을 움직이지 못한다. 때문에 새들은 머리를 재빨리 이리저리 돌려서(올빼미는 270°까지 돌림) 먹잇감을 찾거나 적을 피한다. 그리고 조류는 다리를 오므려 앉으면 자동적으로 힘줄(tendon)이 잡아당겨져서 발가락이 홰나 가지를 꽉 붙잡게 되므로 깊은 잠이 들어도 떨어지지 않는다. ‘새 대가리’라고 하지만 삶의 전략은 우리 인간을 능가하고 남음이 있다.

올빼미는 일부일처(一夫一妻)로, 매년 같은 장소에 산란한다. 고목이 된 참나무나 밤나무에 저절로 생긴 밑둥치 구멍에 2~3개의 알을 낳는다. 무엇보다 서양에서는 올빼미를 학문과 지혜의 심벌로 친다. 밤새워 공부하라는 의미를 가진 동물이라서 학교나 도서관, 서점 앞에 그림이나 조형물이 나붙어 있고, 선물가게에서도 장난감 올빼미를 흔히 볼 수 있다. 낮에는 자고 밤에 주로 일을 보는 사람을 ‘올빼미형’이라고 하던가.

올빼미 사촌인 부엉이에도 얽힌 말이 많다. ‘부엉이 곳간(庫間)’에는 이것저것 주워다 놓아 없는 것이 없고, ‘부엉이 셈’이란 어리석어 이해타산이 불분명한 때를 말한다.

저 깊은 밤 올빼미 울음소리를 자장가 삼아 꿈나라로 가는 이 즐거움은 자손에게 길이길이 유산으로 넘겨줘야 할 텐데…. 천연기념물(멸종위기생물)이 되어버린 올빼미라 하는 소리다.

강원대학교 생명과학부 교수(okkwon@kangwon.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