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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련꽃이 북쪽을 바라보는 까닭은?

사오정버섯 2007. 2. 19. 22:05
[1797] 권오길의자연이야기
목련꽃이 북쪽을 바라보는 까닭은?

비목에 수액이 흐르고 석불(石佛)에 피가 흐른다는 봄이 왔구려! “오, 내 사랑 목련화야/그대 내 사랑 목련화야/희고 순결한 그대 모습/봄에 온 가인과 같고/추운 겨울 헤치고 온/봄 길잡이 목련화는/새 시대의 선구자요/배달의 얼이로다….”

‘목련화’의 노랫소리가 귀청을 두드린다. 한 송이 목련꽃을 피우기에 얼마나 아리고 시린 겨울이 있었던가. 그 차가움을 겨우내 머금고 있었기에 저 목련꽃은 더욱 곱고 아름답다. 잠깐 겨울을 지새는 목련 꽃망울을 들여다보자. 낙엽을 떨어뜨려 본색(本色)을 다 드러내고 처연하게 서있는 목련나무의 겨울 모습을 상상해 보는 것이다.

목련 나뭇가지를 보면 한눈에 봐도 꽃눈(花芽)과 잎눈(葉芽)이 또렷이 구분된다. 새끼 손가락만한 통통한 꽃눈이 끝마디에 붙어있고 그 아래에는 코딱지만한 잎눈이 여럿 달려있다. 꽃눈은 보드라운 솜털이 꽉 둘러싸고 있고 잎눈은 밋밋한 비늘눈이 덮고 있으니, 둥그스름하고 큰 것에는 봄꽃이, 마른 듯 길쭉한 것에는 연두색 봄눈이 들어있다. 봄이 와서 피어날 꽃들이 이미 벌써 우듬지(나무의 꼭대기 줄기)에 매달려있다니!

그건 그렇다 치고 저 선연(鮮姸)한 목련 꽃망울을 보라. 나무 하나 가득 주먹만한 흰 꽃이 수북이 매달렸다. 이파리 하나 없이 꽃들만이. 그런데 꽃들이 하나같이 북쪽으로 고개를 숙이고 있지 않은가. 그렇다. 다른 나무의 꽃이나 잎사귀들은 해바라기를 하고 있는데 목련꽃들은 죄다 반대로 고개를 돌리고 있다. 괴이한 일이다.

그리하여 옛 어른들도 이 꽃을 북향화(北向花)라 했다. 북향화에는 두 종류(변종)가 있다. 하나는 노래 가사의 ‘백목련’이고 다른 하나는 ‘자주목련’(흔히 자목련이라 부르는데 자주목련이 맞음)이다. 자주목련도 물론 고개 방향이 백목련과 같다. 꽃잎이 자주색이고 피는 시기가 한 열흘쯤 늦는 것이 다르다. 백목련의 학명(學名)은 Magnolia kobutus다. 속명(屬名)인 Magnolia는 프랑스 식물학자의 이름에서 따온 것이고, 종명(種名) kobutus는 일본말로 ‘주먹’이란 뜻으로 아주 크다는 의미가 들어있다.

햇빛 받는 쪽이 빨리 자라

그러면 왜 목련꽃은 다른 것들과 다르게 목을 뒤틀고 있는 것일까? 꽃이나 잎이 해 쪽으로 굽는 것은 해를 받는 쪽이 성장(세포분열) 속도가 느리고 반대쪽이 빠른 탓이다. 응달편이 빨리 자라기에 해굽성(向日性)을 나타낸다. 그런데 세포가 분열하여 자라는 데는 ‘옥신(auxin)’이라는 생장호르몬이 관여한다. 옥신이 많은 곳이 빨리 자란다는 말이다. 보통 식물의 경우엔 햇빛을 받는 쪽에 옥신이 적고(햇빛이 옥신을 일부 파괴함) 되레 북쪽이 많아서 자연히 남쪽으로 휘어 굽게 된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목련은 해를 받는 쪽에 성장 촉진 물질이 더 많고(빨리 자라고) 북쪽이 적다. 따라서 북쪽으로 방향을 틀게 되는 것이다. 필자가 과문(寡聞)한 탓인지는 몰라도 그 이유를 아는 사람은 없을 듯하다. 과학도 자연에 숨어있는 비밀을 다 알지 못한다. 자연에 숨어있는 비밀이 곧 자연법칙이고 이를 찾는 일이 과학이다.

꽃샘 추위에 설늙은이 얼어죽는다고 한다. 목련화도 너무 일찍 핀 놈은 다치는 수가 있다. 특히 건물벽 쪽 가까이 붙어있는 목련화는 빛의 복사열을 받아 훨씬 빨리 피어나니 그만큼 빨리 당한다. 꽃잎에 얼음 알갱이가 박히니 견딜 장사가 없는 것이다.

강원대학교 생명과학부 교수(okkwon@kangwon.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