웃으며 살어요/알면 좋은 상식

손톱은 ‘건강의 거울’

사오정버섯 2007. 2. 19. 18:09

[권오길의 자연이야기]

 

                  손톱은 ‘건강의 거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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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을 ‘휴식의 계절’이라고 한다. “얼어 죽기 딱 알맞은 한겨울에 무슨 놈의 휴식이냐” 하겠지만 그렇지 않다. 올망졸망한 밭뙈기와 널따란 들판에 고개 돌려 훑어보라. 온갖 곡식을 품었던 흙이 무거운 짐 다 내려놓고 한껏 쉬고 있지 않은가. 그게 바로 농부의 모습이기도 하다. 손발톱이 젖혀지도록 뼈 빠지게 일을 했던 농부는 오는 봄을 준비하고 있다. 휴식은 노동의 연속이라 했지. ‘평화는 전쟁을 위한 휴식’이란 말과 통한다.

그건 그렇고, 일을 하지 않고 놀다보니 손톱이 빨리 길어진다. ‘밤에 손톱 깎으면 엄마 죽는다’고 했던 그 손톱이. 그때 그 시절에 손톱깎이가 어디 있었나. 어둑한 등잔 밑에서 고작 가위로 손발톱을 자르다보면 다치기 일쑤다. 어른들은 위험한 일에는 죄다 ‘엄마 죽는다’며 공갈(?)을 쳤다.

슬픈 이야기는 그만하고…, 아무튼 손톱기계는 위대한 발명 중의 하나다! 이런 말이 있다, ‘손톱이 길면 몸이 게으르고, 머리가 길면 마음이 게으르다’고. 맞다, 손일을 많이 하는 사람은 닳아빠져버리니 깎을 손톱이 없다. 언제나 몽당손톱인 걸.

그런데 손발톱은 왜 있는 것일까? ‘손톱 밑에 가시 드는 줄은 알면서 염통 밑에 쉬 쓰는 줄 모른다’는 그 손톱은 왜 있담? 딱딱한 사각형의 손톱 판(조갑·爪甲)이 손가락 끝을 받쳐주지 않으면 물건을 잡거나 쥐는 데 어려움을 겪는다. 한마디로 힘을 못 쓴다. 발톱이 없어봐라, 걷는 데 얼마나 힘이 들지 모른다. 손발톱은 정녕 멋으로, 멋 부리라고 있는 게 아니다. 손 다듬기를 영어로 ‘manicure’, 발 꾸미기를 ‘pedicure’라 한다지?

손톱은 ‘건강의 거울’이다. 손톱이 부드럽고 분홍색에 광택이 나면 건강하다는 증거다. 그 분홍색은 어떻게 생기는 것일까? 손톱 밑에는 가득 분포한 혈관, 거기에 흐르는 붉은 피가 위로 비쳐보이니 분홍색이다. 피가 부족하다거나 다른 병이 있으면 백색(빈혈)이거나 청백색(심장·폐 이상) 등 이상을 보인다. 그래서 손톱에 건강이 들어있다.

손톱은 살갗이 변해서 딱딱해진 것이다. 주성분은 단백질인 케라틴(keratin)으로 머리카락과 비슷하다. 그런데 손톱의 아래 뿌리 쪽(조근·爪根, 조모·爪母)의 일부는 흰색이다. 초승달 모양으로 보이는 하얀 부분 말이다. 그것을 속손톱, 손톱반달, 조반월(爪半月) 등으로 부른다. 영어론 ‘lunula’(half moon)이다. 겉으로 나와 보이는 것은 반달은커녕 ‘초승달’로 보이지만 그것을 덮고 있는 생살을 벗겨(아야! 아프다!)버리면 반달 모양을 한다고 한다. 여기에서 손톱 조직이 자라 밀어올리니 손톱이 길어난다.(손톱 끝까지 자라는 데 약 한 달 걸린다.)

그렇다면 어째서 그 자리가 희게 보이는 것일까? 앞에서 다 자란 손톱은 손톱 밑바닥에 흐르는 피가 비쳐 분홍이라 했다. 그런데 속손톱은 손톱에 비해서 케라틴 두께가 3배나 되어 피가 비쳐 보이지 않아 흰 것이란다. 얼마 전 이 사실을 처음 알고 좋아서 방방 뛰었던 기억이 난다. 앎의 기쁨이라는 것!

아무튼 ‘손톱은 슬플 때마다 돋고 발톱은 기쁠 때마다 돋는다’고 한다. 손톱 길어나는 속도(하루에 약 0.1㎜, 가운데 손가락 손톱이 일을 많이 해서 가장 빠르고 늙으면 느려짐)가 발톱보다 훨씬 빠르다. 하여, 어찌 세상살이에 기쁨이 슬픔을 이길 수 있겠는가. 세월이 우리를 속일지라도…. 새해엔 모든 일이 뜻대로 잘 되기를(新年 萬事亨通)!

강원대학교 명예 교수(okkwon@kangwon.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