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자의 과학 이야기] 진공청소기는 미세먼지 제조기?
▲ 진공청소기를 사용하면 공기중의 미세먼지가 증가한다.
올해는 진공청소기가 등장한 지 105년째 되는 해다. 집안에서 구석구석 먼지를 청소하는 진공청소기의 기술이 요즘에는 첨단 반도체를 만드는 데 사용되고, 눈에 보이지 않는 나노 구조를 분석하는 데 쓰인다. ‘3년 만에 풍월을 읊는 서당개’와 견줄 만한 눈부신 변신이다.
104년 전인 1901년 2월 18일 영국의 공학자 휴버트 세실 부스(Hubert Cecil Booth)는 우연히 ‘먼지를 빨아들이면 되지 않을까’ 하는 아이디어를 떠올려 의자 등받이에 손수건을 놓은 후 이 손수건에 자기 입술을 대고 훅 빨아들이는 실험을 하여 진공청소기를 발명했다. 그러나 초기 진공청소기는 거대한 엔진 때문에 마차가 끌고 다녀야만 했다.
‘진공(眞空)’이란 말 그대로 ‘아무것도 없이 비어 있는 공간’이라는 의미다. 진공을 뜻하는 영어 단어인 ‘vacuum’은 비어 있음을 의미하는 그리스어 ‘vacua’로부터 유래했다. 그런데 현실적으로 입자가 전혀 없는 절대진공을 만들기는 거의 불가능하다. 따라서 실제로 진공은 주위 대기보다 압력이 낮은 공간을 의미한다.
우리가 숨쉬는 대기에는 질소, 산소, 수증기, 탄산가스, 헬륨, 아르곤과 같은 여러 기체가 섞여 있다. 이들 기체 분자의 수는 1㎤당 2.5×1019개나 된다. 손가락 한 마디 정도의 부피 안에 세계 인구 수의 40억배에 달하는 기체 분자가 있다는 말이다. 진공기술에 관련한 국제적 규격을 제공하고 있는 국제표준기구(ISO)와 미국 진공협회(AVS)에 따르면 진공은 ‘대기압보다 압력이 낮은 상태 또는 1㎤당 분자 수가 2.5×1019개보다 적은 경우’로 정의된다.
지구 위의 대기압은 760토르(기압단위)다. 진공청소기 안은 약 600토르 정도로, 이 기압차를 이용해 먼지를 빨아들인다. 진공도가 높아지면, 즉 분자 밀도가 줄어들면 분자 밀도가 많은 쪽에서 적은 쪽으로 압력 차이에 의한 힘이 발생한다. 이와 같은 힘을 이용한 간단한 사례가 진공청소기다. 1분에 1만번 이상 팬을 강하게 회전시켜 호스 속의 청소기 내부를 진공 상태로 만들면 기계 안의 압력이 줄어들면서 흡입력이 생기고, 진공청소기 내부의 압력은 외부의 압력보다 낮기 때문에 먼지가 내부로 빨려 들어가는 것이다. 주사기로 약물을 빨아올리는 것도 같은 원리다.
그런데 최근 한국소비자연맹이 발표한 ‘진공청소기의 미세먼지 배출 테스트’ 결과에 따르면 가정에서 사용하고 있는 진공청소기의 대다수가 큰 먼지는 빨아들이면서 오히려 눈에 띄지 않는 미세먼지는 청소기를 통해 방출되고 있다는 실험 결과가 보도되어 미세먼지에 대한 궁금증이 제기되고 있다. 청소를 할 때 진공청소기를 사용하는 이유는, 먼지를 흡입하여 깨끗하고 말끔하게 하기 위함인데 진공청소기로 매일 청소해도 집안 구석구석에 먼지가 쌓이는 까닭은 무엇일까?
과학자들은 진공청소기를 사용할 때 공기 중의 아주 작은 미세먼지가 오히려 증가하기 때문이라고 답을 내놓았다. 미국 스탠퍼드대 안드레아 페로 박사는 사람이 집안을 돌아다니거나 침대를 정리하는 동안, 또는 진공청소기를 돌릴 때 오히려 미세먼지(지름이 수㎛, 1㎛는 600만분의 1m)가 크게 증가한다고 말한다.
특히 진공청소기의 경우엔 카펫을 그냥 두들길 때의 절반에 해당하는 양의 먼지가 발생한다. 청소기 필터가 작은 입자 먼지를 흡입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진공청소기보다는 물걸레나 스팀청소기를 사용하여 수시로 집안을 닦아주는 것이 미세먼지의 발생을 줄일 수 있는 방법이다.
김형자 과학 칼럼니스트(bluesky-pub@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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