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꼼짝마! 마이크로파 쏴서 도주 차량 잡는다

사오정버섯 2007. 12. 27. 14:25
  • 꼼짝마! 마이크로파 쏴서 도주 차량 잡는다
  • 美서 고출력 발생장치 개발 전자부품만 망가뜨리고 인체에는 해 없어 비살상무기 개발도 추진
  • 이영완 기자 ywlee@chosun.com : 2007.12.27 00:36 / 수정 : 2007.12.27 03:11
    • 용의자가 탄 차량이 고속도로를 질주한다. 그 뒤를 경찰이 쫓지만 도망자는 좀처럼 속도를 줄이지 않는다. 자칫하면 주변을 지나는 차량과 연쇄 충돌할 수 있는 아찔한 순간이 연출된다.

      하지만 이런 장면을 영화에서도 볼 수 없게 될 날이 곧 올 전망이다. 경찰차가 마이크로파를 이용해 한 방에 도망자의 차량을 ‘얼음 땡’ 시킬 수 있는 기술이 개발되고 있기 때문이다. 하늘로 날아오는 미사일도 같은 방식으로 멈추게 하는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전자레인지로 컴퓨터 칩 태워

      해답은 간단하다. 경찰차의 지붕에 ‘전자레인지’를 다는 것이다. 전자레인지는 주파수가 2.45㎓(기가헤르츠, 1㎓는 10억 헤르츠)인 ‘마이크로파(microwave)’를 이용한다. 즉 1초당 24억 번 진동하는 전자기파가 물 분자를 움직이고, 이때 열이 발생해 음식이 익는다.

      이런 마이크로파가 도망자의 차량에 도달하면 내부의 각종 전자 부품에 갑자기 높은 전압을 발생시켜 결국 칩 등을 태워버린다. 요즘 생산되는 자동차는 연료 점화에서 자세 제어에 이르기까지 곳곳이 각종 전자 부품에 의해 작동된다. 이 부품들이 작동을 멈추면 자연 자동차도 달릴 수 없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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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근 미 MIT대학이 발행하는 ‘테크놀러지 리뷰(Technology Review)’지는 미국의 유레카 에어로스페이스(Eureka Aerospace)사가 개발 중인 차량 정지용 고출력 마이크로파(HPM·High Power Microwave) 발생장치를 소개했다. 이 장치는 가로 세로 1.5m×1m에 두께 30㎝ 크기로 경찰차의 지붕에 설치할 수 있다. 무게는 약 10㎏. 발전기에서 생산된 전류는 300메가헤르츠(㎒. 1㎒는 100만 헤르츠)의 마이크로파로 바뀌어 50나노초(2000만분의 1초)라는 찰나에 발사된다. 즉 자동차를 정지시킬 때는 1초당 3억번 정도 진동하는 전자기파를 쏘는 셈이다.

      ◆2년 내 실용화 예상

      유레카사는 차량 4대를 대상으로 한 실험에서 3~15m 정도의 거리에서 마이크로파를 쏘아 차량을 멈추게 하는 데 성공했다고 밝혔다. 그렇지만 전자제품 외에 다른 곳에는 해를 끼치지 않았다. 이 회사 CEO인 제임스 타토이안은 “마이크로파는 인체에 전혀 해가 없다”고 강조했다.

      회사는 2년 내 장비의 무게를 3㎏ 이내로 줄이고 작동 거리도 200m 정도로 늘릴 계획이다. 또한 마이크로파를 발사할 때 가시광선을 함께 쏘아 보내는 것도 고려하고 있다. 이렇게 하면 경찰은 제대로 조준을 하고 있는지를 알 수 있고, 도망자에게 위협을 줄 수도 있다는 것이다. 유레카사는 또 작동 거리를 5㎞까지 늘려 석유 시추선에 접근하는 선박을 퇴치하는 데도 적용한다는 계획이다.

      물론 한계는 있다. 1972년 이전에 생산된 자동차는 전자 부품이 장착돼 있지 않아 마이크로파가 무용지물이다.

      실수로 주변의 다른 전자제품을 망가뜨릴 가능성도 있다. 예를 들어 경찰이 쇼핑몰 근처에서 범인의 차량을 추격할 때 발사한 마이크로파가 빗나가면 자칫 쇼핑몰의 엘리베이터 컴퓨터를 망가뜨려 대형 사고를 유발할 수도 있다. 주변에 있는 현금인출기, 각종 보안시스템도 마이크로파에 의해 파손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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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미 유레카 에어로스페이스사는 마이크로파로 차량에 내장된 컴퓨터 칩을 태워버리는 장비를 개발 중이다. 이 장비는 경찰차 지붕이나 헬기에 장착돼 도로를 질주하는 도주 차량에 마이크로파를 쏘아 멈추게 한다. /유레카 에어로스페이스 제공
    • ◆미사일도 멈추게 해

      군대에서도 마이크로파에 주목하고 있다. 미 공군 커트랜드기지는 9000만달러의 연구비를 들여 같은 형태의 고출력 마이크로파 발생장치를 개발 중이다. 도로가 아닌 공중으로 날아가는 물체를 정지시키기 위해서다.

      공군이 마이크로파에 주목하는 것은 각종 전쟁에서 오폭(誤爆)으로 인해 민간인 사상자가 늘어나면서 좀더 정밀한 공격방법이 요구되고 있기 때문이다. 마이크로파는 사람은 해치지 않고 무기나 건물 내부의 컴퓨터 칩만 태워버린다. 만약 화학무기 공장을 폭격하면 유독 화학물질이 공기 중으로 새 나올 수 있지만, 항공기에서 지상으로 마이크로파를 쏘면 화학무기 공장의 컴퓨터가 정지돼 더 이상 공장을 가동하지 못하게 하는 효과를 거둘 수 있다.

      마찬가지로 공중으로 날아오는 미사일이나 적기에 마이크로파를 쏘면 컴퓨터가 작동을 멈춰 결국 목표를 잃고 그대로 추락하게 된다. 마이크로파는 일시에 높은 전압을 유도해 칩을 태워버린다. 일반 가정용 전자레인지에서 나오는 마이크로파는 전압이 1500와트를 넘지 않는다. 반면 무기용 마이크로파는 수백만 와트의 전압을 일시에 흐르게 한다. 칩이 배겨낼 수 없는 전압이다.

      마이크로파는 미사일이나 폭탄에서도 발생시킬 수 있다. 폭약을 터뜨려 내부의 코일에 강력한 자기장을 발생시키면 엄청난 전자기파가 발생한다. 전자제품을 마비시킨다고 해서 ‘E-폭탄’이라고 불린다.

      침입자를 격퇴하는 마이크로파도 개발 중이다. 미 군수업체 레이시온(Raytheon)사는 군중 속에서 무기를 든 사람에게만 마이크로파를 쏠 수 있는 시스템을 개발했다. ‘조용한 방어자(Silent Guardian)’란 이 시스템은 특정인에게 마이크로파를 쏘아 피부에 순간적으로 고열을 발생시킨다. 그렇지만 목숨에는 지장이 없는 비(非)살상 무기다.



      마이크로파

      파장(波長)이 1㎜부터 1m 사이로 매우 짧은 전자기파(電磁氣波)를 의미한다. 진동이 짧은 거리에서 이뤄지므로 일정한 시간에 진동이 일어나는 횟수를 의미하는 주파수는 높아진다. 마이크로파의 주파수는 300메가헤르츠(㎒, 1㎒는 100만 헤르츠)에서 300기가헤르츠(㎓, 1㎓는 10억 헤르츠) 사이다. 이처럼 주파수가 높으면 빛처럼 직진하는 성질이 강해져 특정 방향으로 정보를 보내기가 용이하다.

    • 미 공군 커트랜드 기지 연구실의 지향성 에너지 무기. 항공기나 지상에서 레이저를 발사해 적기와 미사일을 파괴하고, 마이크로파를 쏘아 적기나 미사일의 컴퓨터 칩을 태워버리는 등의 기술을 소개하고 있다. /미 공군 제공= 이영완 기자


    • 미 레이시온사가 개발 중인 침입자 격퇴 마이크로파 무기. 사일런트 가디언(조용한 방어자)이란 이름의 이 시스템은 원하는 사람에게 마이크로파를 쏘아 피부에 열을 발생시켜 격퇴한다. /레이시온사 제공= 이영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