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자흐족의 '독수리사냥'
카자흐스탄 초원에서는 겨울이면 전통적인 독수리 사냥대회가 열린다.
그들은 독수리를 부려 사냥하는 사람을 '베르쿠치'라고 부른다. 총을 든 사냥꾼은 '메르킨치'다. 사냥대회에 참가하는 베르쿠치들은 비단천을 댄 여우 털모자에 아름다운 전통의상으로 한껏 치장한다. 독수리는 술을 단 멋진 눈가리개 모자를 쓰고 관중 앞에 나타난다. 대회는 복장 심사, 움직이는 모이에 착지하기, 살아 있는 늑대 사냥하기 순서로 진행된다. 이 3단계 콘테스트에서 수상한다는 것은 대단한 영예다. 베르쿠치는 옛날부터 유목민 사회에서 존경받아왔다. 기근으로 굶주릴 때 베르쿠치가 사냥해서 온 마을을 먹여 살렸기 때문이다.
오늘날 중앙아시아에서 독수리 사냥의 전통을 이어나가는 베르쿠치는 얼마 되지 않는다. 키르기스스탄의 경우 1990년대에 30~40명이던 것이 지금은 10여명으로 줄었다. 그 중 한 사람이 이식쿨호 동쪽 카라콜 인근에 살고 있는 올해 74세의 텐티 자마나코프. 그는 1997년 수도 비슈케크에서 열린 전국대회에서 32명의 경쟁자를 물리치고 베르쿠치 최고의 영예를 차지했다. 그때 자마나코프의 독수리는 늑대를 쓰러뜨려 기염을 토했다. 4년 전 사냥철에 그의 12살배기 독수리는 여우 32마리, 늑대 8마리를 잡았다고 그는 자랑했다.
독수리는 사냥감을 발견하면 급상승했다가 날개를 접고 급강하한다. 이때의 낙하속도는 시속 70~80㎞. 거의 아무런 소리도 내지 않는다. 그리곤 마지막 순간에 발톱을 활짝 펴서 먹이를 움켜쥐고 단숨에 절명시킨다. 독수리는 일단 잡은 동물은 뼈가 으스러지도록 바위에 내던지고 2차 공격에 들어가기도 한다. 독수리는 동물에 따라 공격방법을 달리한다. 여우를 잡을 때는 한쪽 발톱으로 주둥이를 틀어막아 숨을 못 쉬게 하고 다른 발톱으로는 목을 짓눌러 죽인다. 늑대를 공격할 때는 늑대가 물지 못하도록 날카로운 발톱으로 목덜미를 잡은 뒤 부리로 눈이나 귀를 찍는다. 그 일격이 치명타가 돼 늑대는 도망칠 곳을 찾지 못해 버둥거리다 쓰러진다. 독수리는 여우나 늑대와 싸우다 상처를 입어도 절대로 사냥감을 놓치는 법이 없다. 날카로운 발톱으로 상대의 살 속을 파고들어 움켜잡기 때문이다.
독수리 사냥법에는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독수리를 하늘로 날려서 독수리 스스로 사냥감을 찾게 하는 것. ‘초원의 나라’ 카자흐스탄의 전통적인 사냥법이다. 또 하나는 베르쿠치가 높은 곳에서 아래를 내려보다가 사냥감이 지나가면 독수리를 풀어서 잡게 하는 것. ‘산악국’ 키르기스스탄의 개량 사냥법이다. 사냥에 나서는 독수리는 집중력을 높이기 위해 며칠 전부터 먹이를 주지 않아 배를 곯린다. 또 집을 나설 때 눈가리개를 씌었다가 사냥터에 도착하면 벗겨준다. 멀리 있는 사냥감은 베르쿠치보다 독수리가 훨씬 더 잘 발견한다. 독수리가 사냥감을 먼저 보면 날개와 꼬리를 푸득거려 주인에게 알린다. 독수리는 시력이 아주 뛰어다. 30m 상공에서 볍씨를 확인할 수 있을 정도다. 독수리가 먹이를 찾아내는 비결은 바로 눈의 줌 기능에 있다. 망원경 같은 눈으로 먼 곳의 먹이를 확인하고 줌으로 당겨 실체를 정확히 알아내는 것이다. 독수리의 사냥 성공률은 거의 90%에 달한다.
사냥에는 암독수리만 사용한다. 암컷이 수컷보다 크고 힘이 센 데다 훈련에 빨리 적응하기 때문이다. 사냥 독수리는 아직 날지 못하는 어린 야생 검독수리를 길들여 만든다. 자마나코프가 자기 독수리를 처음 가진 것은 12살 때였다고 한다. 높은 산속 가파른 바위 틈에서 독수리 둥지를 발견한 그는 근처에 숨어서 어미의 행태를 관찰했다. 어미가 둥지를 떠난 어느 날, 그는 위험을 무릅쓰고 절벽으로 기어 올라가 독수리 새끼를 훔쳤다. 그는 새끼가 도망치지 못하게 우리에 가둔 뒤 자신을 어미로 알도록 가르쳤다. 독수리 길들이기에서 가장 중요한 게 바로 ‘인간과 독수리의 모자 관계 형성하기’라고 그는 말한다. 그런 유대가 없으면 사냥 중 독수리가 자유를 찾아 날아가 버리는 것을 막을 수 없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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