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그림·사진/명작·명화·그림

[미술이야기]팜므 파탈 - 남자를 파멸로 이끈 여자들

사오정버섯 2007. 11. 15. 14:45

[미술이야기]팜므 파탈…남자를 파멸로 이끈 여자들

아름다운 여자에게 가장 약한 존재는 남자다. 남자는 아름다운 여자만 보면 사랑하고 싶은 본능에서 헤어나지 못한다. 남자는 아름다운 여자와의 사랑에 모든 것을 걸고 싶어 하고 때문에 미모의 여자는 자신이 원하든 원하지 않든 남자의 유혹을 많이 받을 수밖에 없다.

 

‘유디트1’-1901년, 캔버스에 유채, 84×42, 빈 오스트리아 미술관 소장.
옛날에는 여자가 자신의 능력으로 세상과 맞설 수 없었다. 때문에 여자는 자신의 미모를 이용해 세상을 쥐고 흔드는 남자를 유혹하는 기술을 터득했다. 그녀들에게 미모는 세상을 살아가는 가장 강력한 무기였다. 미모의 여자들은 남자의 소유욕을 이용해 자신이 원하는 것을 쉽게 가질 수 있었던 것이다.

그래서 역사를 보면 유독 아름다운 여자가 남자를 파멸로 이끄는 이야기가 많다. 그런 여자들을 팜므 파탈이라고 한다. 그림 속의 팜므 파탈은 남자들에게 여성의 유혹을 경고하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

릴리트-뱀과 여자를 연결시켜 성적인 이미지 연출

인류 최초의 남자를 파멸로 이끈 여인이 릴리트다. 유대 신화 속에 나오는 릴리트는 태초에 이브가 생겨나기 전에 아담의 여자다. 릴리트는 이브처럼 아담의 갈비뼈로 만들어지지 않고 흙으로 빚어졌다. 그녀는 정숙한 아내의 자리에 만족하지 못했다. 음탕한 릴리트의 유혹을 걱정한 하나님은 아담을 보호하고자 그녀에게 벌을 내려 낙원에서 추방해버린다. 그리고 아담에게 이브를 선사한다.

콜리어의 ‘릴리트’는 낭만파 시인 키츠의 ‘라미아’라는 시에서 영감을 얻어 제작한 작품이다. 키츠는 그의 시에서 릴리트를 황금빛과 초록빛 그리고 청색의 무늬가 있는 뱀으로 비유했는데 콜리어는 릴리트의 악녀 이미지를 뱀과 사랑을 나누는 장면으로 묘사했다.

 

‘환영’-1876년, 종이에 수채, 105×72, 파리 루브르 박물관 소장
이 작품에서 아름다운 육체를 소유하고 있는 릴리트는 뱀에게 몸이 감긴 채 황홀경에 빠져 있다. 존 콜리어(1850~1934)는 시각적인 효과를 높이기 위해 여자와 뱀을 함께 그려 넣었다. 그는 릴리트의 유혹을 갈망하면서도 거부하고 싶은 남자의 이중성을 표현하기 위해 동물원에서 뱀을 관찰했다고 한다. 뱀은 인간에게 사랑받지 못하는 동물이지만 뱀과 여자를 연결시켜 성적인 이미지를 연출할 수 있었다.

유디트 1-유디트를 성적 대상으로 바꾼 작품

구약성서」에 나오는 아름다운 여인 유디트는 음탕한 릴리트와는 전혀 다른 여인이다. 잔인하고 야만적인 앗시리아의 장군 홀로페르네스는 이스라엘의 도시 베툴리아를 침략한다. 마을이 홀로페르네스 군대에 철저히 유린당하고 있는 상황에서 아름다운 미망인 유디트는 이스라엘을 구하기 위해 자신의 미모를 이용하기로 한다. 유디트의 미모와 달콤한 말에 속아 홀로페르네스는 그녀를 연회에 초대한다. 홀로페르네스에게 술을 먹여 유혹한 유디트는 그가 잠들자 칼을 꺼내 그의 목을 베어버린다. 이스라엘은 그녀의 행동에 용기를 얻어 앗시리아 군대를 물리친다.

나라를 구한 여인 유디트는 르네상스바로크 시대에 화가들이 즐겨 찾는 주제였지만 클림트는 유디트를 성적 대상으로 바꾸어놓았다. 그는 작품 ‘유디트 1’에서 유디트를 남자의 목숨을 빼앗은 요부로 표현했다.

이 작품 속의 유디트는 왼쪽 가슴을 노출한 채 홀로페르네스의 목을 들고 있다. 넓은 금빛 목걸이를 하고 있는 유디트의 얼굴은 굳어 있지만 몸은 여성으로서 매력을 뽐내고 있다.

구스타프 클림트(1862~1918)는 이 작품의 제목을 ‘유디트와 홀로페르네스’라고 표시했지만 그가 표현한 유디트는 사실 살로메에 가깝다. 목이 베인 성 요한의 입술에 키스를 하는 살로메의 모습과 섹스를 무기로 적의 머리를 베어버린 유디트의 모습이 일맥상통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릴리트’-1887년, 캔버스에 유채, 200×104, 사우스포트 앳킨스 미술관 소장.
환영-사랑하는 남자를 죽음으로 몰아넣은

살로메를 표현한 최고의 작품

「구약성서」에서 유디트가 나라를 위해 남자를 유혹했다면 살로메는 사랑을 소유하기 위해 세례 요한의 목을 요구했다.

헤롯왕의 의붓딸 살로메는 그가 베푸는 만찬에서 매혹적인 춤을 춘다.

그 춤에 반한 헤롯왕은 나라의 절반이라도 주겠다고 했지만 그녀는 세례 요한의 목을 달라고 한다. 성서에서 세례 요한의 목을 요구한 것은 어머니 헤로디아다.

하지만 오스카 와일드의 희곡 ‘살로메’에서는 살로메가 세례 요한을 사랑하지만 세례 요한은 그 사랑을 받아주지 않는다. 복수심에 불탄 살로메는 자신의 미모를 이용해 헤롯왕을 유혹하고 그 대가로 세례 요한의 목을 요구한다. 살로메는 세례 요한의 목이 담긴 은쟁반을 들고 “그대만을 사랑해”라고 외친다.

19세기 당시 화가들은 아름다움을 무기로 남자의 목을 자른 오스카 와일드의 ‘살로메’에게 열광했고 팜므 파탈의 소재로 살로메를 그렸다. 오스카 와일드의 영향을 받아 사랑하는 남자를 죽음으로 몰아넣은 살로메를 표현한 최고의 작품이 모로의 ‘환영’이다.

‘환영’에서 살로메는 가슴을 노출한 대담하고 화려한 옷을 입고 춤을 추면서 화면 중앙에 있는 세례 요한을 손으로 가리키고 있다. 공중에 떠 있는 세례 요한은 피를 흘리며 살로메를 바라보고 있다. 세례 요한의 얼굴 주변에는 금빛 후광이 둘러져 있다. 화면 왼쪽 살로메의 매력에 빠져 있는 헤롯왕은 의자에 앉아 있다.

구스타브 모로(1826~1898)는 이 소재를 선호해 15점의 작품을 남겼다. 그는 살로메를 환상적이고 이국적인 형태로 다양하게 표현했다. 이 작품에서 살로메는 비극적 사랑에 빠진 냉혹한 여인의 모습보다는 이국적인 배경 위에 농염한 아름다움과 유혹적인 춤으로 남자를 파멸로 이끄는 모습으로 표현됐다.

삼손과 델릴라-사랑과 배신이라는 주제를 빛과 어둠으로 표현한 작품

「성서」에 나오는 악녀 중에 델릴라는 돈 때문에 남자의 운명을 파괴시킨다. 델릴라의 배신을 가장 잘 표현한 작품이 루벤스의 ‘삼손과 델릴라’다. 그는 성욕의 노예가 된 삼손의 비극을 절묘하게 표현했다.

 

삼손과 데릴라’-1609년경, 목판에 유채, 185×205, 런던 내셔널 갤러리 소장.
성서에 삼손은 초인적인 힘을 가지고 있는 신의 남자였다. 신의 뜻에 따라 행동해야 하는 운명을 지닌 그에게 지켜야 할 금기가 있다. 힘을 솟아나게 하는 머리카락을 절대로 잘라서는 안 된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삼손은 여자를 좋아했다. 삼손은 아름답고 사랑의 테크닉이 뛰어난 팔레스티나 여인 델릴라를 사랑하게 된다. 델릴라는 은 천 냥에 매수되어 삼손의 비밀을 알아내고 삼손은 그녀의 배신에 두 눈을 잃고 머리카락을 잘려 힘을 쓰지 못한다.

‘삼손과 델릴라’라는 이 작품에서 삼손은 델릴라와의 사랑이 끝난 뒤 그녀의 배 위에서 잠들어 있다. 가슴을 드러낸 채 델릴라는 삼손의 어깨를 어루만지고 있다. 잠든 삼손의 머리카락을 자르는 남자의 옆에 서 있는 노파는 그 장면을 놓칠세라 가까이에서 촛불을 밝히고 들여다보고 있다. 노파는 사창가의 포주로 악을 상징한다.

페테르 파울 루벤스(1577~1640)는 이 작품에서 ‘사랑과 배신’이라는 주제를 빛과 어둠을 이용해 표현했다. 그는 28세 때 이 작품을 그려 당대 최고의 명성을 누리는 화가가 됐다.

박희숙씨는 글을 쓰고 그림을 그리는 작가다. 동덕여대 미술학부와 성신여대 조형대학원을 졸업한 뒤 강릉대학교 강사를 역임했다. 여덟 번의 개인전과 다수의 단체전을 열었다. 저서로는 「그림은 욕망을 숨기지 않는다」 「클림트」 등이 있다.


[ 기사제공 ]  레이디경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