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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리랑카 유명 茶재배지 ‘누와라엘리야’의 여인들

사오정버섯 2007. 10. 1. 09:17

<박상문의 Photo & Essay>
그윽한 홍차의 香 뒤엔 고단한 삶의 그림자
스리랑카 유명 茶재배지 ‘누와라엘리야’의 여인들

 

 

★...문명과 고립된 삶 스리랑카 누와라엘리야의 여인들이 찻잎 따는 일을 마친 뒤 검사소 앞에 길게 줄지어 서있다. 이들은 남인도에서 이주해온 타밀족으로 문명세계와 고립된 채 힘든 삶을 살아가고 있다

★...스리랑카는 ‘인도양의 진주’로 불린다. 또한 국토의 생김새가 눈물방울처럼 생겼다 해서 ‘인도 대륙의 눈물’로도 표현한다. 인도 남동부의 작은 섬나라 스리랑카는 영국 등으로부터 오랜 식민 통치를 받은 나라이며 신할리족과 소수 민족인 타밀족간의 종족 분쟁으로 많은 사람들이 희생을 당한 아픈 역사를 지니고 있다.

진주처럼 풍경이 아름다운 나라 스리랑카. 뛰어난 자연환경을 갖추고 있지만 그네들의 삶은 눈물 마를 날이 없다. 특히 세계 3대 차 재배지인 누와라엘리야의 산악마을 여인들은 더욱 그렇다.

 

 

 

찻잎 따는 여인들 하루하루를 힘들게 살아가고 있는 여인들이 정성스레 찻잎을 따고 있다

 

 

 

 

★...계곡물로 빨래 일을 마친 여인들이 계곡에서 내려오는 물을 받아 빨래하며 몸을 씻고 있다

★...누와라엘리야로 향하는 길은 험난하기만 하다. 외길인 산악도로를 목숨 걸고 수천의 굽이를 돌고 돌아야 다다를 수 있다. 수도인 콜롬보로부터 약 170㎞ 떨어진 누와라엘리야까지 승용차로 6시간이나 걸린다. 해발 1989m의 고원 산악지대로 피서지로도 유명하다. 영국 식민지 시대의 향수가 가장 짙게 남아 있으며 가장 좋은 차맛을 자랑하고 있다.

차밭에서 찻잎을 따고 있는 여인들은 대부분 남인도에서 온 타밀인이다. 스리랑카를 지배하고 있던 영국인들은 1830년대 인도 남부지역에서 타밀족 노동자를 대규모로 이주시켰다. 처음에는 산지를 개척해 커피를 재배했으나 1870년대 이후 품종을 홍차(일명 실론티)로 바꿔 지금에 이르고 있다.

찻잎 따는 일은 아침 6시에 시작해 저녁 5시가 되어서야 끝이 난다. 종일 일하면 한사람이 보통 22~25㎏을 수확한다. 이들은 하루에 기본으로 16㎏을 따야 한다. 그래야만 175루피(약 1800원)를 받을 수 있다. 1㎏을 추가로 딸 때마다 9루피를 더 준다. 이렇게 해서 하루에 벌어들이는 수입은 우리 돈으로 2700원 정도다.

 

 

 

★...기찻길 옆 차밭 콜롬보에서 출발한 열차가 스리랑카 중남부 산악지역의 차밭 한가운데를 지나고 있다

 

 

 

★...수확량 확인 각자 수확한 찻잎에 대해 수량 측정을 마친 여인들이 확인 도장을 받기 위해 차례를 기다리고 있다.

★...그나마 이들이 일을 할 수 있는 시간은 한 달에 18일밖에 되지 않는다. 이처럼 힘들게 벌어들인 돈의 75%가 불행하게도 술을 사 마시는 데 들어간다. 힘들고 고통스러운 나날들을 술로 달랜다. 술 마시는 것 외에는 특별히 할 일도 없고 할 수도 없다. 워낙 바깥세상과 단절돼 있기 때문이다.

차밭에서 일을 하게 되면 농장주는 가구당 3.3㎡의 방이 딸린 아주 작은 집을 제공한다. 잠을 잘 수 있는 방과 부엌이 따로 구분이 없다. 흙바닥에 많게는 10여명의 식구가 함께 잠을 자야 한다. 여성들의 경우 편안하게 옷을 갈아입을 수도 없다. 그러다 보니 종종 근친상간이 발생하기도 한다.

식수와 위생 문제는 더욱 심각하다. 마실 물이 절대적으로 부족하다. 몸을 닦기 위해 빗물을 받아 놓아야 한다. 마땅한 화장실도 없다. 최악의 환경 탓에 각종 질병이 수없이 발생하지만 제때에 치료도 받지 못한다

 

 

 

 

★...20㎏ 자루 한 여인이 자루에 가득 담긴 찻잎을 이고 검사소로 향하고 있다. 자루 하나의 무게는 무려 20㎏이나 된다

★...문명의 시대에 이들은 전혀 현대인이 아닌 것처럼 살아간다. 행복이란 단어가 무엇인지, 즐거움이 어떤 것인지 관심도 없다. 텔레비전이나 전화기가 왜 필요한지를 알지 못한다. 옷을 멋지게 차려 입을 이유도 없고 맛있는 음식이 얼마나 다양한지를 모르며 살아가고 있다. 가장 중요한 자녀들의 교육에 대해서도 심각하게 고민하지 않는다.

이처럼 열악한 환경을 극복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은 교육이다. 인간다운 삶이 어떠한 것인지를 가르쳐 주어야 한다. 인권이 무엇인지, 진정한 행복과 즐거움이 얼마나 소중한지를 알려 주어야 한다. 그래서 그들을 우리와 함께하는 문명세계로 이끌어내야 한다. 그것이 지구상에 공존하며 살아가는 우리들의 의무이자 짐이다

 

 

 

★...고통의 무게는? 검사소 직원이 차밭에서 따온 찻잎을 저울로 달아보며 일일이 검사하고 있다

★...다행스럽게도 여러 나라의 비정부기구(NGO) 단체들이 어려움에 처해 있는 스리랑카인들을 돕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한국복지재단(www.kwf.or.kr·회장 김석산·1588-1940)이 전국의 후원자들로부터 지원을 받아 가옥, 마을교육회관, 보건소 등을 지어주고 있으며, 공동우물과 화장실 등 위생환경시설을 개·보수해주는 사업에도 힘을 쏟고있다.

스리랑카에서 사진·글 = moonpark@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