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 사기, 이스터 섬의 모아이
이스터섬은 남태평양에 위치한 조그만 바위섬이다. 현대 문화권에서는 무척 거리가 먼 이곳이 유명하게 된 것에는 아이러니 하게도 '문화권에서 멀다'라는 점이 작용했다.
너무나도 유명한 거대 석상 모아이가 있는 이곳. 처음 섬이 발견될 당시만 하더라도 사실 그다지 유명한 곳은 아니었다. 어쩌다 들렸던 것 뿐이였고, 그 뒤로는 광산 인부나 노예로 쓸 원주민을 잡아 들이기 위해 방문했었으니까. 그러다 결국 이스터왕조는 백인들에 의해 멸망하였다.
하지만 왕조가 멸망한 이후 이러저러한 전설이 생겨나게 되었다. 그럴만한 것이 이스터섬에 대해 체계적으로 알려줄만한 사람이 거의 씨가 마른 상태였다(최대 15,000명이나 되었던 인구가 1877년 경에는 겨우 110명에 불과 했다고 하니 백인들이 가져온 재앙이 어느 정도였는지 짐작해 볼 수 있다). 아틀란티스의 후예, 무대륙의 종교 중심지 등 온갖 전설이 생겨났는데 이러한 전설을 더욱 화려하게 세상에 알린 사람이 바로 스위스 출신의 에릭 폰 다니켄이었다.
세계적 낚시꾼, 에릭 폰 다니켄
그는 1968년 이스터섬을 방문하여 그곳 원주민들과 인터뷰하고, 곳곳의 전설을 채집하여 다음과 같은 결론이 나왔다고 발표했다.
이스터섬의 모아이는 외계인이 만들었다. 이스터섬의 모아이는 모두 하늘을 바라보고 있는데 이는 바로 자신의 고향을 기리기 위한 외계인의 의지가 담긴 것이다. 외계인들은 이스터섬에 불시착한 이후 고향으로 돌아갈 수 없음에 무료함을 달래고 고향을 그리워 하며 거대 모아이 석상을 만들었다. 그러던 중 갑자기 고향 행성에서 온 구명정을 타고 모두들 황급히 떠나가 버린 것이다.
이를 뒷받침 하는 것은 이스터섬을 비롯한 근처 섬에는 '새사람'이라 부르는 말이 있는데 이것이 바로 외계인을 뜻하며, 이스터섬의 석상은 그 재질이 너무 단단하여 원주민들의 도구로는 절대 조각할 수 없다. 또한 나무도 제대로 자라지 않는 이스터섬의 환경상 그렇게 거대한 석상을 옮기고 세울만한 도구를 만들 수 없다는 것이다. 더구나 모아이 석상이 쓰고 있는 붉은색 모자가 바로 외계인의 우주모라는 것이다.
모아이 석상의 붉은 모자는 원주민들의 머리모양인 올린 머리를 형상화 한 것이다
(그곳 원주민은 붉은 머리색이 많음)
이러한 주장은 세계를 휩쓸었다. 갑자기 이스터섬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으며 멀고 먼, 제대로 볼 것이라고는 거대 석상 밖에 없는 이스터섬이 갑작스런 주목을 받은 것이다. 호화유람선들은 코스에 꼭 이스터섬을 넣었으며 많은 관광객들이 '외계인이 만든 거대 석상'을 보기 위해 찾아왔다.
정말 이스터섬의 모아이 석상은 외계인이 만들었을까? 아직까지도 그렇게 믿고 싶어하는 사람이 많은 것 같지만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는 새빨간 거짓말이다.
다니켄이 외계인이 만들었다는 근거로 세운 가장 큰 이유. 이스터섬의 돌 재질이 너무나 단단하여 원주민의 도구로는 절대 조각할 수 없다는 것부터가 거짓말이다. 이스터섬은 화산섬으로 모아이 석상 역시 화산암으로 만들어져있다. 화산암도 그 단단하기가 종류에 따라 다르지만 모아이 석상의 재질은 간단한 도구만으로 쉽게 조각할 수 있는 암석이다.
모아이 석상은 조각하기 쉬운 화산암으로 만들어졌다(우리나라 돌하루방처럼)
또한 지금은 나무도 많지 않은 황폐한 섬이지만 모아이석상이 만들어진 1680년 무렵에만 하더라도 나무가 매우 울창한 지역이었다는 것이 지질학자들에 의해 밝혀졌다.
새사람이라는 것 역시 제비갈매기가 돌아오는 것을 기념하며 지배자를 뽑은 행사에서 나온 말로써 높은 벼랑에서 뛰어내려 제비갈매기의 알을 가장 먼저 가져오는 사람을 1년간 지배자로 인정하며 그렇게 뽑힌 사람을 '새사람'이라 부른 것에서 연유한다는 것이다.
한마디로 다니켄은 날조된 거짓말로 사람을 끌어모으려 했고, 그러한 노력은 매우 훌륭한 결실을 맺었다. 지금까지도 많은 이들은 모아이 석상이 외계인의 흔적이라 믿고 있으니 그의 '세계적 낚시질'은 아직도 계속되고 있다 하겠다.
참조
과학으로 여는 세계 불가사의 - 문학요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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