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쇄빙선+유조선-국산 ‘퓨전 선박’ 세계로

사오정버섯 2007. 5. 3. 09:34
  • 쇄빙선+유조선… 국산 ‘퓨전 선박’ 세계로
  • 쇄빙유조선은 러시아로부터 3척 수주 대우조선이 세계 첫 개발
    LNG-RV는 척당 2600억원 달하는 신개념 선박 ‘바다위 정유공장’ FPSO시장도 석권
  • 김덕한 기자 ducky@chosun.com
    입력 : 2007.05.03 00:04
    • 북극의 얼음을 깨며 원유를 실어 나르는 배, LNG(액화천연가스) 운반뿐 아니라 가스를 육상으로 공급까지 해 주는 배, 해저에서 원유를 뽑아 올려 정제하고 저장하는 ‘바다 위의 움직이는 정유 공장’…. 사상 최대의 호황을 누리는 한국 조선소들이 ‘세상에 없던 배’들을 만들어내고 있다.

      세계 최고 수준의 설계·건조 능력을 바탕으로 신개념의 선박들을 잇달아 내놓고 있는 것이다. 한국 조선업체들은 벌크선(일반화물선) 같은 범용 선박은 일본, 중국에 넘기고 있다. 대신 초대형 컨테이너선과 LNG선, FPSO(Floating Production Storage Offloading·부유식 원유 생산·저장·하역설비) 같은 고(高)부가가치 선박의 수주·건조에 주력하고 있다.

      또 신개념의 퓨전(fusion) 선박을 창안하고 개발해 후발국과의 격차를 벌리고 있다. 서로 기능이 다른 두 척의 배가 분담해오던 일을 한 척으로 모아 처리하고, 기존 선박 개념으로는 도저히 해결할 수 없던 일도 척척 해내는 복합 기능의 선박들이다.

      ◆쇄빙선+유조선=극지(極地) 운항용 쇄빙유조선

      삼성중공업은 작년 말 러시아 최대 국영해운사인 소브콤플로트(Sovcomflot)사로부터 7만?급 ‘극지(極地)운항용 쇄빙유조선’ 3척을 수주했다. 가격은 4억3000만 달러(약 4000억원). 척당 1300억원에 달해 일반 유조선보다 서너 배 비싸지만 그만큼 가치가 있다. 세계 인구가 60년간 사용할 수 있는 원유(약 1조5000억 배럴)와 전 세계 매장량의 절반에 해당하는 가스(약 48조㎥)가 묻혀 있는 북극해저 자원을 개발해 내는 데 이보다 더 효율적인 장비가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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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수만 t의 원유를 싣고 영하 45도의 극한 상황에서도 얼음을 깨며 단독 항해를 할 수 있는 극지(極地)운항용 쇄빙유조선과 운반해온 액화천연가스(LNG)를 해상에서 곧바로 일반 가정으로 공급할 수 있는 LNG-RV선, 해상 가스저장기지 역할을 할 수 있는 LNG-FSRU선(위로부터).

      • 삼성중공업은 이 배를 개발하기 위해 ‘세계 최저 설계 온도’, ‘세계 최고 전후 방향 쇄빙 성능’, ‘마모에 견디는 특수 도장’ 등 독창적인 기술을 적용했다. 이 때문에 쇄빙선의 도움 없이도 영하 45도의 극한 상황에서 두께 1.57m의 얼음을 깨며, 시속 3노트(약 5.5㎞)의 속도로 항해할 수 있다. 얼음산에 막혀 고립되면 추진기를 거꾸로 돌려 360도 회전하며 빠져나오는 것도 가능하다.

        삼성중공업은 원유·가스 가격 상승으로 오는 2012년까지 쇄빙유조선 40척가량이 발주될 것으로 보고 있다. 5조원 이상의 새로운 시장이 탄생하는 셈이다. 또 극지 운항용 선박 시장은 쇄빙유조선 외에 쇄빙LNG선, 쇄빙컨테이너선 등으로도 확대될 전망이다.

        ◆LNG선+하역터미널=LNG-RV, CNG, PNG선

        대표적인 고부가가치선인 LNG선의 용도를 넓혀나가는 연구·개발 작업도 활발하다. 기존 LNG선은 천연가스를 영하 163도의 극저온 상태로 액화시켜 부피를 600분의 1로 줄여 운반하는 방식이다. 따라서 수십억 달러를 들여 천연가스를 액화시켰다가 다시 기화시키는 설비를 하역터미널에 설치해야 한다. 또 기화시킨 가스를 보관할 대규모 저장장치도 필요하다.

        대우조선해양이 세계 최초로 개발해 취항시킨 LNG-RV(regasification vessel)선’은 이런 번거로움과 비용을 줄이기 위해 지상의 골칫덩어리인 가스공급기지를 배 위에 옮겨놓은 신개념 선박이다. 액화된 가스를 싣고 온 배가 육상에서 일정 정도 떨어진 해상에 정박하면서 배 위에 설치된 기화기를 통해 액화가스를 기체로 만들어 해상 파이프라인을 통해 가정에 가스를 직접 공급하도록 한 것이다. 가스 공급이 끝나면 다른 LNG-RV선과 임무를 교대하기만 하면 된다.

        한 척 가격이 2억8000만 달러(약 2600억원)에 달하는 고가(高價)지만 배값을 훨씬 능가하는 값어치를 할 수 있어, 발주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PNG(Pressurized Natural Gas Carrier)선, CNG(Compressed Natural Gas Carrier)선, LNG-FSRU(Floating, Storage & Regasfication Unit)선도 LNG-RV와 마찬가지로 하역설비가 필요 없는 신개념 선박이다.

        PNG선과 CNG선은 파이프라인 설치가 어렵고 일반 LNG선이 투입되기에는 경제성이 떨어지는 중소 규모 가스전(田) 개발에 활용된다. 천연가스를 따로 액화시키지 않고 기체 상태로 실린더 형태의 압력 용기 3000여 개에 담아 운반한다. 액화 설비 투자를 줄일 수 있고, 기화 과정이 없이 곧바로 천연가스를 사용할 수 있는 게 장점이다. CNG선도 이와 비슷한 개념의 선박으로, 압력용기를 수직으로 적재하는 PNG선과 달리 수평으로 적재하는 것만 다르다.

        현대중공업은 미국 에너씨사(社)와 공동으로 CNG선 디자인을 개발, 2003년 미국선급협회인 ABS의 선체구조 심사를 통과했다. 삼성중공업도 노르웨이와 공동으로 PNG선 선형 개발을 완료, 현재 유럽에서 1호선 수주를 추진하고 있다.

        현대중공업과 삼성중공업이 개발에 성공한 LNG-FSRU선은 육상에서 50㎞ 떨어진 해상에 설치하는 대규모 하역 및 보관설비다. LNG선이 운반해온 LNG를 받아 보관하다 필요할 때 기화시켜 육상 수요처에 공급한다. LNG-FSRU선은 LNG-RV선과 마찬가지로 육상 가스 저장기지 건설 과정에서 흔히 일어나는 주변 주민과의 마찰을 피할 수 있는 장점도 크다.

        ◆유전개발도 선박으로 모두 해결

        유전 개발의 선두주자는 심해용 원유시추선인 ‘드릴십’이다. 해상 플랫폼 설치가 불가능한 심해 지역이나 파도가 심한 해상에서 원유 발굴 작업을 할 수 있는 선박 형태의 시추설비로, 선박의 기동성과 심해 시추능력을 겸비한 고부가가치선이다. 고(高) 유가로 더욱 각광받고 있는 새로운 성장 엔진 중 하나이다.

        드릴십 이외에 ‘바다 위의 움직이는 정유공장’이라고 불리는 FPSO선도 한국 조선소들이 세계 시장을 석권하고 있다. 해저에서 원유를 뽑아 올려 정제 및 저장 기능 등을 복합적으로 수행할 수 있는 선박이다. 삼성중공업은 시추설비인 드릴십과 생산설비인 FPSO의 기능을 복합한 D-FPSO, 즉 ‘드릴링 FPSO’를 개발한다는 계획도 세워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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