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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광 숲쟁이숲

사오정버섯 2007. 4. 17. 20:52

               놀라워라, 오백년의 포근함
         아름다운 숲 장려상 ‘영광 숲쟁이숲’

 

 

아름다운 숲 장려상 ‘영광 숲쟁이숲’

 

노란 가을 물이 들고 있는 느티나무 숲. 굵은 몸통, 폭신한 낙엽, 그리고 줄기를 꼭 붙잡은 이파리 하나하나까지, 촉촉하다. 상쾌하다. 비릿한 비 냄새와 섞인 숲 향기를 콧속 깊숙이 들이마셨다. 얼굴부터 가슴, 머리까지 순도 100% 산소가 가득 들어찬 기분. 정신이 번쩍 든다. 숲 한가운데 서야 얻을 수 있는 숲의 기운. 햇빛이 나뭇잎 사이로 반짝이던 지난 20일 오후, 전라남도 영광군 법성면 숲쟁이숲에 갔다. ‘아름다운 숲 전국대회’에서 ‘천 년의 숲’ 부문 장려상을 받은 숲이다.

 

숲, 500년 이야기

숲쟁이, 숲쟁이…. 그 귀여운 어감(語感)에 정이 갔다. 숲은 인의산(仁義山) 능선을 따라 법성포를 둘러싸고 8829㎡규모에 조성됐다. 도로를 사이에 두고 갈라져 오른쪽 숲, 왼쪽 숲으로 나뉜다. 양 숲은 도로가 나면서 세워진 부용교(芙蓉橋)로 하나처럼 이어진다. 숲이라지만 산 비탈 경사면에 있어 등산하는 기분도 들 정도. 그 곳에 두 사람이 양팔로 껴안아도 손이 닿지 않는, 세갈래 네 갈래로 갈라진 300살 먹은 느티나무들이 넉넉하게 자리잡고 있다. 150여 그루 중 90%는 느티나무지만 간간히 팽나무와 개어서나무도 섞여 있다.

 

먼저 왼쪽 숲에 올랐는데 듬성듬성 자란 나무에 약간 실망했다. 그런데 한참 평상에 앉아 있다 보니 오히려 ‘이게 숲이다’ 싶었다. 적당히 거리를 둔 느티나무 사이로 들리는 새소리, 바람소리. 여유롭고 편안했다. 오른쪽 숲은 조금 더 높고 깊다. 숲쟁이숲 끝에 정자가 있는 곳까지 오르면 법성포구가 눈 아래 펼쳐진다. 정자를 지나 충혼탑(忠魂塔)까지 걸어 들어가는 숲쟁이 숲길은 가을에는 조금 쓸쓸하고, 야생화가 만발하는 봄이 가장 예쁘단다.

 

‘숲쟁이’는 고개에 있는 숲이라 해서 ‘숲’과 고개 ‘재(岾)’를 붙인 이름이다. 마을 사람들은 ‘숲쟁이’ 대신 ‘숲재이 숲재이’하고 꼭 두 번씩 부른다. 또 어느 간판엔 ‘숲정이’라고도 쓰여져 있는걸 보면 구전(口傳)된 이름이라 표기가 정확하진 않은 듯하다. 이곳에 나무가 심어진 것은 1514년, 지금도 남아있는 법성진성(法聖鎭城)을 쌓을 때, 성을 따라 느티나무를 심어서 마을이 외적의 눈에 쉽게 띄지 못하도록 했다고 한다. 이하연(49) 영광군청 관광관리 계장은 “영광굴비의 맛도 바로 숲쟁이숲 덕분”이라고 했다. 법성포 앞바다에서 불어오는 북서풍을 막아 겨울에는 찬바람에 푸석푸석해지지 않도록, 여름에는 뜨거운 바람에 썩지 않도록 일정한 온도를 유지하는 ‘방풍림(防風林)’ 역할도 해온 똑똑한 숲이라는 말이다.

 

숲, 사람과 어울림(林)

 

 

우리나라 아름다운 숲

 

느티나무가 모인 전남 영광 숲쟁이 숲. 가을내 흙을 덮을 낙엽, 가지 사이로 바람이 머무는 숲입니다. 가만가만 숲의 숨소리, 조곤조곤 숲의 오랜 이야기도 들려오는 그런 숲입니다

 

 

 

양쪽으로 나뉜 숲쟁이숲을 이어주는 부용교

 

 

“초등학교 때 숲재이에 달려와선 갈라진 느티나무에 서로 앉겠다고 얼마나 싸웠던지….” 법성포 청년특우회 배정백 회장(49)의 말. 숲쟁이 숲은 500년 동안 마을 사람들과 울고 웃은 법성포의 보금자리다. 30여년 전 법성포 초등학교를 나온 동창들은 지금도 주말이면 숲쟁이를 지나 함께 등산을 간다. 유독 땅 쪽으로 휘어 자란 개어서나무는 수십 년 동안 꼬마들이 하도 미끄럼틀을 타서 맨질맨질 윤이 났다.

 

▶찾아가기= 서해안 고속도로 영광 나들목에서 법성 방향으로 15분 정도 가면 왼쪽에 ‘법성면 느티나무군’이라는 표지판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