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풍당당한 '알락하늘소'의 사랑
권용숙(sonamu07)기자
휴일(제헌절) 저녁 무렵쯤 잠시 비가 그친 뒤 순찰(?)을 끝내고 돌아오는 길에 지금까지 내가 본 곤충 중 제일 크고 시커먼 곤충을 만났다. 더듬이는 또 얼마나 긴지 카메라 렌즈에 다 담기에 차고 넘치도록 양쪽으로 쭉 뻗어 거꾸로 매달려 있었다
▲ 저녁무렵 '알락하늘소' 한마리가 있었다
왜 그리도 큰 몸으로 매달려 있어야 하는지 궁금했지만 다 이유가 있겠지 하며 지나치려는데, 순간 밤나무가 있는 곳으로 순식간에 포물선을 그리며 날아가기 까지 했다. 곤충을 보고 무섭다는 생각을 처음 해봤다. 그는 왜 시커먼 알록 더듬이를 세우고 오래도록 그곳에 매달려 있었던 것일까
▲ 찔래가지 위 환삼덩굴에 거꾸로 매달려 있는데 더듬이(촉각)가 제몸의 두배도 넘을것 같다ⓒ권용숙
그 이유를 이틀이 지나고야 알았다. 이틀 전 그 곳, 찔래열매가 영글어가는 넓직한 잎사귀 위에서 혼자가 아닌 둘이 나보란 듯 짝짓기를 하고 있다.
"또 만났네요. 이제는 혼자가 아니라 둘이랍니다. 그날은 죄송했어요. 무섭게 보여서…."
왜 하필 저리도 큰 덩치에 사람들이 수시로 지나다니는 길가에서 위험을 무릅쓴 짝짓기를 하는 것일까. 보통 작은 곤충들의 짝짓기는 관심이 없는 사람들에게는 잘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이 녀석의 짝짓기는 알록달록 화려한데다 크기까지 하니, 이미 온동네 소문이 났는지 지나가는 사람들 모두가 한번씩 신기하여 들여다 보며 감탄을 했다.
▲ '알락하늘소'는 참 알락한 모습으로 짝짓기도 한다.
하늘소는 낮에 잠을 자고 밤에 돌아다니는 야행성이다. 하늘소 암컷은 짝짓기후 날카롭고 뾰족한 입으로 나무줄기에 상처를 내, 알을 낳는 꽁무니의 대롱을 상처난 곳에 넣어 한 개씩 여러 개의 알을 낳는다. 애벌레로 2~3년을 나무 속에서 자라며 어른 하늘소로 자라 밖으로 나온다. 그렇기 때문에 곤충학자 파브르는 "겨울 장작을 살 때 벌레먹은 나무는 특별히 비싸게 샀다"는 이야도 있었다. 나무 속에 하늘소의 애벌레가 들어 있기 때문이다.
▲ 하늘소는 애벌레까지도 날카로운 입을 가지고 있다. 어떤이는 하늘소의 얼굴이 소와 닮았다고도 한다.
계속된 호우로 바람이 불고 장대비가 내린 후지만 많은 곤충들이 여전히 짝을 찾아 짝짓기 하는 것이 여기저기 눈에 띄었다. 오히려 곤충들은 자연재해시 위기의식을 느껴 본능적으로 더 열심히 살아간다는 생각을 잠시 해봤다.
아주 작은 무당벌레부터 아주 큰 알락하늘소까지 그들이 익충이든 해충이든 장마 직후 무사히 살아남아 자손번식을 위해 노력하는 그들의 사랑에 박수를 보낸다
▲ 긴 더듬이 쭈욱 세운 저 위풍당당한 모습 의 '알락무늬하늘소' 그들의 사랑은 계속되었다.
하늘소는 하늘소과에 속하는 모든 곤충을 말하는데, 우리나라에서는 292종의 하늘소와 갑충이 서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그중에 '장수하늘소'는 임업상으론 해충이지만 멸종위기에 처해 천연기념물 제218호로 지정 보호까지 하고 있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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