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동물·곤충/새·조류

어름치의 돌탑쌓기

사오정버섯 2007. 2. 21. 22:54

어름치의 돌탑쌓기

아무리 섧다, 섧다 해도 집 없는 설움보다 더한 것이 어디 있겠는가. 그래서 다들 내 집 마련하는 것을 지상목표로 하고 억척같이 그것에 매달려 산다.

달팽이만 봐도 작은 배(胎)내 집을 지니고 태어나 자라가면서

조금씩 불려나가니 ‘너희들은 주택청약부금 붓지않아 좋겠다’고 부러워한다.

모든 동물이 보금자리치는 곳이 집이다. 아무리 허름해도 내 집이 으뜸!

오늘은 맑디 맑은 강물에 사는 물고기의 건축이야기를 해 보자.

 

물고기들은 종(種)에 따라 점성(粘性)이 강한 알을 물풀에 붙이는 놈,

강의 상류로 올라가 산란하여 그것이 물에 떠내려가면서 부화를 하는 것,

돌멩이 틈새에 난(卵)을 떨어뜨리는 무리,

바위 밑의 흙이나 모래를 파내고 들어가서 몸을 뒤집어

돌 밑바닥에다 붙이는 녀석 등 각양각색이다.

개중에는 유별난 녀석도 있으니, 조개를 집 삼아 그 속에 알을 낳는

납줄갱이나 중고기 무리들, 지푸라기를 진흙에 버무려 새(鳥)집 비슷한

것을 짓는 가시고기와 돌탑(石塔)을 쌓는 어름치들이 거기에 든다.

 

 

어름치는 지구상에서 오직 우리나라에서만 사는 특산종(고유종)인

민물고기로 한강이나 임진강, 금강 등지에 산다.

그런데 요즘은 여기저기에 댐을 막아서 강들이 호수화가 되니

물살이 센 여울이 사라져서 어름치도 감소추세에 있다. 뿐만 아니라

오염된 강물, 무분별한 남획까지 겹쳐 지구를 떠나야 할

위기종(危機種·endangered specy)이 되어 무척 서럽고 아쉽다.

지구를 온통 생채기 내는 못된 악머구리떼 인간 때문에 죽을 맛이란다.

물고기의 원성(怨聲)이 들리지 않는가.

“내가 죽으면 네 놈들은 어떻게 되나 어디 두고 보자.”

 

어름치는 잉어과(科)에 속하며 모래무지를 많이 닮았다. 

몸 길이는 보통 20~40㎝며 주로 여울에 산다.

4~5월경에는 강바닥을 파내어 그곳에 1200~2300여개의 알을 낳고

위에다 잔자갈을 모아 덮어 돌탑쌓기를 하니 이것이 어름치의

산란탑(産卵塔)이다.

암수는 물가로 나와 어슬렁거리며 알터를 봐두었다가 산란 전날 밤에

강바닥파기를 한다.

길이 15㎝, 폭 10㎝, 깊이 7㎝ 정도의 타원형 웅덩이를 파고는

배불뚝이 암놈이 납작 엎드려서 알을 쏟아낸다.

수놈아비는 당장 알아차리고 내달려가 씨알에 우윳빛 정액을

흠뻑 쏟아부어 탄생의 기(氣)를 심는다.

그래도 힘이 다 빠진 어미, 아비의 고행은 계속이다.

닷새 후면 부화하여 새끼(눈쟁이)가 튀어나올 텐데,

그 동안 물살에 떠내려가서도 안되고 또 다른 녀석들의 밥이 되게

할 수는 없기에 둘은 젖 먹은 힘을 다해 자갈(2~5㎝)을 물어 날라다

알을 덮어준다. 입이 부르트고 살점이 떨어져 나가 피가 철철 흘러도

어쩔 수 없다. 밤 사이에 탑들이 줄지어 일정한 간격으로 강가

여기저기에 생겨나니, 어류학자들의 눈에조차 신비롭다고 한다.

피 터지는 자리다툼으로 지은 집이기에

전승비(戰勝碑)라 해도 무난할 듯!

산란탑은 보통 수심 1m쯤 되는 곳에 짓는다.

영물이 따로 없다.

어름치는 가뭄이 들 해엔 강 깊은 곳에 집을 짓고,

홍수가 질 철에는 가장자리에 탑을 쌓는다.

 

까치가 둥지를 높게 얹으면 그 핸 장마가 지고

낮게 지으면 바람이 많은 해가 든다.

이들은 기상예보관이다.

한 해를 훤히 꿰뚫어 들여다보니 말이다.

첨부이미지

'새·동물·곤충 > 새·조류' 카테고리의 다른 글

보라매와 송골매  (0) 2007.02.23
흰꼬리수리  (0) 2007.02.22
쇠물닭 [뜸부기과]  (0) 2007.02.21
하늘의 제왕, 매  (0) 2007.02.21
고산대머리수리  (0) 2007.02.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