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들에게 희망을 주는 나비
히브리어로 '나비'는 '예언자'라는 뜻이랍니다
▲ 청띠제비나비
◐트리나 폴러스의 <꽃들에게 희망을>이라는 책의 내용은 어른이 되어서도 잔잔하게 마음 어딘가에 남아 있다.
나비들을 볼 때마다 그들이 어떻게 꽃들에게 희망을 줄까 생각해 보기도 한다.
알에서 깨어나 애벌레, 고치가 되는 과정들을 통해 한 마리 나비가 되기까지의 과정들 자체가 희망이기 때문에 꽃들에게 희망을 줄 수 있는 존재가 아닐까 상상하기도 한다.
타들어 가는 밭에 물을 준다. 나비들이 몰려오는 중에 '청띠제비나비' 한 마리가 내 주위를 돈다. 워낙 재게 날아서 사진을 찍기가 쉽지 않았는데 근래에 찍은 나비 사진 가운데에서는 가장 선명하게 찍을 수 있도록 포즈를 취해 주었다.
목마름으로 고생을 하다 물을 뿌려준 이에게 고맙다는 사례를 한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 주홍부전나비
◐'나비'라는 히브리어는 '예언자'라는 뜻이 있다.
그냥 음만 같은 것이지만 '예언자'란 점쟁이 같은 존재가 아니라 '미리 보는 자'라는 뜻을 가지고 있는데 어쩌면 희망이라는 것, 그것도 미리 보는 것이 아닌가 싶다.
아직 보이지는 않지만 미리 보며 절망하지 않는 것이 희망이 아닌가 싶다. 아직은 아니지만 지금 가지고 있는 것, 어쩌면 꽃들에게 희망을 주는 존재인 나비들, 그들은 미리 보는 눈을 가지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개망초와 어우러져 자기가 꽃인양 피어났다
▲ 괭이밥과 배추흰나비
◐원예종 괭이밥이 한창 피어날 무렵이면 배추꽃흰나비도 텃밭에 지천이다.
무꽃과 배추꽃이 만발할 때 나비들도 떼를 지어 텃밭을 난다. 물론, 농약을 치는 밭에서는 귀한 일이지만 자기들이 태어나 자란 그곳을 나는 것은 이상한 일이 아니다.
▲ 범부전나비
◐간혹은 이렇게 거꾸로 앉아 쉬는 것처럼 보이는 것들도 있다. 그러나 가만히 보면 거꾸로 앉아 꽃 같지도 않은 작은 사초과의 꽃들에서 꿀을 얻는 중이다.
나비들은 꽃을 보고 꽃을 찾지 않는다. 꽃향기와 그가 담고 있는 꿀을 보고 날아든다.
어쩌면 겉으로 드러나는 것에 집착하는 이들에게 내면의 아름다움을 보며 살아가는 것이 진짜로 보는 것이라고 알려 주려고 신이 나비를 보내 주신 것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 솜방망이와 주홍부전나비
◐'솜방망이'라는 꽃을 볼 때마다 차라리 '꽃방망이'라고 했으면 더 좋았겠다는 아쉬움이 든다.
이른 봄, 고사리가 올라올 때 무덤가에 지천으로 피는 꽃이요, 봄형의 나비들과 어루러져 서서히 들판을 각양각색으로 물들여가는 꽃, 마치 도깨비방망이를 두드려 '꽃 나와라 뚝딱! 나비 나와라 뚝딱!'하는 듯
그 자태가 곱고, 나비가 더해짐으로 인해 더 아름답다
▲ 애기범부채와 배추흰나비
◐작지도 않은 것이 '애기범부채'란다.
뜰에 피는 애기범부채와 사귄 지 5년째다. 올해는 그간의 사랑이 그들에게 전해졌는지 여느 해보다 이파리들이 무성하다. 이파리만 무성하고 꽃이 피지 않으면 어쩌나 하고 걱정도 했는데 마치 보리가 패듯이 꽃들이 피어날 준비를 하고 있어 기대가 된다.
작년에 만났던 꽃, 그 꽃이 올해도 핀다. 그 모습 그대로 핀다.
그런데 새로운 꽃이다. 그대로 핀다는 것, 그에 대한 믿음을 가지게 한다.
▲ 작은검은꼬리박각시
◐내가 만난 나비류 가운데서는 날개짓이 가장 빠른 놈이다. 도무지 꽃에 앉아 쉬는 것을 보지 못했다. 꿀을 먹을 때도 날갯짓을 한다.
그러나 그들도 아무도 보지 않는 그 어디선가 날갯짓을 쉬고 휴식을 취하는 시간이 있겠지. 재충전의 시간, 우리들은 그것을 '논다'고 표현하기도 하고, 그것을 속된 것처럼 생각하도록 길들여졌다.
잘 놀아야, 잘 산다는 것을 왜 모를까?
▲ 파꽃과 호랑나비
◐파꽃도 꽃이다. 한 번 빠지면 빠져나올 수 없을 정도로 작은 꿀통들을 간직하고 있는 꽃이다. 텅 빈 줄기에 꽃을 피우고는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은 꽃을 피우는 꽃이다. 작은 꽃들, 그들이 모여 하나의 꽃을 피운 듯 다가온다. 이렇게 더불어 산다는 것, 그것은 너와 내가 함께 사는 길이다.
나를 진정으로 사랑할 수 있을 때 비로소 남을 사랑할 수 있다.
그러나 나를 진정으로 사랑하지 못할 때에는 아무리 사랑의 이름으로 이웃에게 다가가도 상처를 줄 수밖에 없고, 결국은 그 사랑도 고갈될 것이다.
▲ 토끼풀과 노랑나비
◐토끼풀 역시도 작은 꽃들의 집합체이다.
네잎 클로버를 찾아본 기억들이 있는 이들이 많은 꽃. 네잎 클로버는 '행운'을 뜻한다고 한다.
'행운' 그것은 참 좋은 것이다. 그러나 행운을 상징하는 네잎 클로버는 찾지 못할 수도 있지만 지천에 널려 있는 '희망'을 상징하는 세잎을 가진 토끼풀을 찾는 일은 어려운 일이 아니다.
희망, 그것은 먼 곳에 있지 않다. 행운보다는 아주 가까운 곳에 있다.
▲ 짝짓기 후에ⓒ2005 김민수
◐찍짓기를 마친 나비들은 마치 어떤 의식을 치르고, 이제 '다 이루었다'고 하는 듯하다.
짝짓기가 끝나면 그때부터는 죽음도 덤덤하게 받아 들일 나비들, 그들이 있어 예로부터 지금까지 꽃이 피는 계절에 그들은 꽃들에게 희망을 주려 날아다닌 것이다.
그들이 꽃에게 희망이듯, 내가 만나는 한 사람 한 사람 모두 그 누군가에게는 희망일 것이다.
작은 멋쟁이 나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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