끊어진지 12시간 내 연결하면 스스로 달라붙어
코팅제·페인트·인공뼈·인대 등에도 활용 가능
◆끊어져도 다시 붙는 고무
프랑스 국립과학연구소(CNRS)의 루드빅 리블러(Leibler) 박사 연구진은 지난달 21일 '네이처'지에 발표한 논문에서 "초분자(supermolecule)를 이용해 자기치료(self healing)가 가능한 고무를 새로 개발했다"고 밝혔다.
고무는 사슬 모양의 긴 고분자들이 서로 강력한 공유결합으로 연결된 형태다. 공유결합은 원자들이 서로 전자를 내놓아 전자쌍을 이뤄 연결되는 화학결합이다. 반면 리블러 박사가 개발한 고무는 식물성 기름에서 추출한 작은 분자로 구성돼 있다. 이 작은 분자들이 수소결합이라는 아주 약한 화학결합에 의해 연결돼 3차원의 초분자 구조를 이루고 있다. 이 결합에서는 수소가 원자 사이에 접착제 역할을 한다.
자기치료 후 고무는 예전처럼 원래의 4배까지 늘어나는 성질을 가진다. 잘렸다가 다시 붙기를 반복해도 고무의 성질을 계속 유지한다. 리블러 박사는 "끊어진 지 12시간 이내에만 연결하면 스스로 달라붙게 된다"고 밝혔다.
과학자들은 상처가 났을 때 새살이 돋는 것처럼 손상된 부분이 스스로 치료할 수 있는 물질을 개발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자기치료 물질을 이용하면 우주선 외부의 손상을 손보러 위험한 우주 유영을 할 필요가 없고, 전자회로를 망가뜨리는 원인이 되는 칩의 균열도 알아서 치료할 수 있다.
2001년 미국 일리노이대 연구진은 '네이처'지에 자기치료 기능을 가진 고분자 플라스틱을 개발했다고 밝혔다. 플라스틱 내부에는 액체 상태의 플라스틱이 든 캡슐이 있다. 플라스틱에 균열이 생기면 이 캡슐이 깨져 액체 플라스틱이 흘러나오고, 주변의 촉매제와 결합돼 단단하게 굳는다.
문제는 캡슐이 일회용이어서 한 번밖에 치료할 수 없다는 점이다. 연구진은 식물이 물을 빨아들이는 모세관 현상을 이용해 플라스틱에 작은 관을 심고 필요할 때마다 치료용 액체 플라스틱을 공급하는 방법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그렇지만 플라스틱 내부에 미세 관을 만드는 게 쉬운 일이 아니고, 모세관 현상이 작용하는 범위가 좁다는 한계가 있다.
2002년 뉴욕주립대 연구진은 프랑스 연구진과 마찬가지로 치료용 물질이나 촉매제 없이 스스로 절단면이 달라붙게 하는 고분자 물질을 개발했다. 이 경우에도 높은 온도에서만 자기치료가 가능하다는 단점이 있다. 리블러 박사팀이 개발한 고무는 상온에서 달라붙어 상용화에 임박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화학회사인 아르케마(Arkema)사는 이미 시제품 생산을 마치고 응용 제품 개발에 돌입한 상태다.
자기치료 고무는 다양한 곳에 사용될 수 있다. 일본 도쿄대의 저스틴 마이너(Mynar) 교수와 아이다 타쿠조(Takuzo) 교수는 네이처지 21일자에 공동으로 게재한 논평 기사에서 "올이 나갔을 때 저절로 깁는 옷이나 오래 유지되는 코팅제, 페인트에서부터 인공 뼈, 인대 등 다양한 곳에 이용될 수 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특히 고무의 소재가 식물성 지방산이어서 친환경적이며, 가열하면 쉽게 액체 상태가 돼 가공이 쉽다는 점도 장점으로 꼽혔다. 연구진은 유리에 이용하면 금이 가도 저절로 달라붙어 깨지지 않고, 고무처럼 탄성까지 갖출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웃으며 살어요 > 알면 좋은 상식' 카테고리의 다른 글
우리가 잘못알고 있는 상식은? (0) | 2008.03.17 |
---|---|
감기약에 대한 엄청난 비밀 (0) | 2008.03.14 |
금붕어 기억력은 3초 아닌 1주 이상 (0) | 2008.02.19 |
긴급 뉴스 '핸드폰 통화료' 사기 주의 (0) | 2008.02.12 |
성분별로 나눈, 프로급 상비약 가이드 (0) | 2008.02.0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