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과일, 잘 씻어 껍질째 드세요
몸에 좋은 '피토케미컬'은 껍질에 집중
농약, 흐르는 미지근한 물에 씻으면 안심
감·배·포도도 껍질째 갈아 마시면 좋아
▲ 조선일보 DB
각종 비타민이나 섬유소 등 과일의 몸에 좋은 성분은 대부분 껍질에 집중돼 있다. 식물이 외부의 공격으로부터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해 생산하는 '피토케미컬(phytochemical)'은 사람 몸에도 좋은 영향을 끼쳐 노화를 방지하고, 체내 면역력을 높이고, 세포손상을 억제하고, 발암물질을 해독한다. 동의대 한의학과 최영현 교수는 "과일 속 피토케미컬은 색이 진한 껍질 부분에 풍부하다. 특히 포도나 사과, 배와 같이 껍질과 과육의 색이나 조직이 완전히 다른 과일의 껍질에 좋은 영양소가 집중돼 있다. 따라서 모든 과일은 '원칙적으로' 껍질째 먹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 껍질, 영양의 보고
사과 껍질에는 물에 녹는 수용성 식이섬유인 '펙틴'이라는 성분이 많다. 펙틴은 장 속에서 콜레스테롤을 흡착해 배출함으로써 동맥경화, 고혈압, 비만을 예방하고 알루미늄 등 중금속도 배출시킨다. 또 껍질의 '케르세틴' 성분은 항암작용 및 해독작용이 뛰어나고 비타민C의 항산화 작용을 강화시켜준다. 비타민C는 거의 대부분이 사과 껍질 바로 밑의 과육 부분에 집중돼 있다.
포도도 마찬가지. 포도 알은 대부분 수분과 당분이며, 각종 비타민과 '레스베라트롤' '프로시아니딘' '안토시아닌' 등 몸에 좋은 성분은 껍질과 씨에 집중돼 있다. 육식을 많이 하는 프랑스인에게 오히려 심혈관 질환이 적은 이유도 포도 씨와 껍질까지 발효시켜 만든 포도주를 많이 마시기 때문이다.
귤 껍질의 '살베스트롤' 성분은 암세포를 공격해 파괴한다. 또 귤 속 투명한 껍질에 함유된 비타민P는 콜라겐을 만드는 비타민C의 기능을 보강해 모세혈관을 튼튼하게 한다. 그 밖에 배 껍질에는 각종 폴리페놀, 감 껍질에는 '카로티노이드', 수박 껍질 바로 아래에 붙은 흰 부분에는 '시트룰린' 등 몸에 좋은 성분이 풍부하다.
■ 농약, 과민반응 하지 말자
과일을 껍질째 먹으라면 대부분의 사람이 껍질에 묻는 농약까지 먹게 되는 것이 아닐까 걱정을 한다. 농촌정보문화센터 연규영 박사는 "농약은 사용 양, 횟수, 시기만 잘 따르면 마지막으로 살포한지 보통 15~25일이 지나면 자연분해 되므로 크게 문제가 되지 않는다. 꼼꼼하게 씻어 먹으면 큰 문제가 없다"고 말한다.
그러나 귤은 조심하는 것이 좋다. 귤 껍질은 조직이 상대적으로 성글기 때문에 농약이 침착될 확률이 높은데다 시판하는 귤은 맛있게 보이기 위해 코팅제를 입히는 경우가 많기 때문. 서울의과학연구소 식품안전연구센터 문성양 박사는 "귤 껍질을 말려 차를 만들어 마시는 사람이 많은데 유기농 귤이 아니면 삼가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한편 과일을 세척할 때는 흐르는 물에 스펀지 등으로 싹싹 문질러 닦아야 하며, 씻은 뒤 소금물에 담가두면 잔류농약 성분을 더 제거할 수 있다. 씻기 힘든 포도는 한 알씩 잘게 잘라 흐르는 물에 씻은 뒤 식초를 물과 1대 10의 비율로 혼합해 한번 더 씻고 맑은 물로 헹구면 된다. 포도 송이에 농약이 묻은 것처럼 보이는 얼룩덜룩한 흰 점은 농약이 아니라 영양성분의 일종인 유기산이 배어 나온 것이므로 먹어도 문제가 없다.
씻을 때는 일반적으로 받아 놓은 물보다 흐르는 물로, 차가운 물보다는 미지근한 물로 씻는 것이 더 좋다. 물론 과일 전용 세정제나 초음파 세척기를 이용하면 더 많이 농약 성분을 제거할 수 있다. 과일 씻을 때 흡착력이 강한 숯을 넣으면 농약이 말끔하게 제거된다고 믿는 사람이 많은데, 숯은 냄새만 제거할 뿐 농약 제거에는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
■ 주스, 잼, 케이크 만들어 먹자
사과는 가을 서리가 내린 뒤 수확하므로 병충해가 많은 여름에 수확하는 과일보다 농약 잔류 위험이 상대적으로 적다. 따라서 사과는 품종에 상관없이 잘 씻어 껍질째 씹어 먹는 것이 좋다. 포도도 잘 씻은 뒤 껍질뿐 아니라 씨까지 씹어 먹는 것이 좋다.
그렇다면 배나 감 같이 껍질이 억세고 질긴 것들은 도대체 어떻게 먹을 수 있을까? 이런 과일은 씨만 빼고 갈아서 마시는 것이 좋다. 포도를 갈 때는 씨까지 함께 넣는 것이 좋다. 인제대 식품생명과학부 김정인 교수는 "과일 즙을 내서 마시는 사람이 많은데 섬유소 등 대부분의 몸에 좋은 성분은 즙을 내고 남은 찌꺼기에 있으므로 껍질까지 통째로 갈아서 먹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그 외에도 과육과 껍질을 함께 넣어 과일 잼을 만들어 먹어도 좋다. 사과, 배, 감은 씨를 제거한 후 껍질째 다져서 밀가루, 설탕 등을 넣고 케이크나 머핀을 구워 먹는 방법도 있다. 수박 껍질 바로 아래 흰 부분은 잘라서 식초와 함께 피클을 만들어 먹거나 고춧가루, 식초 등을 넣어 초무침을 만들어 먹는 것도 좋다.
/ 이금숙 헬스조선 기자 lk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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