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레]토레스 델 파이네 국립공원 Parque Nacional Torres del Paine
초원과 빙하를 볼 수 있는 곳. "The Park at the End of the World"(세상끝)
토레스 델 파이네(Torres del Paine)는 영어로 옮기자면 Tower of Paine 즉 파이네의 탑이라는 뜻이다.
2000미터 이상의 고봉들이 즐비하여 그 이름을 유추해내기 어렵지 않다.
빙하의 침식으로 생긴 복잡한 형상들의 봉우리들이 장관을 연출하며 빙하에 의해 생성된 에메랄드 빛의 호수들이 빛난다.
또한 사람의 손길이 잘 닿지 않는 곳이라 야생동물들도 어렵사리 만날 수 있는 곳이기도 하다.
지대가 높은 편이라 기온이 낮고 고봉에는 만년설이 덮혀있어 무척 춥게 느껴진다
푼타 아레나스(Punta Arenas) 지역의 토레스델 파이네 국립공원에 가면 멋진 초원과 야생동물들이 뛰어노는 것을 볼 수 있고 초원지대를 거쳐 2시간 남짓가면 남미에서 가장 아름다운 만년설을 볼 수 있는 파이네 산이 나온다. 그레이 호수에는 빙하가 떠다니니는 것을 직접 볼 수 있다고 한다.
남미 대륙의 남쪽, 사람들의 발길이 잘 닿지 않는 곳에 천혜의 비경이 있습니다
파이네가 품고 있는 그레이 빙하에서 떠내려온 유빙들. 강물 너머의 육중한 산자락과 어울려 한 폭의 그림을 선사한다. /박서강기자 pindropper@hk.co.kr
파타고니아(Patagonia).
남아메리카의 남위 39도 아래 지역을 일컫는다. 서(西)로는 안데스의 빙하가 만든 피요로드 지형이, 동으로는 끝모를 대평원이 펼쳐진 지역이다. 19세기 후반에야 문명의 손길이 뻗치기 시작한 세계 최남단의 처녀지로 여름 평균기온이 섭씨 9도에도 못미쳐 어떤 농작물도 재배가 불가능한, 황량한 바람의 땅이다.
‘빅 풋(Big Foots)’이란 의미의 파타고니아는 1520년 마젤란이 이곳을 처음 찾았을 때 덩치 큰 원주민이 눈밭에 남긴 커다란 발자국을 보고 놀랐다고 해서 이름이 붙여졌다.
신이 빚은 조각품 토레스 델 파이네의 봉우리가 살짝 구름옷을 벗고 있다. |
푼타아레나스에서 5시간을 내리 달렸다. 안데스의 눈 덮인 연봉과 평행해 달리는 길 양 옆으로 평원 가득 회색의 덤불과 초록의 풀밭이 뒤엉켜 펼쳐졌다.
마주치는 차량도 없는 적막한 길, 언제나 이슬에 덮여있을 것 같은 슬퍼보이는 땅이다. 비포장길을 달려오는 이방인이 신기해 마중 나왔는지 콘도르 한 마리가 유유히 하늘을 갈랐다.
페호에 호수에서의 아침. 한 관광객이 파이네의 일출을 카메라에 담고 있다. |
페호에(Pehoe) 호숫가에서 밤을 보낸 뒤 새소리에 아침을 맞았다. 여전히 꼭대기를 구름으로 가린 파이네는 에메랄드 빛 호수 위로 웅장한 그림자를 드리웠다.
파이네 산자락이 품고 있는 거대한 빙하에서 흘러내린 물이 여러 호수와 강을 만드는데 그 위치에 따라 물빛이 다르다. 빙하의 침전물 입자 크기가 작아지면서 상류는 우유빛으로 중간쯤은 에메랄드빛, 바다와 맞닿는 하류는 남극의 하늘보다 진한 코발트빛을 띠고 있다.
공원의 다양한 트레킹 코스는 야생동물과 직접 만나는 ‘사파리’를 경험할 수 있는 길이다. 산자락에는 라마와 비슷한 과나코(guanaco), 남미의 타조 낸두(nandu)가 떼를 지어있고 호수에는 플라밍고, 백조, 기러기 등이 망중한을 즐긴다. 여우도 지천이고 간혹 퓨마도 만날 수 있다고 한다.
그레이(Grey) 강가로 트레킹 코스를 잡았다. 출렁다리로 냇가를 건너고 짧은 숲길로 된 언덕을 넘어서자 널찍한 하구가 나타났다. 멀리 거대한 그레이 빙하에서 시작된 강물이 거칠게 몰아쳐 내려오는데 빙하의 유빙이 하구 한 곳에 늘어서 스스로 방파제 역할을 하고 있다.
보트를 타고 나가보니 더욱 장관이다. 집채 만한 얼음 덩이는 물살에 깎여 고래 꼬리, 선박, 터널 모양 등의 얼음조각을 이루었고 눈부신 햇살을 받아 푸른빛으로 빛났다.
따뜻해 보이는 우유빛 강물에 무심코 손을 적셨더니 손가락이 끊어지는 듯 차가웠다. 저 멀리 그레이 빙하에서는 강물을 타고 코끝을 아리는 매서운 칼바람이 불어왔다.
설산을 뒤로 한 채 장쾌한 물줄기를 떨어뜨리는 파이네 폭포를 구경하고 공원을 나서는 길. 아쉬움에 뒤돌아본 차창 너머로 하늘 높이 콘도르가 다시 떴다.
“아디오스 파타고니아.”
/토레스 델 파이네(칠레)=이성원기자 sungw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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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레스 델 파이네의 매력은 시각적 경관에 지배받는다. 순백의 빙하와 누런 바위봉우리, 옥빛 호수와 푸른 초원이 어우러졌다. 비포장 길을 따라 국립공원을 한 바퀴 돌면 호수와 암봉의 색깔과 모습이 시시각각 바뀐다. 이런 경관에 빠져들면서 사람들이 지나치는 것이 있는데, 바로 토레스 델 파이네를 뛰어다니는 이국적인 야생동물들이다. 아프리카 사파리에서 보아야 할 ‘5대 동물’(버펄로·코끼리·사자·표범·코뿔소)이 있듯이 토레스 델 파이네에도 ‘5대 동물’이 있다. 하룻만에 쉽게 볼 수 있는 동물들로 사람이 다가가도 도망가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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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나코=처음 마중 나온 이는 과나코였다. 국립공원에 들어선 지 얼마 안 되어서였다. 과나코는 30~50마리 떼를 지어 다닌다. 사람이 접근하면 어미가 앞에 나와 보초를 선다.
과나코는 남아메리카 라마의 사촌뻘 되는 동물이다. 갈색과 하얀색 털이 섞였고, 목이 길어 언뜻 보면 호리호리한 낙타 같다. 뿔은 달려 있지 않고, 다리가 길어 껑충껑충 뛰어다닌다. 일년에 한 번씩, 11월에서 이듬해 2월까지 새끼를 낳는다. 이즈음이면 꽃사슴만한 새끼가 어미를 졸졸 따라다닌다. 토레스 델 파이네에서는 아마가 호수와 아줄 호수의 초원 지대에서 주로 발견된다. 겨울에는 페호 호수에 400여 마리가 모여 있는 장관을 연출한다.
⊙쿨페오 여우=이번에는 여우까지 나타났다. 커다란 관광버스는 노르덴 호수 옆 전망대에서 사람들을 내려놓았고, 이내 사람들은 원형을 치고 무언가를 바라보고 있었다. 마치 이솝우화의 여우처럼, 여우는 사람들 앞에서 두리번거렸다. 셔터를 누르던 사람들은 쉽게 질렸고 버스에 우르르 올랐다. 혼자 남은 여우는 다시 두리번거리더니 노르덴 호수의 절벽 아래로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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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두=남아메리카 동물의 특성은 아프리카의 사자·표범처럼 최상위 포식자가 적기 때문에 대부분의 동물이 ‘겁이 없다’는 점이다. 난두 또한 그러하다. ‘레아’라고도 하는 아메리카 타조인 난두는 사람이 다가가도 주의만 할 뿐 퍼뜩 도망가지 않는다.
난두의 암컷과 수컷은 똑같이 생겼다. 암컷은 둥지 하나에 알을 여럿 낳고, 수컷은 알 위에 앉아 무리를 지켜본다. 사람을 주시하던 난두는 사람과의 거리가 ‘위험 거리’ 안으로 좁혀졌을 때 지그재그로 도망갔다. 난두는 콘도르와 함께 칠레를 대표하는 동물이다. 난두는 토레스 델 파이네 공원 매표소에서 베르데 호수까지 발견된다. 파타고니아 전역에서도 운이 좋으면 만난다.
⊙홍학(플라밍고)=아마가 호수에 이르니 핑크빛 새떼가 나타났다. 플라밍고라고도 하는 홍학이다. 호수를 붉게 물들인 홍학은 색깔을 빼면 황새를 닮았다. 홍학은 황샛과의 조류다. 칠레 북부에서 남부 토레스 델 파이네까지 산다. 특히 안데스 고산지대의 호수가 홍학이 좋아하는 곳. 안데스홍학과 칠레홍학 그리고 희귀종인 제임스홍학 등 세 종이 칠레에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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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라=‘파타고니아 토끼’라고도 하는 설치류. 해질 녘 비포장 길을 달리다 보면, 과나코는 사라지고 마라가 후다닥 도로를 건너간다. 마치 오락실의 게임기에서 적의 비행기가 출몰하듯 다반사로 출몰하는데, 순식간에 사라져 자세히 볼 길이 없다. 마라는 과나코에 비해 겁이 많다. 사람이 다가가면 깡충깡충 줄행랑친다.
이 동물들은 눈 밝은 사람은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는 동물들이다. 하지만 토레스 델 파이네의 최상위 포식자인 퓨마와 멸종위기종 남아메리카 사슴 휴물은 천운이 따라야 한다. 퓨마의 유일한 천적은 인간이다. 법정 보호종이나 아직까지도 밀렵이 성행한다고 한다.
토레스 델 파이네 국립공원(칠레)=글 남종영 기자 fandg@hani.co.kr
사진 류우종 <한겨레21> 기자 wjryu@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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