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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촌 질서 바꾸는 '국제유가'

사오정버섯 2007. 11. 19. 10:19
지구촌 질서 바꾸는 '국제유가'
치솟는 기름값 산유국 위상도 '껑충'
한정된 공급량… 대부분 생산 설비 100% 가동
중국과 인도 경제 성장으로 소비량 크게 늘어나
경제 파탄 러시아, 수출로 외환 보유고 3위 부활

 


★...100 달러 돌파를 눈앞에 둔 국제 유가. 세계 경제에 어두운 그림자를 드리우는 것은 물론 지구촌의 강자와 약자의 구도까지 바꾸어 놓을 정도로 그 위력은 막강하기만 하다. 석유 생산국들이 속속 강자의 대열로 합류하고 있는 것이다. 국제 유가에 얽힌 궁금증을 Q&A 형식으로 풀어본다

▲ 대표적인 3대 원유는?

국제 원유 시장에서는 수백 종류의 원유가 거래된다. 그렇지만 대표적인 원유로 서부 텍사스 중질유(WTI), 두바이유, 브렌트유 3 가지를 꼽는다. 이름은 원유 생산 지명을 딴 것이다. 이들 3 대 원유는 생산량이 많고 가격이 비교적 공정하게 결정되기 때문에 국제 원유 가격 기준으로 삼는다.

미국에서 생산되는 서부 텍사스산 중질유는 미국 안에서만 판매된다. 품질이 좋아 가장 비싸다. 우리 나라가 수입하는 원유의 80 %는 중동산 두바이유다. 따라서 우리는 두바이유 가격에 가장 큰 영향을 받는다. 값은 이 가운데 가장 싸다. 브렌트유는 영국 북해에 있는 유전 이름이다. 이 지역의 새인 흑기러기(brent goose)에서 유래되었다고 한다.

▲ 유가는 왜, 그리고 얼마까지 오를까?


 


★...원유값이 끊임없이 오르는 원인은 공급보다 수요가 많기 때문이다. 중국과 인도의 경제 성장으로 크게 늘어난 소비량을 공급량이 따라가지 못하는 것이다. 그렇다고 생산량을 갑자기 늘리기도 어렵다. 산유국 대부분이 생산 설비를 거의 100 % 가동하고 있기 때문이다.

유가는 올해 초만 해도 배럴당 50 달러 선에 머물렀다. 그러던 것이 9월 80 달러를 넘어 100 달러를 바라볼 만큼 가파르게 올랐다. 그렇다면 앞으로 얼마까지 오를까? 이론상 천장은 없다. 몇 개월 안에 배럴당 120~150 달러로 오를 것이라는 예측부터 ‘석유 거품’이 꺼져 앞으로 5 년 동안 70~75 달러에 머물 것이라는 예상까지 다양하다.

이런 가운데 최근 미국의 월스트리트 저널은 100 달러 시대가 쉽게 오지 않을 것이라는 10 가지 이유를 내놔 눈길을 끌기도 했다. 그 이유로 △세계 각국이 원유를 충분히 비축했고 △석유 매장량도 충분하며 △생산 비용이 아직 낮다는 점 등을 들고 있다. 만일 △달러화가 약세에서 벗어나고 △원유 시장에 흘어들어온 투기 자본이 빠지면 가격이 떨어질 것으로 전망한다.


▲ 고유가는 어떤 영향을 줄까?

 


★...우선 자동차 유지비와 겨울철 난방비를 더 부담해야 한다. 버스나 기차 등 교통 요금, 항공료 택배비도 오를 수 있다. 전기나 난방을 이용한 농산물, 플라스틱과 같은 석유 화학 제품도 인상될 수 밖에 없다. 거의 모든 물가가 오른다고 보면 된다.
그런데, 최근의 유가 급등이 주식 시장에 크게 영향을 끼치지 않는다는 점에서 과거와 크게 다르다. 특히 우리 나라는 국제 유가의 급등에 맞춰 주가도 따라 오르는 현상을 나타내고 있다. 원유 생산국의 구매력이 높아져 중동 지역 수출은 오히려 늘어났다.

▲ 유가가 오를수록 웃는 나라는?

물론 석유를 생산하는 산유국들이다. 가장 눈에 띠는 나라가 러시아다. 1998년 대외 채무를 갚지 못해 경제가 파탄났던 러시아는 유럽 석유 수요의 60 %를 공급하는 덕분에 현재 외환 보유고 3위로 화려하게 부활했다.
석유 수출 세계 5위국인 베네수엘라의 우고 차베스 대통령은 석유 수출로 번 돈을 무상 의료 서비스ㆍ무상 교육에 쏟아붓고 있다. 앙골라는 최근 석유 수출국 기구(OPEC)에 가입하는 등 국제 위상을 높이고 있다.

석유 전량을 수입하는 독일은 고유가로 타격을 받을 것으로 예상됐지만, 러시아와 중동의 산유국에 대한 수출이 크게 늘어 오히려 활황을 누리고 있다.
한편, 고도 경제 성장으로 막대한 에너지가 필요해진 인도나 중국은 고유가로 살얼음판 위를 걷고 있다. 중국이 인플레이션을 잡지 못하면 공산품 값 인상으로 전세계가 타격을 받을 것이라는 예상이 조심스럽게 나오고 있다.

냉전 시대 최고의 무기가 핵무기였다면, 이제는 석유가 무기인 시대에 우리는 살고 있는 셈이다. 배기진 기자


한국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