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차대전 중 버려진 P-38 미군 전투기 발견
2차대전 중 영국 웨일스 해안에 불시착 한 채 버려졌던 미국 공군의 P-38 라이트닝 전투기가 모래에 묻힌 채 거의 온전한 형태로 발견됐다.
이 전투기는 일련 번호와 여타 기록들로 볼 때 현재까지 남아있는 P38기 중 가장 오랜된 것이며 미 제8공군의 전투기로서도 기종을 불문하고 가장 오래된 것이라고 전문가는 밝혔다.
P-38 쌍발 라이트닝 전투기는 1930년대 말에 개발된 것으로 2차대전 중 가장 뛰어난 성능과 신뢰성을 자랑해 미군의 신뢰를 한몸에 받았다.
이 기종은 약 1만대 정도 제작됐으며 현재 32대 정도가 남아있지만 비행할 수 있을 정도로 온전한 것은 10대 정도이다.
전투기는 지난 7월31일 해변을 산책하던 가족이 우연히 발견해 신고했다.
영국 정부는 처음에 이 비행기가 1950년대에 공중 타격 훈련에 사용되던 무인비행기일 것이라고 추정했다.
그러나 현지의 항공기 마니아가 자료를 뒤진 끝에 록히드 사가 제조한 P-38 기종이라는 것을 파악하고 미국의 비영리 단체인 '역사적 항공기 회수를 위한 국제그룹'(TIGHAR)에 알리면서 관심을 끌기 시작했다. 현지 조사를 완료한 TIGHAR의 릭 길레스피 사무국장은 "일어날 수 없는 일이 일어났다"고 말했다.
역사적으로 오래된 항공기 회수는 사람들이 접근하기 힘든 곳에 추락한 항공기이기 마련인 데 이 전투기는 사람들이 흔히 오가는 해변에 불시착한 채 65년이나 발견되지 않았던 것이다.
어떻게 이런일이 가능했을까.
이 전투기는 1941년에 제작된 것으로 1942년 초 영국으로 배치됐으며 주로 네덜란드와 벨기에 해안으로 출격했다.
조종사였던 미 공군 소위 로버트 "프레드" 엘리엇은 1942년 7월27일 이 전투기를 몰고 사격 훈련에 참가했으나 연료 공급에 착오가 있어 가까운 웨일스 해안에 불시착해야 했다.
엘리엇 소위는 당시 얕은 수면을 따라 동체 착륙하면서 기체 날개 끝이 파손됐으나 부상을 당하지는 않았다.
10회 이상 전투 출격을 했던 숙련된 조종사였던 그는 이후 3개월도 채 못돼 북아프리카의 튀니지 상공에서 격추됐으며 시신이 발견되지 않은 채 영원히 사라졌다.
그가 웨일스 해안에 불시착시켰던 전투기는 미군이 장착된 총기만 제거한 채 방치해둔 상태였다.
전쟁 중 웨일스 해안은 민간인 출입 금지 지역이었으며 이후 전투기는 모래 속에 묻혔다. 전시의 보도 통제와 출입 금지 조치로 불시착 전투기가 조용히 모습을 감췄다가 조수 변화로 모래가 걷히면서 나타난 것이다.
전투기의 발견은 항공 종사자들과 관련 박물관,단체 등의 흥미를 끌고 있지만 이들 외에 특별히 놀란 사람이 있다.
엘리엇 소위의 유일한 유족인 조카 로버트 엘리엇(64)은 그와 이름이 같은 삼촌의 생애에 대해 지난 30년 가까이 접근하려 애썼던 사람이다.
그가 이 사건에 대해 알고있는 것은 엘리엇 소위가 "P-38기를 물에 빠뜨렸지만 부상하지는 않았다"는 단 한 줄의 기록이다. 그는 "삼촌이 격추된 1942년부터 1978년까지 우리는 아무것도 모르고 있었으며 이번 발견은 매우 많은 것을 느끼게한다"고 말했다.
TIGHAR는 관심을 보이고있는 영국 박물관들과 합동으로 내년 봄에 이 전투기를 발굴할 예정이다.
미국 공군은 화재로 주요 기록이 소멸된 1961년11월 19일 이전에 잃어버린 항공기에 대해 "공식 폐기 " 기종으로 취급하고있으며 다만 유해가 있을 때만 관심을 보이고있다. (뉴욕 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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