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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 가장 행복한 곳으로의 초대

사오정버섯 2007. 11. 9. 14:06

지구 가장 행복한 곳으로의 초대

 

[매거진 Esc] 전기가 안 들어오고 화산이 폭발해도 웃음을 잃지 않는 남태평양 바누아투 사람들

 

한겨레
 

 

» 에파테섬에서 만난 폴리네시안 아이들.
당신은 지금 행복하십니까? 이 물음에 “네, 그렇습니다!”라고 자신 있게 대답 할 수 있는 사람은 과연 얼마나 될까? 그렇다면 지구상에서 가장 행복한 사람들이 사는 나라는 과연 어디일까? 그곳은 대자연이 아름다운 선진국도 아니고, 기름이 쏟아지는 중동 나라도 아니며, 사회복지가 최고라는 북유럽도 아니다. 그 대답은 아주 뜻밖의 장소에 있다. 행복하냐는 물음에 언제라도 “네”라고 대답하는 행복지수 세계 1위의 나라(2007년 영국 신경제재단 조사)는 이름도 생소한 남태평양의 조그만 섬나라 바누아투(Vanuatu)다.

바다가 무서워 고기를 잡지 않는다?

오스트레일리아에서 북동쪽으로 2000여㎞ 떨어진 바누아투는 인구 20만 명의 멜라네시안과 폴리네시안으로 이뤄진 나라다. 국민소득이 2000달러도 되지 않는 경제적으론 최빈곤 국가에 속한다. 사회 기반시설은 매우 열약하고, 전기가 들어오지 않아 마른나무를 비벼 불을 지피는 곳이 이 첨단사회에 여전히 존재한다. 과연 이러한 환경에서 사는 사람들이 얼마나 행복할까. 언제 터질지 모르는 화산 속에서 행복을 추구하며 살아가는 그들을 만나고 활화산을 탐사하러 먼길을 떠났다.

 

 

» 포트빌라에는 오스트레일리아 자본으로 만들어진 고급 리조트가 즐비하다.
오스트레일리아에서 비행기로 세 시간. 눈이 시릴 정도로 아름다운 코발트빛 푸른바다가 아른거리면 이내 인구 4만의 바누아투 수도 포트빌라에 도착한다. 국제공항은 외진 도시의 시외버스 터미널을 연상시킬 만큼 작고 초라하지만, 전통의상을 입고 전통음악을 연주하며 방문객들을 환영하는 모습은 여행자들의 호기심을 자극하고도 남는다. 비슷한 나라에서 늘 보아 왔던 택시나 여행사, 숙박업소 등의 호객 행위는 없었다. 또한 영국과 프랑스의 공동 통치 아래 있다가 1980년에야 독립한 바누아투는 식민지의 영향으로 영어와 프랑스어가 통용됐다. 행여 생전 듣도 보도 못한 원주민 언어를 사용하게 될까 걱정했던 마음은 이내 사라졌다.

바다와 가파른 산허리를 따라 길게 자리잡은 포트빌라에는 고층건물이 거의 없다. 정원이 아름다운 단아한 주택과 이따금 보이는 루브르식 창문이 달린 프랑스풍의 식민시대 가옥들이 도심의 한가한 모습이다. 고급 리조트와 레스토랑, 요트들이 즐비한 항구를 따라 상업지구와 차이나타운이 있는 시내는 걸어서 20여분이면 대부분을 둘러본다. 주요 명소와 문화센터, 정부기관 빌딩, 시장 등은 중심도로인 리니 하이웨이를 따라 마을과 함께 들어서 있다. 이색적인 것은 거리의 죽은 나무들을 잘라내지 않고 바누아투 양식에 따라 그대로 조각하여 상징적으로 만들어 놓은 것이다.

 

 

» 바누아투에서 가장 큰 재래시장으로 해산물보다는 야채나 육류 고기를 더 많이 판다.
섬나라라 재래시장에는 해산물이 풍부할 것 같지만 의외로 바누아투 사람들은 육식을 즐긴다. 아이러니하게도 섬사람들이 바다를 무서워해 바다로 고기잡이 나가는 것을 꺼린다고 한다. 포트빌라의 마지막은 남태평양의 신비한 바다만큼이나 특별한 일몰을 보여주는 ‘루에 에밀 메르케’ 전망대가 최고의 장소다. 포트빌라가 있는 에파테섬을 둘러보는 데는 사흘 정도면 충분하다. 무엇보다 바누아투 여행의 백미는 다른 곳에 있기 때문이다.


바누아투 여행은 보통 두 갈래로 나누어진다. 바다로 내려갈 것인지 아니면 산으로 올라갈 것인지에 따라 북쪽 섬으로 가느냐 남쪽 섬으로 가느냐를 결정해야 한다. 북쪽의 대표 섬인 에스피리투 산토섬은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최대 격전지 중의 한 곳으로, 세계 다이빙광의 성지와도 같은 곳이다. 시계가 30킬로미터 이상인 앞바다에는 전쟁의 잔해물인 전투기와 군함, 군수물자가 시간이 정지된 바닷속에 고요히 잠들어 있다.

대자연의 경이로운 모습이 보고 싶었던 터라 남부의 화산섬인 탄나로 향했다. 8인승 경비행기를 타고 한 시간을 가면 정말 지구의 끝이 아닐까하는 생각이 들게 하는 매력적인 섬 탄나에 도착한다. 포트빌라보다도 더 낙후된 곳이지만 순박하고 착한 원주민들은 언제나 환한 웃음을 잃지 않았다.

 

 

» 탄나섬의 때묻지 않은 아이들은 외국인을 보면 부끄러워한다.
마치 외계의 혹성에 온 듯한 착각

지프를 타고 울창하게 우거진 열대우림을 지나 활화산인 야수르산으로 들어서면 주위의 황량한 풍경 때문에 마치 외계의 혹성에 있는 듯한 착각이 든다. 야수르산은 붉은 용암이 끓는 화산이 폭발하는 과정을 볼 만한 곳으로, 5분마다 한 차례씩 폭발한다. 하지만 제대로 된 폭발 과정을 지켜보려면 야간 산행을 해야 한다.

현지 안내원을 따라 벌거숭이산으로 올라가면 땅이 울리고 천둥이 치는 듯한 괴성이 울려 퍼진다. 거대한 분화구 속에서 한번 폭발한 용암의 잔해들은 수십미터를 날아올라 사방으로 떨어지는데, 그 크기가 커다란 수박덩이보다도 크다. 정말 운이 지독히도 나쁘다면 엄청난 수박덩이의 공격을 받을 지도 모른다. 실제 몇 해 전에는 일본인 여행자가 용암을 가까이서 보려고 다가섰다가 비운의 주인공이 되기도 했다. 밤하늘을 화려하게 수놓는 불꽃쇼는 극도의 긴장과 감탄으로 바라보는 경이로운 장면이다.

 

 

» 야수르 화산은 지구상에서 용암이 폭발하는 과정을 가장 가까이 지켜보게 되는 곳이다.
모든 여정이 끝날 때쯤 마을에서 알게 된 현지인의 초대로 한밤의 파티에 참여하게 됐다. 플래시 하나 들고 어두운 정글 숲을 따라 깊숙이 들어간 그곳에선 실로 놀라운 장면이 벌어졌다. 그 모습은 마치 애니메이션 <마다가스카>에서 본 숲속의 댄스파티와 같은 장면이었다. 세상에 모든 사람들이 그토록 행복해 보일수가 없다. 남녀노소 가릴 것 없이 주위의 모든 마을 사람들이 모여서 즐거운 그들만의 춤을 추는 모습.

생각해 보면 바누아투를 여행하는 동안 단 한번도 싸우거나 화내거나 심지어 인상을 찌푸리는 사람도 보질 못했다. 이들은 언제 어디서나 늘 웃고 다녔다. 많은 것을 소유하진 않았지만 욕심을 부리지 않고, 현재의 삶에 만족하며 즐겁게 사는 모습이 바누아투를 행복지수 1위의 나라로 만든 비결이리라.

바누아투=글·사진 심태열/ 배낭여행가

 

 

» 야수르 화산의 입구에는 세계에서 단 하나뿐이라는 화산 우체통이 있다.

바누아투 여행쪽지

무비자 30일 체류 가능

 

 

» 바누아투 지도
◎ 한국에서 바누아투로 가는 길은 상당히 멀다. 현재 바누아투로 가는 패키지 상품은 없으며, 직항편도 없다. 주변의 오스트레일리아·뉴질랜드·피지·뉴칼레도니아·솔로몬 제도를 통해 갈 수 있으며, 가장 빠르고 좋은 방법은 오스트레일리아 브리즈번을 통해서 가는 방법이다. 브리즈번에서는 ‘바누아투 항공’(Air Vanuatu)와 ‘퍼시픽 항공’(Air Pacific) 두 항공사가 취항하는데, 플라이트센터(www.flightcentre.com.au)를 통해서 쉽고 저렴하게 구입 가능하다.

시내의 교통수단은 합승 봉고다. 거리와 상관없이 100바투로 동일하다. 특별히 정류장은 따로 없고 길가에서 봉고가 지나갈 때 손을 들면 세워주는데, 대부분 목적지까지 택시처럼 데려다 준다.

◎ 숙소는 대부분 시내 중심에 몰려 있다. 한국인이 운영하는 게스트하우스도 두 군데 있다. 저렴한 숙소는 1500~3000바투 정도, 중급은 3000바투 이상.

◎ 바누아투의 화폐 단위는 바투(Vt)인데, 100바투는 한국 돈으로 1천원 정도로, 1천바투는 1만원 정도로 계산하면 편하다. 1달러(미국)가 109바투. 다른 섬 이동은 대부분 경비행기를 이용하는데, 가축과 함께 타기도 한다. 포트빌라에서 투어를 이용해 다른 섬들을 여행하기도 나쁘지 않다.

◎ 최적의 여행 시기는 4월에서 10월 사이다. 평균기온이 섭씨 23도로 맑고 포근한 날이 계속된다. 한국인은 무비자로 30일 체류가 가능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