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 사진/나무·분재

배롱나무,백일홍[나무백일홍,자미화,紫微花]

사오정버섯 2007. 7. 15. 20:49

배롱나무,백일홍[나무백일홍,자미화,紫微花]

 

자미화(紫微花), 당나라 때 자미성에 많이 심어서 이런 이름이 생겼다 합니다.

 

당나라 시인 백거이를 비롯하여 충신 성삼문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선비들이 사랑한 꽃 나무이기도 합니다.

배롱나무는 대표적인 여름 꽃으로서 붉은색, 분홍색, 보라색 혹은 흰 꽃이 번갈아 가면서 오랫동안 계속 피고 지기 때문에 나무백일홍(百日紅)이라고 합니다.


중국 남부 원산의 소교목으로 높이 5∼6m까지 자라며 관상용으로 화단이나 공원등에 많이 심어져 있습니다.


줄기는 홍갈색으로 매끈하고 벗겨진 자리는 희어 나무 껍질이 전체적으로 얼룩 얼룩 하거나 오래된 나무는 아예 하얗고 매끈합니다.

 

                          한 꽃이 백일동안 피어 있는 게 아닙니다

 

여기 거론하는 백일홍은 정확하게 말하면 '나무백일홍'이다. 백일홍은 '나무백일홍'과 '꽃백일홍' 둘로 나뉘는데, 보통 백일홍이라 하면 '꽃백일홍'을 말한다. 나무백일홍은 '배롱나무'란 이름으로 더 알려졌다.

이 나무백일홍(이후 그냥 '백일홍'이라 함)은 예로부터 사당이나 절, 무덤, 선비의 정원에 많이 심었다고 한다. 그 이유에 대해서는 정확히 언급돼 있지 않지만, 꽃말이나 전설에서 그 의미를 찾을 수 있지 않을까.

백일홍의 꽃말은 '떠나간(혹은 죽은) 님(혹은 친구)에 대한 그리움'이다. 사랑하던 사람이 멀리 떠나면(죽으면) 그의 육신을 없어지나, 그에 대한 그리움은 사라지지 않는다. 그 그리운 안타까움 때문에 백일 동안 붉은 꽃을 피운다는 것이다.

 

전설은 더욱 슬프다. 옛날 한 어촌마을에 행패를 부리는 이무기를 달래기 위해 처녀를 제물로 바쳐야 했는데, 한 장사가 나타나 그 이무기를 해치우고 처녀를 구해준다. 이후 둘은 사랑하게 되고, 장사는 죽은 이무기의 짝을 마저 해치우기 위해 길을 떠난다.

 

그때 장사는 자기가 성공하면 흰 돛을 달고 돌아오겠다고 한다. 백일을 기도하며 기다리던 처녀는 절벽 위에서 장사를 기다렸으나 붉은 돛을 단 배가 나타나자 절망하여 절벽에서 뛰어내려 죽고 말았다. 이무기의 피가 튀어 돛이 붉게 물든 줄 몰랐던 장사는 처녀의 죽음을 알자 크게 슬퍼하였다. 그 후 처녀의 무덤에서는 붉은 꽃이 백일 동안 피었다 한다.

 

그래선지 무덤가에 핀 백일홍은 아름답기보다 '처연(凄然)'하다. 붉은빛이 교태롭다기보다 귀기(鬼氣)가 어려 있다. 매끈하게 빠진 가지조차 고운 육체미보다는 애잔한 아픔을 자아낸다. 하필 한여름에 붉은빛을 토해내는 것도 그래서 폐병 환자가 토해내는 핏빛 같아 더욱 슬프다

.

그리고 백일홍은 한 꽃이 백일 동안 피어 있는 게 아니다. 한 꽃이 지면 다시 다른 꽃이 이어 피기에 보는 이의 눈에는 늘 피어 있는 것처럼 보일 뿐이다. 우리 인생도 이와 같지 않을까. 한 개인으로 보면 꽃의 지고 핌이 행불행의 교차와 같고, 한 사회로 보면 수많은 사건 사고의 부침 속에서도 말없이 역사를 만들어내는 것처럼.

 

누군가의 무덤 앞에 섰다. 바람에 백일홍 붉은 꽃이 가벼이 흔들린다. 고요히 누워 있는 망인(亡人)에게 속삭였다.

 

"당신을 그리워하는 그 누군가의 간절함이 이 꽃처럼 붉게 타오르고 있습니다. 계신 곳에도 언제나 평화가 깃들기를 빕니다"하고.
 
정판수(jps1217) 기자님 글입니다

 

2007.07.15일 사오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