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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인을 울린 사진

사오정버섯 2007. 6. 22. 18:36

                                     세계인을 울린 사진

 

 

[동아일보] “엄마, 엄마, 잠들지 마요. 나를 쳐다 봐.” 알리 샤이타(12) 군이 눈물을 흘리며 엄마에게 매달렸다. 두 손으론 피가 흐르는 엄마의 팔을 꽉 쥔 채로. 알리 군의 얼굴도 눈물과 피로 범벅이다.

 

 

일손이 달린 구급대원이 알리 군에게 엄마의 지혈을 맡긴 뒤로 알리 군은 엄마의 곁을 지키고 있다. “죽을 것 같아.” 눈이 풀려 가는 엄마가 알리 군을 바라보며 희미하게 말했다. 알리 군은 엄마의 얼굴을 손으로 가볍게 두드리며 울었다. “그런 말 하지 마, 엄마.”

 

 

알리군 모자 주변으로 사람들이 여기저기 널브러져 있다. 같은 차를 타고 피란을 가던 일가붙이로 모두 피투성이다.

 

 

흰색 셔츠가 붉게 물든 알리 군의 숙모는 숨이 끊어진 듯 미동도 않는다. 23일 레바논 남부 카프라 지역에서 펼쳐진 비극적인 장면이다.

 

 

레바논 적십자사 차량을 따라다니던 가디언을 비롯한 영국 언론들이 이 현장을 목격했다. 알리 군의 엄마 문타하 샤이타 씨는 이날 아들과 가족, 친척과 함께 피란길에 올랐다. 가족이 살던 마을은 이스라엘 국경에서 불과 8km 떨어진 곳. 전날 이스라엘군은 대피하라는 내용의 전단을 남부 일대에 뿌렸다.

 

마을에 살던 샤이타 씨 일족은 모두 54명. 어렵사리 구한 미니밴 3대에 나눠 타고 23일 오전 피란길에 올랐다. 미니밴을 선택한 게 화근이었다. 이스라엘군은 전단에서 ‘미니밴과 트럭은 헤즈볼라가 로켓을 운송하는 수단이 될 수 있으므로 공격 목표로 삼는다’고 경고했다. 그래도 흰색 깃발을 내걸면 괜찮겠지 하는 마음으로 일행은 북쪽으로 차를 몰았다.

 

그 가운데 가장 뒤처져 있던 샤이타 씨의 차량에 헬기에서 쏜 것으로 추정되는 로켓이 명중한 것. 집에서 불과 14km 떨어진 지점이었다. 맨 뒷자리에 앉아 있던 알리 군의 할머니 등 3명이 즉사했다. 적십자 구급대원은 추가 공격이 염려돼 시신을 수습하지도 못했다. 알리 군의 삼촌 무스바 씨는 병원에서 취재진에 “그들이 떠나라고 해서 떠났다. 그들이 시키는 대로 흰색 깃발을 내걸었다. 무엇을 더 해야 하는가”라며 울분을 토했다.

 

이날 도로에서 이스라엘군의 공격을 받은 것은 샤이타 씨 가족뿐만 아니다. 적십자에 따르면 10여 대의 민간인 차량이 공격을 받았다. 이스라엘군은 심지어 적십자의 구급차 쪽으로도 포탄을 날렸다. 레바논 사진작가 한 명은 차를 타고 가다 옆에서 터진 포탄 파편에 맞아 목숨을 잃었다.

 

                  

 

                               지금은 두분다 무사히 잘 지낸답니다 -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