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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로덴드론 셀로움(Philodendron selloum)

사오정버섯 2007. 5. 8. 20:53

필로덴드론 셀로움(Philodendron selloum)

학명 : 필로덴드론 셀로움-Philodendron selloum C. Koch

영명 : Lacy Tree Philodendron

원산지 : 브라질, 파라과이

특성 : 줄기 마디는 짧고 잎은 줄기 윗부분에서 돌려나며, 줄기의 지름은 10cm 이상 된다. 잎자루는 녹색이 나고 날개가 있다. 잎의 색은 진녹색이고 광택이 난다. 밤에 개화한다.

스스로 온도를 조절하는 식물이라고 한다.

 

 

 

 

 

 

 

 

 

 

 

재배 및 관리법

 

온도 : 2도 에서 월동, 16~30도 사이에서 잘 자란다.

햇빛 : 반그늘에서 재배하며, 봄이나 가을에는 직사 광선을 피하는 것이 좋다. 
관수 : 배수가 잘 되는 배양토에서 보통으로 관수 관리한다.

습도 : 공중 습도는 다습하게 관리한다

 

[열을 내는 식물의 종류]

1. ‘칼라’(토란의 일종, 천남성과의 다년생 초본)

2. 토란과 비슷한 필로덴드론 셀로움(Philodendron selloum)

3. 아마존 수련

4. 열대과일인 ‘포포’의 꽃

5. 소철의 수술 등

 

[열을 내면서 꽃의 체온까지 조절하는 식물]

1.  필로덴드론 셀로움

2.  천남성과의 ‘앉은부채’(Symplocarpus foetidus)

3. 수련과의 연꽃(Nelumbo nucifera)

 

[발열식물]

1972년 봄 플리로다 시월드(Sea World)에 근무하는 대니얼 오델은 이상한 식물을 발견했다. 그 꽃은 남자의 성기처럼 생겼으며, 길이는 23cm 정도 됐다. 그날 밤 오델은 동물생리학자들과 저녁식사를 하면서 우연히 발견한 그 꽃을 공개했는데, 갑자기 동물생리학자들의 눈이 동그래졌다. 왜냐하면 꽃의 온도가 사람의 체온보다 높았기 때문이다. 마치 온혈동물처럼.

그 꽃은 기온이 떨어지는 밤이 돼도 따뜻한 체온을 유지하고 있었다. 생물진화의 꼭대기에 있는 온혈동물보다도 높은 온도를 유지하기 위해선 스스로 열을 내야 한다. 조사해 본 결과 그 꽃은 동물 가운데에서 체중 당 발열량이 가장 많은 새나 곤충에 버금갈 만큼의 많은 열을 내고, 조류나 포유류처럼 체온조절기능도 가지고 있었다. 그러니 식물학자가 아닌 동물생리학자에게도 당연히 구미가 당길 수밖에 없었다.

식물이 열을 낸다는 사실이 처음 알려진 것은 1778년. 프랑스의 박물학자 라마르크가 유럽산 ‘칼라’(토란의 일종, 천남성과의 다년생 초본)가 꽃을 피울 때 열을 낸다는 것을 보고한 적이 있었다. 그러나 이 보고서는 2백년 동안 까맣게 잊혀진 상태였다.

오델이 발견한 필로덴드론 셀로움(Philodendron selloum)은 토란과 비슷한 식물이다.
그후 과학자들은 아마존 수련, 열대과일인 ‘포포’의 꽃, 소철의 수술 등 열을 내는 여러가지 식물들을 발견했다. 그러나 열을 내면서 꽃의 체온까지 조절하는 식물은 3가지 밖에 없다. 필로덴드론 셀로움, 천남성과의 ‘앉은부채’(Symplocarpus foetidus), 그리고 수련과의 연꽃(Nelumbo nucifera)으로 모두 습한 곳에서 자라는 식물이다.

학자들은 필로덴드론 셀로움 꽃의 온도를 여러 기온상태에서 재봤다. 기온이 4℃일 때 꽃의 온도는 38℃였고, 기온이 39℃일 때는 46℃였다. 기온과 꽃의 온도 차이가 각각 34℃, 7℃였다는 것은 필로덴드론이 열만 내는 것이 아니라 항온동물인 조류나 포유류처럼 스스로 온도를 조절한다는 것을 뜻한다.

필로덴드론 셀로움이 꽃의 온도를 조절한다고 보고된 후 아이오아주 루터대학에 있는 누트슨 교수는 천남성과의 앉은부채의 꽃도 영하의 날씨가 계속되는 동안 15-22℃의 온도를 유지한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앉은부채가 주변에 있는 눈을 녹인다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 또 오스트레일리아 아델레이드대학의 폴 슐츠모텔 교수와 로저 세이모 교수는 기온이 10℃ 이하로 떨어지는 여름 연꽃의 온도는 32℃를 유지한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조류나 포유류는 세포 내에서 생화학반응이 효율적으로 이뤄지도록 체온을 조절한다. 특히 조류는 날아가는데 필요한 대량의 에너지를 얻기 위해 40℃에 가까온 고온을 유지한다. 그런데 동물과 달리 움직이지 않는 식물의 꽃이 어떤 메커니즘을 통해 체온을 유지하는 것일까
많은 과학자들은 토란과 같은 천남성과 식물들이 열을 발생하는 것은 수분을 위해 곤충을 끌어들이기 위해서라고 생각했다. 한국식물원협회 이사인 오병훈씨도 같은 생각이었다.

“토란이나 앉은 부채와 같은 천남성과 식물들은 주로 밤에 꽃을 피우며 야행성 곤충에 의해 꽃가루가 옮겨진다. 흔히 낮에 활동하는 곤충들은 태양빛을 이용해 몸을 데운 다음 활동한다. 그러나 야행성 곤충들은 태양빛을 이용할 수 없기 때문에 자연히 따뜻한 곳을 찾기 마련이다. 그래서 꽃을 받치고 있는 잎을 열었다 닫았다 하며 꽃 속의 온도를 일정하게 유지하는 일부 천남성과 식물들은 야행성 곤충들에게 더없는 보금자리가 아닐 수 없다. 특히 이른 봄에 꽃을 피우는 천남성과 식물과, 성충으로 겨울을 나는 딱정벌레와 같은 갑충류는 좋은 파트너가 된다.”

독일 울름대학의 고츠베르거 교수가 연구한 결과도 이와 일치한다. 앞서 오델이 남자 성기처럼 생겼다고 묘사한 필로덴드론 셀로움의 꽃은 사실 꽃이 아니고 꽃이 모여 있는 꽃차례(花序)이다. 꽃차례는 수꽃(위), 꽃가루를 날라줄 곤충에게 제공할 영양분(중간), 그리고 암꽃(아래)으로 이뤄져 있다. 그런데 꽃차례가 열을 내는 기간은 수꽃과 암꽃이 수분가능한 18-24시간과 일치한다. 결국 필로덴드론 셀로움은 이 기간에 딱정벌레가 들어와 편하게 지낼 수 있는 따뜻한 환경과 영양분을 공급하는 셈이다. 수정이 이뤄진 다음에는 꽃차례가 식고, 꽃차례를 둘러싼 잎도 닫힌다.

그러나 연꽃은 상황이 조금 다르다. 연꽃은 수분이 필요한 시기보다 앞서 데워졌다가 식는다. 또 갑충류에 의해 수분이 이뤄지지도 않는다. 연꽃은 발열을 멈추고 꽃이 식은 다음 갑충류가 아닌 다른 곤충에 의해 수분이 이뤄진다. 연꽃의 예처럼 식물이 온도조절을 하는 까닭은 번식기관인 꽃이 정상적으로 발육하도록 돕기 위한 것이라는 설명도 있다

 

과학자들은 특정 식물의 꽃이 왜 체온조절을 하는지를 정확히 밝히지 못한 채, 온도조절 메커니즘을 연구하기 시작했다. 처음에 필로덴드론 셀로움을 발견했던 동물생리학자들에겐 식물의 생태보다 온도조절 메커니즘이 더 흥미로웠을지 모른다.

동물의 경우 체온조절 메커니즘은 매우 복잡하다. 피부에 온도를 측정하는 센서가 있고, 각 센서에서 측정한 온도를 신경계를 통해 모아 종합적인 판단을 내린 다음, 몸의 여러 기관을 움직여 체온을 유지한다. 기온이 떨어지면 신경계는 열의 방출을 막기 위해 먼저 털이나 깃털을 세운다. 그러한 단열장치만으로 견디기 힘들 만큼 온도가 더 내려가면 발열량을 높여 체온을 유지한다. 일반적으로 동물은 ATP를 소비해 근육을 움직여 체온을 높인다. 이때 호흡속도와 혈액순환속도는 빨라질 수밖에 없다.

하지만 식물에게는 털이나 깃털과 같은 단열장치가 없다. 또 신경계, 뇌, 근육, 폐, 피 등도 없다. 그렇다면 어떻게 필로덴드론 셀로움의 꽃은 적당한 온도를 유지할 수 있을까.

과학자들은 열을 내는 식물의 산소 소비량을 측정해 보았다. 산소 소비량은 발열량과 상관관계를 가지고 있는데, 동물의 경우 1mL의 산소를 소비했을 때 20줄(J)의 열을 낸다. 따라서 산소 소비의 속도를 측정하면 단위 시간당 열량(W)을 알 수 있다.

필로덴드론 셀로움의 산소 소비속도를 측정해 발열량을 계산한 결과 꽃가루를 옮겨주는 곤충에게 영양분을 공급하는 곳에서 가장 많은 열을 내고, 수꽃과 암꽃은 그다지 열을 내지 않는다는 것을 알아냈다. 즉 곤충에게 영양분을 공급하는 곳에 온도를 조절하는 기관이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 사실은 이곳을 절단하면 온도를 조절하지 못한다는 실험결과로 다시 확인됐다. 온도를 조절하는 기관은 어느 온도까지는 온도가 올라감에 따라 발열량을 증가시키지만, 기준치를 넘어서면 급격하게 발열량을 줄인다. 또 낮에는 발열을 억제하고 기온이 떨어지는 밤에 다시 발열을 시작한다.

이처럼 식물이 온도를 조절할 수 있는 메커니즘은 온도가 올라가면 생체반응을 줄이기 때문인지, 산소반응을 직접 막는 까닭인지, 산소반응을 막기 위해 산소가 드나드는 막(膜)을 변화시키는 것인지 아직 밝혀지지 않고 있다.

그러나 필로덴드론 셀로움 꽃의 경우 다른 식물과 달리 탄수화물과 지방을 이용해 열을 발생시킨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전자현미경으로 확인한 결과 꽃의 조직에는 기름덩어리와 다량의 미토콘드리아가 있었다. 특히 포유류에서나 볼 수 있는 갈색지방(brown fat)과 비슷한 조직이 보였다. 식물과 동물은 대개 영양물질로부터 얻은 에너지를 ATP로 보관한다. 그러나 필로덴드론 셀로움의 특수조직(갈색지방과 비슷한 곳)에서는 ATP를 이용하지 않고 영양물질과 산소를 직접 소비해 열을 내고 있었다.

발열식물을 동물과 비교해 보면 더욱 재미있다. 1백25g의 필로덴드론 셀로움의 꽃은 10℃ 환경에서 9W의 열을 내 40℃의 온도를 유지한다. 이 열량은 똑같은 환경에서 3kg의 고양이가 내는 열량과 비슷하다. 1백25g의 쥐는 2W의 열량 밖에 내지 못하지만 단열효과를 지닌 털을 가지고 있어 열의 손실을 막고 있다. 이때 절약한 에너지는 다른 활동에 쓰인다.

단위 무게당 발열량을 비교하면 필로덴드론 셀로움 꽃은 g당 0.16W, 조류나 곤충은 g당 0.2-0.7W의 열을 낸다. 필로덴드론 셀로움은 거의 조류나 곤충에 가까운 열을 내고 있는 셈이다. 식물 중에서 가장 많은 열을 내는 천남성과의 한 식물(Arum maculatum)은 g당 0.4W를 낸다.

필로덴드론 셀로움은 높은 열을 내기 위해 어떻게 산소를 확보하는 것일까. 물론 이 식물에는 동물과 같은 폐, 순환계, 호흡이나 순환을 촉진하는 호르몬이 없다. 꽃은 공기의 21%를 이루고 있는 산소를 확산에 의해 흡수하고 있다. 그런데 꽃은 지극히 산소 농도가 낮기 때문에 바깥의 산소농도가 17% 이하로 떨어지지 않는 한 산소흡수는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또 실험에 따르면 발열량이 최대일 때에도 바깥 산소농도는 이보다 높았다.

필로덴드론 셀로움과 같은 발열식물은 아직 호기심 수준에서 연구되고 있다. 하지만 과학자들은 이러한 식물들이 동물과 식물의 차이와 공통점을 이해하는데 중요한 단서를 제공할 것이라고 본다.

 

2006.08.15 식물원에서~사오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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