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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퀴벌레의 마력

사오정버섯 2007. 3. 11. 22:06

바퀴벌레의 마력

 


바퀴를 흔히 ‘바퀴벌레’라고도 한다. 영어로는 ‘cockroach’라 하고,

그냥 ‘roach’해도 곤충 중에서 메뚜기목에 속하는 바퀴를 의미한다.

이 무리와 가장 가까운 곤충은 사마귀(버마재비)들이다.

바퀴벌레는 약 4억년 전 고생대(古生代)의 석탄기에 가장 번성했던 것으로 여태 멸종되지 않고 살아남아온 끈질긴 동물이다.

그래서 이런 생물을 ‘살아있는 화석’ 즉 생화석(生化石, living fossil)이라고 하니 은행나무도 그런 축에 든다.

바퀴벌레하면 벌써 오만상을 찌푸리게 되고 소름까지 끼친다.

몰래 음식을 먹어치우고 거기다 똥을 싸고, 게다가 이질균이나 장티푸스균 등 병균을 발에 묻혀 옮기니 똥파리 같은 놈이다.

그래서 퇴치의 대상이 되어버리고 말았다. 바퀴 잡겠다고

‘바퀴119’가 뿌린 살충제가 과연 얼마나 될까?

똥파리를 다 잡을 수 없듯이 바퀴 또한 못 다 잡는다.

헛수고 하지 말고 그들과 더불어 같이 살면 농약이나마 덜 둘러 쓸 것인데….

 

 

4억년 전부터 지구상에 존재

 

녀석들의 원래 고향은 열대지방인데, 아열대지방을 지나서 온대지방인 우리에게까지 달려온 것이다.

한대지방을 제외하곤 어디에나 사는, 다시 말해서 세계 공통종이 되고 말았다.

바퀴는 세계적으로 3500여종이나 되며 그 중 사람이 사는 인가(人家)에 침입하는 것은 30여종에 지나지 않는다고 한다.

우리나라에 사는 바퀴벌레는 ‘바퀴(Blatella germanica)’와 ‘이질바퀴(Periplaneta americana)’가 주종을 이룬다.

전자는 크기가 1.5㎝ 정도로 작은 놈으로 ‘독일바퀴’(학명을 잘 보시라!)라

부르기도 한다. 반면에 후자는 몸길이가 4㎝에 달하는 아주 큰 매미만한 놈으로 미국에서 왔다.

어느 나라고 바퀴가 살지 않는 곳이 없다.

같은 종이라도 열대, 아열대 지방에 사는 놈이 덩치가 더 크다.

(변온동물은 모두 열대지방으로 갈수록 커짐) 일전에 시사주간지 ‘타임’을 보니 캄보디아 여행을 하면 ‘기름에 튀긴 바퀴와 매미’를 먹을 수 있다고 소개하고 있었다. 구미(口味)를 확 돌게 하는 기사였다.

바퀴 퇴치법이 있다?! 남자의 정력에, 또 여자의 미용에다 허리 아픈 데 좋다는 소문만 내면 되는데…. 보이는 족족 잡아먹을 터이니, 살충제 남용도 예방하고. 바퀴는 잡식성에다 야행성으로 번식력도 뛰어나다.

한 배에 40여개의 알을 낳아 주머니에 집어넣어 마루 틈 사이에 끼워넣기도 하지만, 알이 부화될 때까지 암놈이 배에 꿰차고 다니는 놈도 있다고 한다.

알에서 깬 바퀴 새끼는 날개만 없을 뿐 어미를 그대로 빼닮았다.

나비의 알에서 어미와 완전히 다른 애벌레가 나오는 완전변태와는 다른 발생을 한다. 즉 바퀴는 메뚜기 풀무치처럼 직접발생(直接發生)을 한다.

바퀴는 긴 더듬이를 한 쌍 가지고 있다.

뿐만 아니라 꼬리에도 한 쌍의 뾰족하고 긴 ‘꼬리더듬이’ 즉 미각(尾角)이 있다. 바퀴가 무슨 요술을 가졌기에 그리도 도망을 잘 치는 것일까.

여기 미각에는 220개의 부드러운 털이 나있고 이것이 미세한 기압(氣壓)의 차(바람기)에도 아주 민감하다고 한다.

가위로 미각을 잘라버렸더니만 바퀴가 두꺼비를 피해 도망가는 비율이 7%(자르지 않았을 때는 55%)로 뚝 떨어지더라고 한다.

리고 유리판을 중심으로 한쪽에 바퀴를, 다른쪽에 두꺼비를 넣어보았다.

두꺼비가 먹이를 잡겠다고 유리판에 머리를 쾅쾅 치는데도

바퀴는 꿈쩍도 않았다. 결국 바퀴가 천적을 피하는 것은

시각, 청각, 후각이 아닌 바람(기류)의인 것을 알았다.

채로 내려칠 때 이미 느껴오는 적은 공기압의 변화도 꼬리더듬이가 느끼고 잽싸게 도망친다. 머리, 꼬리더듬이를 가진 곤충은 바퀴뿐이더라!

그래서 생화석이 되도록 억세게 살아있는 것이리라.

강원대학교 생명과학부 교수(okkwon@kangwon.ac.kr)

출처 : 주간조선 권오길의 자연이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