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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론치노 Allegory with Venus and Cupid

사오정버섯 2007. 2. 28. 20:48

브론치노 : Allegory with Venus and Cupi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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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 설(猥褻)을 밝히는 시간의 알레고리

이 그림은 메디치가(家)의 후손으로서 토스카나 공국(公國)의 영주(領主)로 실권을 장악했던 코지모 1세의 주문에 의해 제작된 후, 프랑스의 국왕 프랑스와 1세에게 보내졌다. 당대의 미술사학자이자 코지모 공작의 미술 고문(顧問)이었던 바자리는 이미 반출된 브론지노의 그림을 회상하며 그 작품의 주제와 의미를 기록해 놓았는데 부분적인 오해가 있었다. 그러나 상당 부분이 당시의 도상해석학적 정보를 제공해 주었고, 파노브스키는 바자리의 결점을 보완했다. 여기서는 그의 해석을 참고했다.

큐피드와 비너스

'큐피드와 비너스의 포옹' 이라는 관례적인 주제를 그렸을때, 포옹하는 행위의 주체는 비너스인 경우가 일반이다. 그러나 여기서는 그 역할이 바뀌어 큐피드가 비너스를 포옹하고 있다 게다가 큐피드는 비너스의 머리를 끌어안고 성년의 나이와 몸짓으로 그녀의 가슴을 더듬는 반면, 비너스는 혀를 내밀어 큐피드의 입술을 애 무하며 희열한다.

한마디로 어머니와 유아(幼兒)사이의 순결한 포옹이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이것은 분명 모자(母子)사이의 외설적인 성 애(性 愛)장면으로 여겨지는데, 이와 같은 추측은 큐피드 주변을 장식한 도금양과 멧비둘기, 향수병, 방석에 의해서 더욱 강해진다.

도금양과 향수병은 사랑의 고전적 상징물이며, 비둘기 한 쌍이 부리를 서로 비비는 장면 역시 애정을 상징하고, 특히 방석 위에 무릎을 꿇고 있는 자세는 음 란과 나태를 상징한다.

비너스는 금사과와 금촉의 화살을 들고 있는데 그 금사과는 가장 아름다운 여신만이 지닐 수 있는 유일한 사과이다. 비너스는 큐피드에게 이 '매혹' 의 상징인 사과를 내보이지만 다른 손에 쥔 화살은 그에게 보이지 않도록 머리 위에 몰래 숨겼는데, 이는 '달콤하지만 위험한 것' 을 의미한다.

질투와 쾌락

큐피드와 비너스의 왼쪽에 한 노파가 자기 머리를 광란적으로 쥐어뜯고 있다. 젊은 모습으로 되돌아 갈 수 없는 추하고 늙은 육체는 관능적 쾌 락을 즐기는 그들의 꼴을 보아 넘기기에 너무 힘든 모양이다. 바자리는 그녀를 '질투'라고 명명했는데, 이는 '욕 망'과 '절 망'이 결합되는 심리적 순간을 적절히 포착했다. 신경질적으로 머리를 쥐어뜯는 모습은 고대 비극에서 사용했던 가면과 뒤러의 판화 [절망]을 연상시킨다.

이들이 육 체 적 쾌 락을 즐기고 있음을 알려주는 인물은 어린 푸토(putto)로서, 그들에게 장미꽃을 던지려 한다. 익살스럽게 활짝 웃는 이 어린 아이는 '쾌락'의 화신(化身)이다.

장미꽃은 비너스의 꽃으로서 관능적 아름다움의 매력을 나타내지만, 꽃과 풀은 결국 시들어 버릴 '덧없는' 세상의 '허무'를 뜻하는 것이기도 하다. 그래서 이 즐거움은 육 체 적이고 세속적인 허망한 즐거움이다. 꽃은 또한 씨앗의 신호이기 때문에 곧 열매를 얻을 수 있다는 희망의 기쁨을 의미한다.

그의 왼쪽 발목에는 작은 방울들을 꿰어 찼는데, 이러한 장신구 묘사는 고전 고대의 미술에서 흔히 발견되며 특히 헬레니즘기(期)에서 많이 볼 수 있다. 방울종이나 그 밖의 패물로 장식된 이러한 고리는 일종의 부적용으로 착용했고, 특히 어릿광대나 익살꾼, 무용수, 상류층의 화류계 여인들이 사용했다 . 따라서 바자리가 부른 '쾌락' 과 '익살꾼' 의 명칭은 적절했다.
익살스러운 '쾌 락' 은 '질투'의 형상과 대조적이다.

기만과 허위

가면 그 자체는 본래 세숙적인 쾌락이나 불성실, 위선, 모방(미술, 연극) 등을 상징했다.
그러나 여기에서는 두 개의 가면이 짝을 이루어 특별한 의미를 나타내는데, 젊은 여인과 혐오스러운 노인의 가면은 퇴 폐 적 인 정 욕을 의미한다.

악의에 찬 이 노인은 '질투'의 노파와 비교할 만하다. 특히 젊은 여인(매혹)과 악의에 찬 늙은이(혐오)의 이중적 결합은 허위를 상징하는데, 이 가면은 의심할 것없이 '녹색 치마의 소녀' 로 불리는 -혹은 하르피 Harpie(어린이를 유괴하는 괴물로 얼굴은 여자이고 몸은 새)로 표현된-귀여운 소녀의 부속물이다.

바자리는 그를 '기만'이라고 했다. 16세기의 도상 해석학자들은 '은폐(Inganno)' '위선자(Hippocrisia)' ,특히 '기만(Fraude)'의 이름 아래 '거짓된 위선' 의 특징을 주석했는데, 그들의 권위자 세자르 리파(Cesare Ripa)에 따르면, 히포크리지아는 늑대의 발을 갖고 있으며 몸의 반은 옷 속에 감춰져 있다.

은폐(Inganno)는여인의 용모를 취하는데, 그녀는 아름다운 가면 뒤에 흉악한 얼굴을 숨기고 물과 불을 번갈아 가며 제공한다. '기만'은 두 개의 머리를 부여 받았는데 하나는 젊고 하나는 늙었으며, 오른손은 두 개의 심장을 들었고 왼손은 한 개의 가면을 갖고 있다.

용의 꼬리를 하고  있으며, 사람의 발 대신에 그리퐁(그리스 신화, 독수리 발톱을 지닌 사자)의 발톱을 하고 있다.

귀엽게 생긴 '기만' 은 첫 눈에 보기에는 실제로 '녹색 치마의 소녀' 처럼 보인다. 그러나 치마 밑의 몸통은 비늘로 덮였고 사자 발톱과 뱀의 꼬리를 가졌다. 한손으로는 꿀집을 제공하면서 다른 손에는 독초(혹은 독충)의 가시를 숨겼다.

여기에 우리를 속이는 교묘한 전략이 있는데, 꿀집을 들고 있는 오른팔의 손은 실제로 왼손이며, 왼팔에는 오른손이 붙어있다:달콤한 꿀을 제공하는 손을 '선한' 것처럼 믿게 하지만 사실은 '악한' 손(왼손)이고, '악한' 것으로 믿어지는 독을 숨긴 손은 사실상 '선한' 손(오른손)이다.

시간과 진리

이와 같은 퇴 폐 적 사랑과 육체의 아름다움, 헛된 쾌 락과 질투, 교묘한 기만과 허위의 장막을 시간과 진리에의해서 모두 드러난다. 시간은 모든 것을 드러내고 진실을 밝힌다.

시간(크로노스)의 모습은 언제나 노인으로 묘사되는데, 그는 큰 낫이나 모래시계를 지니고 있으며 날개를 달았다. 가끔 폐허된 곳에 등장하기도 하는데 아마 시간은 모든 것을 파괴하기 때문일 것이다. 그 시간(노인)이 팔을 뻗어 미지의 장막을 걷어내고, 진리의 여신은 그를 돕는다.

진리는 시간의 딸로서 언제나 젊은 여인의 모습을 한다. 그러나 그녀의 얼굴은 항상 오른쪽이 보이도록 그려진다. 그녀의 얼굴은 오른편만 지니고 있고, 그것을 보기 위해서는 오른편(정의 쪽)에서 바라봐야 하기때문이다.

매너리즘과 육체

매너리즘의 기원은 미켈란젤로의  '표현적인 데포르마시옹(왜곡)'에서 출발하여 여성 누드에 우아미를 가미시킨 것으로서, 이 작품에서 보는 비너스의 Z자형 자세는 피렌체 대성당에 이있는 [피에타]의 예수상(像) 포즈에서 유래된 것이다. 매너리즘의 발전은 초기에 프랑스로 번져 폰텐느블로파(派)를 형성하자마자 그토록 무성히 번창했다는 사실은 프랑스 미술에 잠재하는 고딕적(가늘고 긴) 특성에 부분적인 이유를 두고 있지만, 프랑스는 중세 때부터 멋(Chic)의 중심지였었다는 사실에도 기인한다.

매너리즘의 여신은 유행복장(모드)으로 그림에 등장하는 영원한 여성상이기도 했는데, 그들의 인체미는 대체로 부자연스럽게 긴 사지와 가느다란 동체, 우아한 자태, 정당한 일을 하기엔 너무나 섬세한 손과 발, 단 하나의 사상을 품기에도 너무나 작은 머리를 지녔던 것이다.
(케네드 클라크, <누드의 미술사>,1993, p174~177.-부분인용)


*브론지노(Bronzino, 1503~1572)
이탈리아의 대표적인 매너리즘 화가, 피렌체 출신으로서 폰토르모(Pontoromo)에게 사사 받은후, 궁정 화가로 활약, 코지모 1세를 비롯해서 많은 귀족들의 호화로운 초상화를 제작했는데, 이는 훗날 앵그르에 이르기까지 궁정 미술의 한 전통적 선례가 되었다.

그는 위대한 선배 화가들의 형식과 장점을 도입, 단순한 모방을 넘어 독자적인 화풍을 이룩했고, 초상화와 종교화, 우의화 등을 남겼다. 원근법과 공간 구성의 원리를 무시하고 평면적이고 장식적인 화면 배치를 시도했다.

-윤익영,<도상해석고 조형분석>,1998,재원

Agnolo Bronzino, Allegory with Venus and Cupi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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