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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그림 5초 후가 궁금하다!/코플리 John Singleton Copley

사오정버섯 2007. 2. 28. 20:38

이 그림 5초 후가 궁금하다!

출처: Moon의 미술관 속 비밀도서관 (http://blog.daum.net/isis177/77679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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왓슨과 상어 Watson and the Shark (1778)
코플리 John Singleton Copley (1738-1815) 작
캔버스에 유채, 182 x 230 cm
국립미술관, 워싱턴 DC

이 그림 “왓슨과 상어”를 처음 본 건 어렸을 때 백과사전에서였습니다. 정말 무시무시하면서도 다음 장면이 어떨지 무지무지 궁금해지는…그야말로 스릴과 서스펜스가 넘치는 그림이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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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왓슨”이라는 구체적인 이름이 그림 제목에 있는 것으로 봐서, 바탕이 된 실화나 소설 같은 게 있을 것이고, 그러면 결말도 있을 텐데... 그 결말이 정말 궁금했지만 알 길이 없었습니다. 백과사전에서는 그냥 미국미술사의 대표작으로 소개된 것 뿐이고 그 이상의 설명이 없었거든요. 그래서 그림을 나름대로 연구한 끝에 이런 결말을 추정했지요. 사람들이 남자를 끌어올리기 전에 상어가 저 남자의 머리를 덥석 물었을 것이다. 그 순간 상어에게 작살이 꽂혔을 것이다. 그래서 남자와 상어는 둘 다 죽었을 것이다…라는 매우 처절한 결말이었습니다. ^^;

 

    어쨌든 결말 말고도 많은 것이 궁금한 그림이었죠. 물에 빠진 남자는 보트에서 미끄러진 건지, 그런데 왜 다른 사람들과 달리 옷을 죄다 벗고 있고 유달리 하얀 것인지, 이 보트에 탄 사람들은 원래 상어사냥을 하고 있었던 것인지 (작살이 있는 걸로 봐서)… 등등

 

    그 후 한동안 이 그림과 그 애타는 궁금증도 잊고 있었는데, 얼마 전에 인터넷에서 “5초 후가 궁금한 사진”이라는 제목으로 재미있는 사진들이 도는 것을 보았습니다. 물론 대부분 합성 같았지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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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이 사진들을 보니 “왓슨과 상어” 그림이 다시 생각나는 겁니다! 이거야말로 정말 5초 후가 궁금한 그림이었으니까요. 그래서 이 그림에 대한 정보를 찾아보다가 이 그림이 소장된 미국 워싱턴 국립미술관의 웹사이트에서 결국 그 결말에 대해 알게 되었습니다! 이 그림은 실화를 바탕으로 한 것이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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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결국 어떻게 되었느냐고요? 이 그림을 코플리에게 의뢰한 사람이 바로 왓슨이라고 합니다. 즉 소년은 살아났던 것이지요! 그는 구조되어 석 달간 치료를 받았고, 비록 한 다리를 잃긴 했지만 건강을 되찾았습니다. 그는 후에 상인으로서 성공했고 정치에 입문해서 런던 시장까지 지냈다고 해요. 그의 정적들은 그를 비난할 때 상어가 왓슨의 다리뿐 아니라 머리를 물어뜯어서 나무 의족과 더불어 나무머리를 얹고 있었으면 그의 진짜 머리보다 더 나았을 거라고 했다고 하네요. 요즘에 그런 식의 인신공격을 했다간 당장 매장되었을 텐데 말이죠. ^^ 그러나 왓슨은 그런 공격에 끄떡하지 않았고, 오히려 죽을 뻔한 위기와 한쪽 다리를 잃은 역경을 이겨낸 것을 매우 자랑스럽게 여겼다고 합니다. 그림을 의뢰한 것을 보아도 알 수 있죠. 이 무시무시한 그림에 이런 인간 승리의 뒷이야기가 있을 줄이야… ^^

 

    코플리는 이 그림을 런던 로열 아카데미에 전시해서 비로소 영국에서 인정을 받았다고 합니다. 그전에는 영국의 식민지였던 미국 출신의 이 화가를 본토에서는 알아주지 않았었지요. 미국은 그 당시 서구 미술의 변방에 불과했습니다. 하지만 미국 출신의 코플리는 영국 낭만주의 미술에 큰 영향을 미쳤지요. “왓슨과 상어”를 보면 이 그림이 유럽 낭만주의 미술의 창시자인 제리코 Jean Louis André Théodore Géricault (1791-1822)의 “메두사 호의 뗏목” 과 그 잔혹함의 미학, 격렬함 등에서 유사성이 있음을 알 수 있는데, 코플리가 훨씬 연대가 앞서니까요.

 

    이처럼 5초 후 상황이 궁금해지는 그림 “왓슨과 상어”는 그 뒷이야기뿐만 아니라 미술사적인 위치 등에서도 주목할 만한 작품이지요...

 

P.S.

 

1. 그런데 왓슨을 공격한 상어의 운명에 대해서는 어디서도 찾아볼 수가 없습니다. 왓슨이 구조되었을 때 상어는 죽임을 당한 건지, 아니면 그냥 달아난 것인지...

2. 스필버그의 영화 "죠스"는 혹시 이 그림의 영향을 받진 않았을까요? 아님 말고...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