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작더미, 다시 아궁이 속으로 갈 수 있을까
★...제주도 동남쪽에 있는 마을인 표선을 찾았다. 이곳에는 그 옛날 한가위의 추억속에 묻혀 있는 흔적이 여전히 남아 있다. 부엌 아궁이를 시뻘겋게 달굴 마른 장작이 '올레'(가옥진입로를 뜻하는 제주말) 모퉁이를 지키고 있었다. 아버지가 팔뚝을 걷어붙이고 장작을 패던 모습이 눈에 선하다.
"떡과 고기를 삶으려면 이 정도는 패놓아야 해."
정말 이렇게 많이 필요했을까? 꼭 그런 것만은 아니었을 것이다. 명절때 쓰는 것인만큼 '넉넉하게' 준비하고 싶은 마음 때문이리라
▲...어머니와 누이들의 체온이 남아있는 물허벅
★...마당에는 물허벅이 추억속에 잠겨 있다. 70년대까지만 하더라도 섬마을인 제주에는 수도가 거의 없어 샘물에서 물을 길어다 식수를 해결했다. 그 몫은 언제나 어머니와 누나들의 차지였다. 명절 음식을 차릴 때면 일찌감치 물동이에 물을 가득 채워놓았다. 떡과 음식을 만드는 동안 물허벅 지고 동구밖까지 물길러 갔다 올 수는 없는 노릇이다
▲...추억속에 묻혀버린 솥단지
★...부엌에는 언제 지폈을지 모를 솥단지 네개가 나란히 줄을 서고 주인을 기다리고 있다. 그 아궁이에 장작을 넣으면 금방이라도 불이 활활 타오를 태세이다. 이 아궁이 앞에서 얼마나 많은 불쏘시개를 집어 넣으며 눈물 콧물을 흘렸던가. 한 세월을 근심속에 살며 인고(忍苦)의 불을 지폈을 우리 어머니도 명절 때 만큼은 행복했다. 차례를 지내러 온 친지들에게 손수 지은 음식을 대접할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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