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동물·곤충/민물·어류

동자개,빠가사리

사오정버섯 2007. 2. 23. 22:44
토종 이야기


사진 : 이학영

동자개

이 글은 시사 주간지인 "뉴스메이커" 277호(1998. 6. 18., 경향신문사)에 실린 글입니다.

빠가사리로
더 잘 알려진 물고기

네 쌍의 긴 수염 . 팬텀기 닮은 날렵한 몸매로 '인기'

첨부이미지

이학영 (한국자생어종연구협회 회장)


이 물고기가 동자개라고? 사진과 이름을 비교하고는 의아하게 생각하는 독자가 있을 것이다. 이 물고기는 분명 동자개가 맞다. 동자개는 우리 민족에게 표준어인 동자개보다 ‘빠가사리’라는 방언으로 더 잘 알려진 물고기다.

빠가사리라는 말은 동자개가 ‘빠각빠각’하는 소리를 내는 것 에서 유래됐다. 이 물고기는 위험을 느낄 때나 인간에게 잡혔을 때 가슴지느러미를 관절과 마찰시켜 소리를 내는 특이한 행태를 지니고 있다. 이 때문에 생긴 재미난 일화가 있다. 일제가 조선을 그들의 식민지로 강점했던 시절, 일본인이 가장 싫어했던 물고기가 바로 동자개였다는 것이다. 낚시에 걸린 동자개가 지느러미를 곧추 세우며 내는 소리가 그들에게는 ‘바가 바가’ 즉, ‘바보 같은 놈’ 이라고 들려 일본인은 동자개를 잡으면 곧바로 땅에 내팽개치곤 했다고 한다. 물고기가 조선인과 일본인을 가려서 미워했을 리는 없겠지만 전국을 탐사하다 보면 이와 유사한 이야기를 더러 접할 수 있어 흥미롭다.

동자개는 동자개과의 대표적인 어종이다. 머리 부분은 등과 배 쪽으로 납작하지만 등지느러미 뒷 부분부터는 옆으로 납작하게 생겼다. 길다랗고 멋진 네 쌍의 입수염이 있으며 가슴지느러미에는 날카로운 가시가 있다. 자세히 보면 안팎으로 작은 톱니가 있는데 등지느러미에도 억센 가시가 있어 찔리면 몹시 아프다. 작은 눈은 천진난만한 어린아이(동자)의 눈망울을 닮아 귀엽기 그지없다. 육식성으로 작은 물고기, 물고기 알, 수서곤충, 실지렁이, 갑각류 등을 먹고 산다. 산란기는 5월부터 6, 7월까지로 알려져 있다. 산란기에 수컷은 하천이나 강 바닥에 가슴지느러미를 이용해 야트막한 굴을 파서 산란실을 만든다. 이곳으로 암컷을 유인해 알을 낳으면 수컷은 그 알이 부화해서 새끼가 독립할 때까지 지켜준다.

이처럼 모성애보다 부성애가 강한 동자개는 동해안의 일부 하천을 제외한 거의 전지역에 고루 분포한다. 같은 동자개과의 물고기로는 눈동자개, 밀자개, 대농갱이, 종어 등과 낙동강 수계에만 자생하는 꼬치동자개가 있다. 몸 길이가 1m까지 자라는 종어는 맛이 뛰어나 궁중의 수라상에 오르던 민물고기. 그러나 남획으로 인해 남한 지역에서는 멸종된 것으로 보고 있다.

곧게 선 등지느러미와 옆으로 활짝 펴지는 가슴지느러미, 쭉 뻗은 꼬리지느러미, 녹갈색의 얼룩 반점은 언뜻 보기에 팬텀기의 날개와 기체를 빼다 박았다. 동자개의 군락이 수중을 쏜살같이 헤엄치는 모습은 마치 팬텀 전투기 편대가 작전지역으로 날아가는 것처럼 보인다. 이 때문인지 실제 강원도 인제의 일부 지역에서는 동자개를 아예 팬텀기로 부르기도 한다. 맛이 좋아 양식어종으로 각광받고 있으며 요즘은 관상어로도 인기를 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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